열린우리당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초선의원 6명이 15일 오전 "통합신당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며 당의 발전적 해체를 촉구했다. 정동영 전 의장도 이날 정세균 지도부의 1개월을 냉혹하게 평가하며 탈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1개월 유예기간이 만료된 정세균 체제의 붕괴 위기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3월 말까지는 해체선언 나와야
강창일, 김우남, 문학진, 정봉주, 채수찬, 한광원 의원 등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지난 한 달 간 당 지도부의 행보는 당 재정비에 주력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며 "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한 통합신당 추진에 대한 가시적 결과도, 로드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가 없을 경우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힌다"고 지도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중대한 결심'의 의미에 대해 "탈당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창일 의원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당이 자연붕괴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 해체의 데드라인과 관련해 강 의원은 "5월에 창당을 하려면 3월말, 4월초까지는 대통합신당 추진 연석회의는 만들어져야 한다"며 "당 해체와 통합신당 창당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3월말까지는 당을 해체하겠다는 선언이라도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학진 의원은 "다 죽어가는 당, 사망선고를 받은 당이 통합신당 추진작업까지 지지부진하다는 당 안팎의 지적이 매우 팽배해 있다"며 "지도부는 우리와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이 시점부터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대통합에 있어 열린우리당이라는 존재가 매우 결정적인 걸림돌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아주 낮은 자세로 임해야 대통합이 진척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당 당적을 유지하면서 정무직을 수행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아직도 우리를 집권여당으로서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유시민 보건복지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이해찬 정무특보 등의 당적정리를 촉구한 발언이다.
정동영 "좀 더 지켜보겠지만…"
정동영 전 의장도 당 지도부의 통합신당 추진 작업과 관련해 "지난 한 달의 경과는 실망스럽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지도부가) 당내 체제정비에 기울여 온 정성과 노력에 비해 얼마나 통합에 진정성을 갖고 노력했는지 하는 점에 의문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의 탈당설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지금은 여의도를 벗어나 민심탐방 행보를 하고 있어서 주 관심사는 아니다"면서도 "통합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통합신당 추진작업이 지금처럼 성과 없이 진행될 경우 탈당도 불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대목.
정 전 의장은 "2.14 전대 정신은 우리당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대통합에 나서서 환생하겠다는 결의를 한 것인데 실망스럽다"며 "좀 더 지켜보겠지만 결국 선택과 판단은 민심의 현장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권은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배였지만, 물이 빠지면서 뻘밭에 얹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민심의 요구는 우리당으로 안 되니까 대통합신당을 건설하라는 것이고, 우리당은 거기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정세균 당 의장은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수순이 맞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잘 참작해야 할 것"이라고 고 반박했다.
정 의장은 일부 의원들의 당 해체 촉구 기자회견과 같은 시각에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대통합을 갈망하는 마음의 표시일 것이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순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탈당 사태 이후 한 달 동안 대통합 신당을 추진할 수 있는 1단계 준비를 완료했고 이제 2단계 작업을 열심히 하는 중"이라며 △다자간 발을 맞춰 걸어가는 '어깨동무 통합' △몸집에 관계없이 수평적으로 만나는 '희생하는 통합' △제 정파 간 서로 흠집내기 없는 '결과적 공동 운명체 인식' 등 세 가지를 통합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날 당 의장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성곤 최고위원도 "당이 해체되면 제 정파와의 교섭 창구가 없어지고 교섭단체 문제로 국회가 일시적으로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며 "초선 의원들께서 당을 해체할 경우 생기는 여러가지 실제적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듯하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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