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형성된 한반도 해빙무드에 한나라당의 반응이 분열적이다. 당 지도부 내에서조차 평화정책에 대한 '적극적 기조'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목소리와 대북 강경론을 고수한 목소리가 충돌했다. 대표적인 보수성향 의원인 김용갑 의원이 최근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정형근 의원을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평화정착 위해 적극 협력"
김형오 원내대표는 13일 국회대책회의에서 "북미간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활기를 띄고 있는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한반도의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휴전선이 평화선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한나라당은 적극 협력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충환 공보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운영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은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민족화해 평화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북정책의 기조를 소극적 정책에서 적극적 정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이를 공식화했다.
김 부대표는 "핵폐기와 상호주의 원칙은 지키되 대북접촉, 방문, 협력사업 참여와 같은 의원활동은 허용하고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며 "오는 4월부터 의원들의 방북 활동을 적극 허용하고 대북화해 평화협력 정책을 유연하게 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형근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남북문제에 대해 우리는 원칙과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대체로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 정세변화에 한나라당만 홀로 서서 반대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이 개방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라면 북미수교도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고, "평화체제 구축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핵문제의 안전한 해결을 위해, 평화안정을 구축할 수 있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남북정상회담은 북미관계나 6자회담 진행상황과 조율해가며 이루어져야지 이것만 별도로 뚝 떼어내서 정략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한 "임기 1년이 안 남았고 낮은 지지율에 집권당에서조차 배척받는 대통령이 하는 것보다는 차기 정권에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기회주의적 보수 의원들이 친북좌파보다 더해"
반면 김용갑 의원은 이날 오후 개인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이 북풍에 흔들려 벌써부터 내부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김형오 원내대표 등을 직공했다. 김 의원은 "김 원내대표는 장밋빛 평화분위기에 편승해 당 소속 의원들의 성급한 대량 방북단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이같이 비난했다.
김 의원은 또한 "기회주의적이고 눈치나 보는 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앞장서서 한나라당이 친북좌파 정당보다 더 많은 경제지원, 남북정상회담 개최 촉구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한발 더 앞장서야 된다며 한나라당 대북정책의 급진적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 역시 김정일이나 친북좌파가 의도하는 대로 한나라당 내부에서부터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용상 김 의원이 지적한 '기회주의적 보수성향 의원들' 중에는 정형근 의원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송영선 제2정조위원장은 국회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한 장비구입 명목으로 북한이 요구한 40만 달러를 이달 말까지 현금으로 직접 지원키로 한 데 대해 "정부는 결코 북한에게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2.13 합의 초기이행 조치가 시작되기도 전에 선뜻 현금 지원을 밝힌 노무현 정부가 과연 진정으로 핵폐기를 바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몰아붙였다.
그는 특히 "대북 현금지원에 대한 합의가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며 "남북정상회담을 돈 주고 사려는 조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송 위원장은 "김정일 정권에게 현금을 주면서 정치적 거래로 이용해선 안 된다"면서 "일방적 현금지원은 한나라당 집권을 반대하는 김정일 정권에 적극 동조하는 반국가적, 반민족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황우여 사무총장도 "화상상봉 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각종 장비가 국제사회의 전략물제 통제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현금으로 북한에 지원한다고 한다는 정부의 설명은 국제사회의 규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 되기 때문에 여러 우려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황 총장은 "유연한 대북관계는 한나라당도 지지하는 바이지만 이번 현금 지원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재고가 있기를 촉구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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