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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목' 달군 정운찬, '윗목'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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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랫목' 달군 정운찬, '윗목'까지 갈까?

[진단과 전망] 여론전문가 4인이 본 '정운찬 현상'

아랫목은 확실히 뜨거워졌다. 舊범여권의 제 정파가 온통 정운찬을 연호하며 '레드카펫'을 깔았다. 무엇보다 정 전 총장의 태도가 변했다. 지난해 9월 스스로 "대통령 감이 못 된다"며 거론조차 하지 말아 달라던 그는 최근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그의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언론도 정운찬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지난 7일 그의 강의실엔 학생반 기자반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 변화가 뚜렷했다. 범여권의 전열 재정비를 위한 '불쏘시개'로 바라보던 시각이 이제는 정운찬을 중심으로 판이 재정비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미묘하게 이동하고 있다. '제3의 후보'가 아닌 '정운찬 대망론'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엄연히 범여권의 지리멸렬한 상황이 만들어낸 '여의도 정치'의 현상이다.
  
  물론 정치권 밖에도 일정한 호응이 있다. 정 전 총장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한국 최고 대학의 학장과 총장을 지냈다. 정치권 밖의 '정운찬 현상'도 소위 '반(反)보수 먹물'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대기업에서 이윤창출을 지고의 가치로 삼던 사람에게 '경제지도자'의 작위를 부여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 정운찬 효과의 일차적 파장 범위 안에 있다.
  
  하지만 엘리트와 일반 대중들 사이에 정운찬 현상의 괴리는 매우 크다. 지난해 12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정치분야 오피니언리더 10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범여권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놀랍게도 그는 26.0%를 얻어 23.0%의 고건 전 총리를 따돌리고 선두를 차지했다. 각종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에서 그가 얻고 있는 1~2% 대의 지지율과는 천양지차다.
  
  이 공백은 상당부분 대선주자의 최대 덕목인 대중흡인력의 영역에 해당한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이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엘리트들에게선 후한 평가를 받는 이들이 언제나 일반 대중들 앞에선 맥을 못췄다.
  
  물론 정 전 총장의 대중성에 대해선 평가의 단초가 아직까지 없다. 그래서 '정운찬 대망론'의 가장 큰 물음표로 남아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과연 아랫목을 달군 '정운찬 현상'은 윗목까지 치고 올라갈만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여론 전문가 4명에게 물어봤다.
  
  "희망의 맹아가 될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은 정 전 총장의 파괴력을 높게 봤다. 안 소장은 "한쪽의 정치 세력이 한 사람에 대한 옹립 분위기로 가고, 이를 위한 정비작업이 이뤄지고 나면 그때부터 인지도, 지지도가 유의미하게 언급되는 것"이라며 "정 전 총장에게 지금의 낮은 지지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유권자들 가운데에는 '한나라당이니까, 한나라당 후보니까 찍어주겠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나라당이니까, 한나라당 후보니까 찍어주지 못 하겠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대립각은 (정운찬과 별개로) 이미 형성돼 있다"면서 "일당 각이 형성되면 경제를 얘기할 때도 이런 경제, 저런 경제라는 대립지점이 만들어진다. '토건경제'만이 경제와 성장의 비전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인 말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정 전 총장은 한나라당이 아닌 세력에게 희망의 맹아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권자들 사이에 한나라당 선호도에 견줄만한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잠재돼 있는 만큼 이것이 폭발되면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 소장은 특히 정 전 총장이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것이 갖는 의미를 파악하지 않고는 우리나라 정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역대 선거에서 충청권 표심이 향배를 갈랐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치적 잠재력은 다분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서울대 총장 시절의 활동을 보면 학자 치고는 정치적 잠재력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낮은 지지도라는 것은 정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뛰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 소장은 특히 "전공이 경제 쪽이라는 것이 강점이고, 정체성을 보더라도 진보개혁이라고 규정하긴 어렵지만 대단히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점수를 줬다. 정체성 측면에서 고건 전 총리에게 물음표를 던졌던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에게도 정 전 총장은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홍 소장은 "정 전 총장이 교육정책과 관련해 3불정책을 비판한 것이 신자유주의적인 지향이 아니냐는 개혁적 유권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명쾌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어 정 전 총장의 낮은 인지도 극복도 중요한 관건으로 꼽았다. 그는 "서울지역 주부들조차 정운찬이 누구인지를 잘 모른다. 심층조사를 해보면 정 전 총장이 경제 전문가라는 것도 잘 모른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정 전 총장이 본격적인 활동을 6월 이후로까지 미루면 이 같은 위기요인도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구력은 있지만 정치적 여건이 관건"
  
  이상일 TNS 이사는 반신반의했다. 그는 정 전 총장의 경제 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지적하며 "대선의 이슈 대응에서 정 전 총장이 가지고 있는 특기가 있다"면서 "정 전 총장의 백그라운드나 살아 온 이미지만 봐서는 소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이사는 "지난 연말에 너무 빨리 노출돼 2개월 이상 정체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불안한 조짐"이라며 "정치권이 분위기나 여건을 만들어 놓은 뒤에 급격한 바람까지는 아니어도 상승하는 형태를 갖춰야 하는데 허허벌판에 사람 하나 내놓은 식으로 등장한 뒤로 별다른 반등 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 전 총장 개인은 정치적 자산이 별로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적 여건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괜찮은 경력을 가지고 있어도 자력으로 치고 올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낮은 대중적 인지도와 관련해서도 그는 "(본격적인 행보를 취하는 시점이) 6월을 넘어가면 너무 늦어진다"고 내다봤다. 이 이사는 "'노무현 학습효과' 때문에 단기간에 스타플레이어가 등장해 대통령이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들에게 차근히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파괴력 없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정 전 총장은 대중적인 파괴력을 가진 후보로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정 전 총장은 정치인, 특히 대선주자의 대중성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 가운데 어떤 것도 함량 미달이거나 타 후보에 비해 뒤쳐진다는 것.
  
  그가 말하는 대중성의 기준은 첫째, 언제부터 인지됐느냐다.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시장은 70~80년대부터 알려진 인물들이다. 대국민 인지도는 거의 100%에 가깝다. 이 점에서 정 전 총장은 한계가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주장.
  
  둘째, 기존에 형성된 긍정적 이미지가 있느냐다. 이 전 시장의 '샐러리맨 신화', 천정배 의원의 '목포 천재'처럼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에 신화화된 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정 전 총장에게는 취약하다.
  
  셋째, 긍정적이든 아니든 연예인처럼 대중들이 떠들어 줄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느냐다. 박 대표는 이회창 전 총재의 2002년 대선 패배의 이유 중 하나로 "대중들이 쉽게 얘기할 만한 스토리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넷째, 대중적인 언어를 쓸 줄 아느냐다. 대선후보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대중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언어구사 능력이 돋보였다. 박 대표는 "정 전 총장이 얼마나 대중적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치권에서 정 전 총장의 강점으로 꼽는 지점도 야박하게 평가했다. 그는 "대학총장을 했다고, 경제학을 했다고 대중들이 곧바로 교육전문가나 경제전문가로 인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한 정 전 총장의 '충청권 흡인력'에 대해서도 "2002년에 이회창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예산을 빼고는 충청권 거의 모든 지역에서 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97년 대선에서도 김대중 후보가 충청권 출신인 이회창, 이인제 후보 모두에게 앞섰다"고 했다. 충청도 출신 자체가 강점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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