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6일 서울시의회에서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등에 관한 조례(안)'공청회가 열렸다. 제목 그대로 교통약자들의 이동을 편하게 하기 위한 방안을 서울시의 법률인 조례로 제정하자는 취지에서 열린 첫 공개행사였다.
일반적으로 교통약자라 함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자, 어린이 등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자'를 말한다. 이미 2004년 12월 29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의 이름으로 상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182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가 있다.
비장애인인 필자는 의원이 되기 이전에는 장애인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제도교육 속에서 자란 대부분의 비장애인들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인가. 2001년 오이도역에서 설치된 지 7개월도 안 된 수직형 휠체어 리프트가 추락해 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저런…"하며 잠시 안타깝게 생각한 것이 전부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이후 장애인들이 이동권 확보를 주장하며 버스타기 운동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점차 이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온 몸을 지하철 선로에 사슬로 묶어 지하철 서울역을 점거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에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 힘든 장애인들의 현실이 너무나 절박하게 드러났다. 장애인은 대중교통인 버스와 지하철을 사실상 이용할 수 없다는, 사회적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이 사실은 당사자들의 외침이 아니었으면 폭로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고는 계속 발생했다. 39일간의 목숨을 건 장애인들의 단식농성 등의 강력한 항의도 있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서울시는 △2004년까지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 추진위원회'를 통한 일반 시내버스 노선내의 저상버스 도입 △특별 장애인용 교통수단으로 무료셔틀버스, 심부름센터, '장애인콜택시' 도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권리'차원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적 변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교통수단 이용 및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노력이 전국적으로 진행됐고, 드디어 2004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의 수립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특별교통수단 도입 △이동지원센터 설립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탄생하게 됐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상위법에 따라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이미 2005년부터 장애인단체와 민주노동당이 조례팀을 구성해 조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조례안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위원회를 설치해 위원회의 절반 이상을 교통약자 단체에서 추천하는 활동가로 구성하며 △매년 교체되는 버스의 50%이상을 저상버스로 교체하고 △이동지원센터에 기존의 장애인콜택시를 두고 특별교통수단을 보완하여 운영하는 내용을 주된 골자로 하고 있다.
장애인콜택시는 현재 운영되고 있으나 30분~1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크다. 그 뿐만 아니라 오전 7시에서 오후 10시까지만 운행되기 때문에 늦은 시간 이동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 밤에 뭐 하러 밖에 나다니려고 하냐"는 눈총을 받았다며 쓴웃음을 짓는 한 장애인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장애인콜택시는 물론 장점이 있다. 일반 택시요금의 35% 정도로 요금이 싸다. 일반택시를 타다가 장애인콜택시를 타면 싸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출퇴근이나 통학처럼 정기적인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들의 입장에선 누적된 교통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특별교통수단은 이런 장애인콜택시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주7일 24시간제로 운행해 콜택시가 운행되지 않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의 장애인의 이동을 지원할 수 있다. 출퇴근이나 통학처럼 정기적인 외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요금 또한 지하철요금이나 버스요금 정도의 단일요금제로 운행하여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장애인들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다.
서울시의원이 되면서 많은 장애인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의 삶에 대해 깊은 고민을 나눌 기회도 많아졌다. 장애인적 관점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수록 제도적 장치가 기필코 마련돼야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의 동등하고 완전한 사회참여 보장의 초석이 될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등에 관한 조례(안)'가 최대한 원안 그대로 통과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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