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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獨也靑靑의 정치', 계속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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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盧 '獨也靑靑의 정치', 계속되나?

<분석> 신당ㆍ총선구도 가늠할 중대 기로

대선자금과 관련된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는 한마디로 '독야청청(獨也靑靑)의 정치'다. 정치권의 기존 관행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파격적 행태다.

이러한 '독야청청의 정치'는 여론과 국민정서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뤄질 때 성립 가능하다. 일단 이같은 방향성은 여야를 막론한 기성정치의 관행에 공격적 환멸감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방향성이라 하겠다.

과연 이 '독야청청의 정치'가 성공할 것인가? 여론의 힘으로 현실정치권의 굳건한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 속단은 이르다. 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시작이며 앞으로 남은 4년6개월 동안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내년 총선에서 1차적 심판이 이뤄질 것이란 점은 명확하다. 총선에서 노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독야청청의 정치'는 힘있게 확대될 것이고, 패배한다면 또 한번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의 해법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적 공감대가 내년 총선에서도 구체적 투표로 이어질 것인가? 그런 구체적 지지를 확보해 낼 수 있는 신당 창당이 가능할 것인가? 어차피 기성정치권의 일부와 결합할 수밖에 없는 신당이 탈 없이 국민적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인가?

***'대선자금 전모공개' 제안, 핵심 빠지고 정쟁만 남아**

대선자금 논란에 대해 노 대통령은 '여야 동시 공개, 검찰이나 특검을 통한 수사'를 해법으로 내놨다. 제공자까지 낱낱이 다 밝히고 수사까지 해서 다시는 불법적 선거자금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수 있는 역사적 분기점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론은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22일 SBS가 보도한 TN 소프레스 조사결과에 따르면 78.8%가 찬성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정반대다. 야당은 '물귀신작전이며 신당 창당용 책략'이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여기서 여당 민주당의 대응이 흥미롭다. 야당이 거부하자 여당이 먼저 공개하긴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제안한 방식의 공개가 아니다. 기부자들은 밝히지 않았고, 후보 확정 이후의 전모를 밝힌 것도 아니다. '공개'라는 단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한 상태의 공개였다. 수사에 착수할 아무런 근거도 없다.

이에 대해 23일 청와대의 윤태영 대변인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서는 "여야가 함께 공개하는게 좋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지만, 민주당이 먼저 발표하는 것도 그것대로 잘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반응엔 '동시 공개냐 먼저 공개냐'의 문제만 들어 있을 뿐이다.

애초 노 대통령 제안의 핵심, 즉 불법적 선거자금 문제를 완전 근절할 수 있는 역사적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가 빠져 있다. 전모를 낱낱이 고해성사하고 수사까지 거쳐서 죄가 있으면 있는 것을 인정하고 다만 처벌은 면하게 하자는 핵심내용이 빠진 공개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결국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야당은 거부했고, 여당은 응하는 척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야당도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야당도 똑같이 응하는 척이라도 하라는 공세다. 이에 대해 야당은 그 정도라면 새삼스레 추가 공개할 것도 없다고 맞선다.

이제 노 대통령이 제안한 애초 취지, 국민들이 가슴을 시원하게 했던 해법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여전히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여야의 정쟁뿐이다.

***기성 정치권 전체와의 차별화전략 일단 성공**

이러한 상황전개를 노 대통령은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건 어불성설이다.

노 대통령의 한마디에 야당마저 고분고분 응해서 돈 받은 기업인들을 순순히 고백하고, 위법성에 대해 수사를 받고, 이번만은 처벌하지 말자는 특별법을 만들고, 앞으로는 개과천선해서 투명한 정치를 할 리 만무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또 야당이 그렇게 나올 것이 뻔한데 민주당이 혼자서만 책잡힐 공개를 할 수 없으리라는 것도 몰랐을 리 없다. 노 대통령 스스로 경선자금을 혼자 공개한 김근태 의원에 대해 '웃음거리'란 표현까지 사용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정말로 순진해서 "그저 이렇게 한번 해 봤으면 합니다"라는 단순한 희망을 피력한 것인가? 이것도 말이 안 된다.

노 대통령이 던진 제안은 첫째 스스로 과거 어떤 대통령보다 자신 있다고 생각해 온 자신의 대선자금 문제가 정대철 대표의 실언 한마디를 시작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공격적 대응이었다.

둘째 여야 공히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고, 결국 이 문제는 또 한번의 이전투구식 정쟁으로 끝나고 말 것을 내다본 전략적 포석이었다. 그런 정쟁을 뚫고 일차적으론 정치개혁 입법을 추진하자는 공감대를 넓히려는 것이며, 이차적으론 개혁을 선도할 신당의 출현을 앞당기려는 의도다.

이러한 제안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실제 여야 정쟁은 계속된다. 민주당은 "한나라당도 공개하라"고 공격하고,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비리를 내년 총선을 겨냥한 신당띄우기와 야당 흔들기에 이용하려 하고 있다"며 역공을 편다.

하지만 둘 다 궁색한 처지다. 한나라당은 '떳떳하다면 왜 밝히지 못하느냐'는 손가락질을 받고, 민주당은 '그게 무슨 전모 공개냐'는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 적어도 국민정서는 "정치인들 하는 짓이 다 그렇지"라는 냉소 일변도다.

***총선 승리로 이어갈 신당 창당 가능할까?**

노 대통령이 던진 대선자금 전모 공개라는 '독야청청의 정치', 국민여론은 지지하고 정치권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첫째 지루한 여야 정쟁이 일정 정도 계속되다가 정치개혁 입법문제로 화두가 옮겨지는 상황전개를 예상할 수 있다. 선관위도 이미 정치자금법 개정안 등을 내놓았고,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도 범국민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번 일은 대충 덮고 앞으로 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옛날 방식이다.

둘째 노 대통령이 다시 한번 전모공개를 촉구하고 민주당이 정말 전모를 밝히는 상황전개도 예상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국민들은 고해성사한 민주당에 박수를 보내면서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빨리 공개하라는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가능성은 결코 크지 않지만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두 가지 상황 중 어떤 쪽으로 갈 것인지 모르지만 일단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전모공개 제안이란 '독야청청의 정치'를 통해 기성 정치권 전체와 자신을 차별화시켰다. 일단 여론은 노 대통령 쪽에 박수를 보내고, 여야 정치권을 폄하한다.

그렇다면 이제 관건은 노 대통령에 대한 박수를 구체적인 지지로 연결시켜 정치개혁과 국정개혁의 힘으로 조직해 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직접적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노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단순한 정서적 호감만으론 정치개혁, 국정개혁을 이뤄낼 수 없다. 호감이 아니라 지지, 지지의 표현인 표로 연결돼서 어떤 당이든 노 대통령 쪽 당이 국회 다수의석, 아니 다수가 안 되더라도 현재 민주당 의석보다는 늘어난 의석을 확보해야만 개혁은 힘을 받는다.

***치고 나갈 수도, 이대로 있을 수도 없는 딜레마**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기성 정치권 전체와 차별화되는 참신한 개혁성, 이것은 분명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선거란 이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냉엄한 현실정치의 권력관계가 작용한다. 현실적 힘이 있어 보이는 곳으로 표가 몰리는 경향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참신한 개혁성만을 무기로 신당을 만든다는 건 위험천만이다. 예컨대 민주당에서 10여명 정도가 탈당해서 한나라당 탈당파 및 개혁당, 그리고 정치권 밖의 신당연대세력과 힘을 합쳐 신당을 만든다 했을 때 총선에서 과연 약진할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이 한번 언급한 것처럼 10석에 불과하더라도 참신한 정당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확고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 한 섣불리 뛰어들기 어려운 모험이다.

게다가 신당에 모여든 사람들이 정말로 기성정치권과 뚜렷이 차별화되는 개혁성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과거 한겨레민주당이나 '꼬마 민주당' 시절 결과적으론 오합지졸의 연합체였다는 평가도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 신당 내부에서 또 어떤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민주당내 다수세력과 함께 당을 만들어야 한다. 참신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안정적인 표밭을 지켜가면서 총선 승리를 도모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미 정대철 대표마저 수뢰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사람들과 함께 얼마나 새로운 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전망이 서지 않는다. 총선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는 커녕 오히려 추락하고 말 위험성도 크다.

새롭게 치고 나가야 하지만 불안한 상황, 이대로 있자니 역시 추락의 위험이 큰 상황이다.

***'독야청청의 정치', 계속되는가 멈추는가?**

이러한 딜레마에 봉착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은 '독야청청의 정치'를 선보였다.

노 대통령의 선택이 총선까지 계속 이어질 차별화전략의 시작인지, 아니면 갑자기 불거진 대선자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일시적 전술인지 분명치 않다.

앞으로 주목할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분명한 전략적 포석이었다면 정치권은 계속 소용돌이칠 것이고, 신당은 소수파들의 연대 형식으로 급진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과연 이 신당이 얼마나 총선 바람을 일으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반대로 일시적 전술이었다면 지루한 이전투구식 여야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일단락될 때까지 신당은 잠정 중단상태에 접어들 것이다. 그 뒤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노 대통령이 선보인 '독야청청의 정치',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계속될 것인가 멈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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