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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정국, '미풍'이냐 '폭풍'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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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정국, '미풍'이냐 '폭풍'이냐

정치권 시큰둥…"국회 논의야 해야겠지만…"

정부의 개헌시안 발표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관련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임기 내 개헌'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에 따라 개헌안이 예정대로 3월 말 발의되더라도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국회의 관문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 차기정부 개헌 약속도 거부
  
  무엇보다 127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개헌안은 부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 대통령이 개헌론을 꺼내든 연초부터 이를 "대선 판흔들기를 위한 정략적 의도"로 규정했던 한나라당의 입장은 8일에도 요지부동이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빅3'는 "개헌은 차기정부로 넘길 것"을 합창했다. 강재섭 대표도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개헌안을 조건 없이 철회하라"고 유기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강 대표는 특히 "18대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국회가 개헌 논의를 주도하고 4년 연임제를 위시해 개헌이 필요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또한 "다음 대통령 임기 중 개헌을 완료토록 노력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대통령 후보가 이상의 사항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당이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정부 개헌 약속'을 요구한 노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셈. 이처럼 노 대통령이 밝힌 '개헌안 발의 유보'의 전제가 사라짐으로써 정부는 이날 발표된 개헌시안을 예정대로 이달 말께 발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舊범여권도 시큰둥
  
  열린우리당은 일단 성의를 보였다. 최재성 대변인은 "연내 개헌을 포함한 개헌 문제에 대한 제 정당 각각의 입장이 어떻든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며 "이를 위해 제정당 대표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최 대변인은 개헌시안과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108석에 불과한 열린우리당만으로는 개헌안 관철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당의 공식입장과는 달리 개헌에 대한 개별 의원들의 의지도 적극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부 친노계의 적극호응 외에 반드시 임기 내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반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당과 뿌리를 같이하는 제 정파도 개헌안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정략적 유불리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다수 국민과 한나라당과 여러 정파들이 그런 판단에 동의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양 대변인은 또한 "노 대통령이 개헌안 유보 의견을 발표한 것 역시 정치권 제반의 현실을 감안할 때 과연 3월 중으로 구체적인 당 차원의 내용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개헌이 발의되면 기꺼이 논의에 참여하겠지만, 개헌 발의와 시기는 국민의 여론을 십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정배 의원 등 민생정치모임 쪽은 "개헌으로 인한 소모적 논쟁으로 국력 낭비를 막기 위해 개헌안은 지체 없이 발의하고 국회는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탈당파들의 이같은 반응은 어차피 개헌안의 국회통과가 어려운 만큼 속전속결로 처리하자는 뜻이다. 개헌정국이 정계개편 등 대선 정국의 변수가 되지 못하도록 조기에 진화하자는 현실적 판단이 그 바탕에 있다.
  
  민노당 "정치발전이 개헌뿐이냐"
  
  '원포인트 개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온 민주노동당도 "노 대통령은 정치발전을 위한 고민에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지만 개헌안 발의가 아니어도 정치발전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제 정치세력이 참여하는 '정치개혁을 위한 정치협상회의'를 역제안했다.
  
  박 대변인은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 준비 등 시대적 요구가 반영되는 폭넓은 개헌 논의는 언제든지 환영한다"며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내용을 당론으로 확정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당론 공개 시점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3월 내에 발표한다고 해도 대선과 총선 시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에 거부감을 보여 온 민노당이 정부안에 손을 들어줄 리는 만무해 보인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개헌안 국회 발의 이전에 열린우리당 당적을 갖고 있는 장관들의 당적정리를 해 내각의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립내각 구성 등 전제조건이 수용되면 개헌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개헌 반대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으로 어렵다면…
  
  한편 정부는 오는 15일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서 헌법개정추진지원단 주관으로 공청회를 갖고 여론 수렴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개헌안이 확정되면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다만 헌법개정추진지원단은 이날 개헌시안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공고일을 못 박지는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3월 말이 유력하나 여론의 추이, 정치권 동향 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개헌안이 공고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청와대발 개헌 요구에 대한 호응도는 매우 낮지만, 적어도 4~5월은 일정부분 불가피하게 '개헌정국'의 소용돌이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적인 진행으로 통과 전망이 서지 않으면 청와대 측에서 다른 '정치적 노림수'를 작동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정치권에는 없지 않다.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개헌 정국이 '찻잔 속 태풍'이 될지, 핵폭풍이 될지 아직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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