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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꼰대'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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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꼰대'의 걱정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내가 가르치는 영화과 학생들은, 불행하게도,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아직 19살, 20살, 21살 정도의 친구들이다. 그럴 수도 있다. 얼마나 할 일들이 많겠는가. 얼마나 즐길 일들이 많겠는가. 컴퓨터에만 붙어 앉아 있어도 하루가 간다는 친구들이다. 영화 좀 안본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중에는 어떻게 너희들이 그럴 수 있느냐며, 타박하기 일쑤였다. 애들 앞에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푹쉬고 걱정스럽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런 나를, 수업이 끝나고 돌아보면, 영락없는 '꼰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라면, 애들이 영화를 보게 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내가 문제가 아니겠는가. 어쩌면 학생들은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 길을 못찾고 있을 뿐일지도 모를 일이다.
록키 발보아 ⓒ프레시안무비

20세기 폭스 코리아의 심재만 사장은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의 통화해서 이렇게 얘기했다. "진짜 충격이 뭔지 알아?" "뭔데?" "그래도 난, <록키 발보아>가 <아버지의 깃발>보다는 훨씬 더 잘될 줄 알았어." 그 사람 참. 그래도 자기가 穩僿求?영화가 더 잘되기를 바라고 있었다니. 하지만 뭐, 도토리 키재기는 마찬가지다. 두 영화 모두 전국 15만, 17만 수준이었으니까. <아버지의 깃발>은 <록키 발보아>보다 서울에서 아주 조금 더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앞섰다.(박스오피스는 아직 서울 관객 수 기준으로 집계된다.) 일주일에 한번씩 나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캐나다 퀘벡 사람인 앙드레는 한국 젊은이들이 <록키 발보아>같은 영화를 무시한다면 이런 류의 영화를 보게 하는 데는 방법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의 얘기인 즉슨(영어로 얘기하느라고 진땀깨나 흘렸는데) 영화를 먼저 보여주기 전에 극중 인물인 록키나 배우인 실베스타 스탤론의 성공담을 얘기해 주면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한국 젊은 친구들은 석세스 스토리에 관심이 많지 않아? 한국에서는 성공신화라는 게 늘 얘기가 되잖아?" 이게 굿 아이디어라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무엇보다 한국사회가 긍정적이라는 얘기인지 아니면 부정적이라는 얘기인지 순간 판단이 잘 안섰다. 그 얘기에 꿀먹은 벙어리마냥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던 건 순전히 모자란 영어실력 탓이다. 앙드레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학생들한테 무턱대고 자꾸 잔소리만 하지마."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한국사회는 정말 빠른 시간에 급격하게 변했잖아. 그래서 세대 간에 의식 차이가 진짜 큰 것 같아. 당신 나이가 학생들 부모 나이하고 비슷하잖아. 한국의 부모세대는 아이들 교육문제에 대해 굉장히 걱정하지만 정작 젊은 세대는 그런 부모들의 모습을 전부 다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더라구. 그러니 잔소리만 늘어놓지 말라구." 신문사에 있는 한 선배는 설날 연휴 전날 서울역에 나가 그날 찍은 특집판을 무료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했는데, 하루종일 신문을 팔아 팔뚝이 아프다는 전화통화 끝에 이렇게 말했다. "확실히 세상이 변하긴 변했더라구." "또 뭐가?" "신문을 거저 줘도 20대까지는 가져가려고도 하지 않아. 신문 가져가는 사람은 죄 40대 아니면 50대들 같더라구."
아버지의 깃발 ⓒ프레시안무비

영화를 안보는 세대. 특히 <아버지의 깃발>이나 <록키 발보아>같은 영화는 전혀 흥미없어 하는 세대. 신문을 물건 받침대 정도로 생각하는 세대. 이들 세대가 끌고 갈 영화나라는 과연 어떠한 모양새를 띠게 될까. 이거 걱정해야 하는 건가 아닌 건가. 하긴 '낡은' 세대는 걱정이 팔자인 법이다.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오동진의 톺아보기'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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