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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공개,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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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공개, '산 넘어 산'

한나라-탈당파가 '암초'…법안 통과 불투명

1.11 부동산 대책 관련 입법이 예상됐던 암초에 부딪혔다.

22일 오전 주택법개정안 공청회를 거친 국회 건설교통위는 이날 오후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탈당파 일부가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 등에 부정적 입장이어서 차질이 예상된다.

"배추장사도 돈 남아야 농사를 짓지" vs "분양원가 공개가 사회주의?"

공청회에선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찬반론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이 자리에서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분양가를 규제하면 양적으로 주택공급이 줄어들 수 있고 질 좋은 주택공급도 불충분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양원가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건설업체의 이윤 보장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공급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김언식 부회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 민간주택 가격을 공개하거나 통제하는 나라가 있느냐. 단기간의 가시적 효과에 급급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며 "분양원가 공개로 결국 피해보는 것은 서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집을 많이 지으면 집값이 떨어지는 단순 논리를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며 "집 짓는 사람의 노력과 노하우를 이윤으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추장사도 배추 팔고 돈이 남아야 배추 농사를 짓지 수익이 나지 않으면 농사를 짓겠느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반면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대표는 "분양원가 공개 요구는 반(反)시장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원가 공개는 아파트값 거품 빼기의 시작"이라며 "소비자들은 법이 정한 원가 계산방식에 따라 작성된 분양 예정가격의 공개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주택도시연구원 박헌주 원장도 "이번에 발표된 분양원가 공개 방안은 주택공급의 투명성 제고 및 분양원가 인하 효과를 거두면서도 기업의 부담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라고 거들었다.

건교위, 한나라-탈당파 즐비

하지만 정작 법안을 다루는 건교위 소속 의원들의 입장은 반대 내지는 신중론이 많다. 한나라당은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 '시장원리'를 들어 반대 입장이 완강하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이중규제'로 보고 있기 때문.

전날 건교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분양원가 공개는 자본주의 붕괴의 시작"이라며 "다른 제품에 대한 제조원가 공개로 확대될 경우 어떻게 막을 것이냐"고 주장했다.

통합신당추진모임 소속의 주승용 의원은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함께 시행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며 "택지비를 감정가로 산정해 공개하는 것도 결국 정확한 원가를 공개하는 것이 아닌 만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집단탈당파는 자신들이 탈당 전 정책 수립에 관여한 만큼 일단 법안 처리에는 협조한다는 방침이지만, 심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의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건교위에는 탈당파 소속 의원이 조일현 건교위원장을 포함해 5명이나 있다.

정부-우리당, 발만 동동

천신만고 끝에 발의한 법안이 이처럼 건교위 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자 열린우리당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지도부는 부동산 입법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지만 수적인 열세 상황을 극복할만한 묘수가 없어 보인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부동산 급등 현상을 바로잡는 입법에 한나라당의 협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건교위 소속의 한병도 의원도 "주택법 개정안은 서민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중장기적인 주택시장의 수급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한 민생관련 법안"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조경태 의원은 "한나라당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하지만 표준건축비가 평당 300만 원 정도인데 이를 평당 2000만~3000만 원 받는 것이 시장 논리에 맞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입장은 더욱 난감해 보인다. 이용섭 건교부장관은 이날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2007년 건설교통 정책방향' 조찬 강연회에서 "정치권에서 부동산 폭등은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관련 입법이 차질 없이 통과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법 개정안이 2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거나 대폭 후퇴한 법안으로 처리될 경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또 다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오는 9월부터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및 원가공개를 실시하고 청약가점제를 조기 시행키로 한 방침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최근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봄 이사철을 앞두고 부동산 입법 실패와 맞물려 불안해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이용섭 장관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불안한 안정세로 시장 관계자들이 관망하고 있고 어느 쪽으로 집값이 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변곡점이 2월 국회"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입법이 실패할 경우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 집 마련 시기를 미루고 있는 무주택 서민들의 실망감을 달랠만한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일정상 2월 국회를 넘기면 부동산 관련 입법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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