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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문기사 보고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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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문기사 보고 홀렸다"

<현장의 소리> '굿모닝시티' 분양사기 피해자들 울분

‘굿모닝시티’ 로비자금의 유입설로 정치권이 어수선한 가운데 서울 을지로 6가 제일우행빌딩 8층에 위치한‘굿모닝시티계약자협의회’(이하 협의회)를 14일 찾아가 피해자들의 사연과 입장을 들어 보았다.

얼마 전까지 ‘굿모닝시티’의 분양사무실이었던 이곳에 모인 피해자들은 대부분 '정치권의 파동'보다는 분양을 전제로 한 시공계획이 계속 진행될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피해자 3천여명에 피해액 5천억원"**

<사진1>

협의회의 홍보실 담당자는 “지금까지 접수한 바로는 피해자가 3천여명에 피해액은 5천억원에 이르고 있다”며 “앞으로 향후 대책이 아직 구체적으로 서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어떻게든 건물을 올리고 분양이 이뤄지길 바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사람들이 이번 일로 민감한 상태라 인터뷰를 할 때 ‘피해자’라는 말보다 ‘투자자’라고 불러줘야 한다”고 당부하며 “아직 대부분이 자기가 평생 모은 저금이나 퇴직금이 사라진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환경미화원 박씨의 퇴직금 7천만원도 물려**

사무실 여기저기서 이번 사기극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서류를 작성하다가도 서로에게 이번 사건으로 인한 고통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퇴직금으로 4층에 투자를 했다는 박광원(62)씨는 “퇴직하며 받은 돈 8천7백만원 중 7천만원을 투자했다가 이런 일을 당하니 너무나 허탈하다”며 “돈 5만원을 아끼려고 아들을 학원에 보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허탈하게 말했다. 박씨는 지난 26년간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 김 모씨(42)는 “전에도 수원에서 상가분양에 투자를 했다가 사기를 당해 5천만원을 날린 적이 있다”며 “그때 피해를 딛고 겨우 일어섰는데 이번에 또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며 망연자실해 했다. 김씨는 “서울시 한복판에 철거하다 만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고 정치비리로 이야기가 번지니까 뒤늦게 관심이 생겨서 온 것 아니냐”며 “이런 사기가 전부터 계속됐는데 언론은 정치스캔들에만 관심이 있을뿐 서민들이 돈 날리는 것은 별 관심도 없는 것 같다”고 언론 보도태도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진2>

***"마지막 남은 돈 투자했다 날린 딱한 이들 많아"**

길거리에서 옷 장사를 한다는 노란머리의 20대 청년은 “우리는 정치나 비자금문제는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라며 “좀 더 잘 살려고 열심히 장사하고 저축을 했고 그 돈으로 분양을 받으려고 했을뿐”이라며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 청년은 피해자들 중에 중년여성과 퇴직자들이 많은 이유를 묻자 “그 분들 사정을 들어보면 IMF나 구조조정으로 명퇴한 분들이나 그 부인들이 투자한 경우가 많다”며 “사연을 들어보면 마지막 남은 돈을 투자했다가 날린 딱한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청년은 “서로가 너무 괴로운 상태라 어떻게 모은 돈인지, 몇 층 어디에 투자했는지를 서로 안 묻는 것이 협의회 안에서 ‘예의’로 통한다”고 덧붙였다.

명예퇴직한 남편 몰래 투자를 했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주부 신모씨(49세)는 “명퇴를 당한 남편은 자신이 피해자인 것도 모르고 뉴스를 보고 혀를 차고 있다”며 “아이들이 대학 갈 때를 대비해 작은 점포라도 꾸려 부모노릇 하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신문이 죽일 놈들"**

아기를 안고 가족과 함께 사무실에 들른 문 모(30)씨는 “내 돈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서 왔다”며 “작은 사업이라도 하려고 1억 정도 걸었던(투자한) 우리도 큰일이지만 분양을 할 때쯤 2,3개 점포를 터 크게 장사를 해보겠다고 꿈에 부푼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런 사람들은 분양사업이 계속 진행되지 않으면 재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또 “신문이 죽일 놈들”이라며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문씨는 “요즘 신문에 난 기사를 보면 ‘작년부터 의혹이 있었다’거나 ‘올 초에는 수사가 들어갔어야 했다’는 식으로 쓰고 있는데 그럼 작년에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투자한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반문하며 “신문들은 광고인지 기사인지를 확실히 구분해서 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씨는 “한양(주)도 이번 일과 관련해서 뭐가 있는 모양인데, 비리가 모두 밝혀지면 우리 돈이 어디로 갔는지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것이냐”고 윤창렬 굿모닝시티대표가 연초에 인수한 한양(주) 의혹을 파헤져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남편이 받은 퇴직금을 투자했다는 주부 권모(52)씨 역시 언론에 대한 불신이 대단했다.

권씨는 “안전하게 투자할 곳을 찾고 있는데 여기저기 신문에서 굿모닝시티에 투자하면 잘 될 것처럼 보도하는 걸 보고 투자를 결정한 사람이 많고 회사쪽도 신문에 난 자기네 기사를 보여주며 투자자들을 홀렸다”고 지적하고 “이제 언론이 우리가 낸 돈을 물어줄 차례”라고 꼬집었다.

권씨는 “정대철이 4억2천만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결국 우리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세 가정이 먹고 살 밑천이 엉뚱하게 날아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3>

***1천5백명이 혈서 쓰기 위해 채혈**

사무실 한쪽 구석에서는 분양사기 신고를 하러 온 피해자들이 ‘혈서’를 쓰기 위한 채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자신 역시 피해자로 채혈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원봉사자는 “피해를 접수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피를 뽑고 있다”며 “현재까지 천여명이상이 채혈을 했고 두 번씩 하는 분까지 합하면 1천5백여명이 혈서를 쓰기 위한 피를 뽑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왜 채혈까지 하며 혈서를 써 항의를 하느냐는 질문에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라는 대답과 함께 "한 아주머니는 세번이나 피를 뽑았는데 그때마다 엉엉 우셨다"는 말을 덧붙였다.

협의회는 "상가분양을 맡은 회사의 대표였던 윤창열씨가 정치권에 전달한 자금과 여기저기 뿌린 기부금은 상가계약금을 불법적으로 유용해 쓴 것인만큼 실제 소유자인 계약자들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며 윤씨가 돈을 준 정당과 윤씨의 모교 연세대 등에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윤창렬씨가 모은 돈 5천억원 가운데 1천억원이 '행방불명' 상태다. 하루바삐 검찰이 이 돈이 흘러간 곳을 찾아 이를 피해자들에게 돌려주는 동시에, 현재 중단된 쇼핑몰 사업의 재개 여부에 대해서도 관계당국이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게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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