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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게이트' 비화, 정치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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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게이트' 비화, 정치 '올스톱'

<분석> 신당 '중지', 여야 '극한 대치', 총선 '오리무중'

"미꾸라지가 용을 잡아먹었다."

'굿모닝게이트' 관련 지난해 9월 있었던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표현이다. 굿모닝시티가 한양을 인수한 사실을 빗대서 '미꾸라지'와 '용'이 등장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이 표현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 "미꾸라지가 용을 잡아먹고 있다"라는 현재진행형으로 고쳐서 말이다.

***청와대-집권여당, 자중지란으로 상호 극한공격**

집권여당 민주당의 정대철 대표가 4억2천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선 자금 10억을 토스했다", "기업체 등으로부터 대선자금 2백억을 모금했다" "2백억은 아니고 알고 보니 1백50억 가량이었다"까지 나아갔다.

권력의 핵심 취약지점이라 할 대선자금을 건드린 것이다.

청와대 문희상 비서실장은 즉각 반격했다. 그것도 초강수다. "내가 정 대표 입장이라면 물러설 것이고 정계를 은퇴할 것이다." '정계은퇴'까지 거론됐다. 사생결단의 싸움이다.

집권당 대표가 청와대의 대선자금을 건드리고,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할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 대표의 정계은퇴를 거론하는 상황. 갈 데까지 간 것이다. 굿모닝시티라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청와대와 집권당 대표를 싸잡아 집어삼키고 있다.

주변인들의 반응도 가관이다. 당황해서 걷잡을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신당추진위원회 위원장인 김원기 고문은 "단돈 1백만원도 (당에서) 갖다 쓸 수 없을 정도여서 각자 돈을 내고 시작했고 후반기에는 경황없는 속에서 상상할 수 없는 선거를 치렀다"고 말했다.

"경황없는 속에서 치른 상상할 수 없는 선거"란 무슨 말인가? 어디서 얼마나 가져다 썼는지 알 수 없다는 식으로 얼마든지 오해해도 좋다는 표현인가?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돼지저금통만으로 선거했다고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깨끗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 깨끗했다"는 자위성 해명이 포함되긴 했지만, 이는 노무현 정부가 스스로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상징하는 최고의 무기로 내세웠던 '돼지저금통'의 의미를 스스로 비하한 발언이다. "혼자 깨끗한 척 하더니 결코 아니다"라는 말이 금방 터져 나올 듯하다.

대선 당시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지낸 이상수 사무총장은 "당시 전체 후원금은 1백50억원 가량이며, 이중 일반기업이나 당내 특별당비 형식의 돈이 1백억원 가량 되고, 이른바 돼지저금통이나 일반국민의 온라인 성금은 50억원 가량"이라고 구체적인 액수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어떤 기업들로부터는 1억원, 5억원 넘는 돈도 받았으나 후원금 업체의 비밀보장을 위해 공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당과 의논해 선관위에 신고한 총수입. 지출 내역은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렬씨의 몇 마디 말이 빌미가 되어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스스로 당황해서 앞으로 공격의 빌미가 될 온갖 말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한나라당에도 불똥, 초강수로 맞대응**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2일자 중앙일보는 굿모닝시티 전직 임원의 말을 인용해 "윤창렬씨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한나라당 측에 수십억원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나아가 "윤씨가 지난해 6월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강씨를 통해 한나라당 인사 S씨 측에 억대의 현금이 든 사과박스를 수차례 전달했다"는 구체적 정황까지 튀어 나왔다.

한나라당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여권을 넘어 다수야당까지 집어삼키려 한다.

뒤가 켕길 우려가 큰 한나라당이 선택한 대응책은 '강공'이다.

최병렬 대표는 12일 "빙산의 일각이 불거져 나왔으며 점점 빙산의 몸체가 나오게 될 것으로 본다"며, "우리 당은 당내 전문가들로 팀을 만들어 이 문제를 심각한 관심사항으로 추적하고 그동안 나온 민주당 대선자금 관련 자료도 취합해 분석하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자금에 대한 본격 정치공세를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대선자금 관련 의혹도 일부에서 제기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상투적인 의혹 제기"라며 "우리 당은 지난 대선에서 그것과 관련해 냄새나는 부분이 없으며, 내가 샅샅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듣고 보는 것이 있는데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방어적 태도를 취했다.

그리고 "정 대표가 얘기한 것 외에 아는 것이 없으니 이것만 갖고 문제 삼아 얘기하지 말고 조금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라며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게 당의 일관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진 한나라당 관련 부분이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으니, 검찰 수사 추이를 보면서 조금씩 청와대와 민주당을 압박해 가겠다는 자세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스스로 1백50억+알파로 제한할 듯 하던 특검법을 대북송금과 고폭실험까지 합쳐 초대형 특검법으로 갑자기 뒤바꿔 강수로 돌변한 점 역시 주목된다.

굿모닝게이트로 총체적 궁지에 몰린 여권을 향해 초강수로 숨통을 조이는 동시에, 추후 한나라당 관련 부분까지 문제가 확대될 경우 '주거니 받거니' 타협을 위한 카드 확보 차원의 양수겹장으로 읽히는 행보다.

***절충형 봉합 어려워, 초대형 게이트로 확대일로**

이처럼 굿모닝시티라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청와대와 집권여당, 다수 야당까지 정치권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현재 정가와 언론계에는 "일부 언론사들도 당시 굿모닝시티의 거액 광고를 수주하면서 윤창렬씨 '띄워주기' 기사를 남발했고, 이 과정에서 언론인과 언론사에도 거액이 들어갔을 것"이란 분석이 그럴 듯하게 떠돌고 있다. 이처럼 단순한 사기분양사건으로 여겼던 굿모닝시티 사건은 초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다.

사태가 어디까지 진전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보다 계속 확대되어 갈 것은 분명하다. 정대철 대표 한 사람이 총대를 메고 대충 봉합해 갈 수순은 이미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뒷감당이 안 될 정도다. 게다가 사기 분양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협의회가 각종의 루트를 통해 정보를 취합해서 연일 새로운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윤창렬씨가 목포 중앙시장까지 인수한 호남통이란 점에서 "민주당 구주류가 각종 폭로의 배후일 것"이란 추정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도 결코 멈추지 않을 태세다. 그간 여러 건의 게이트 사건마다 미진한 수사로 특검을 불러왔던 오욕을 씻겠다고 벼르는 모양새다. 아직 수사 초기임에도 집권당 대표를 조기 소환하는 것도 앞으로 남은 길이 멀다는 것을 암시하는 예고편으로 읽힌다. 또한 '분권형'을 내세우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가 검찰 수사를 '지휘'할 힘도 의지도 이미 사라진 듯하다.

***모든 정치현안 '올 스톱', 총선구도 오리무중**

결국 굿모닝게이트는 '너무 일찍 찾아온 파국'으로 치달을 것인가? 아니면 '판도라의 상자'는 덮어둔 채 일정선에서 봉합될 것인가? 그 누구도 예측불허인 초긴장의 정국이 펼쳐진다. 모든 정치현안들은 이 사건이 일단락될 때까지 '올 스톱' 상태에 접어들 것이다.

신당은 추진되기 어렵다. 정대철 대표 한 사람만 빼고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다가 언제 또 어떤 문제가 불거질지, 누구를 또 빼야 할지, 청와대 전체가 도덕적 상처를 입어 신당 자체의 진로를 변경해야 할지 알 수 없다.

한나라당 탈당파들도 개혁당이나 정치권 밖의 신당연대 세력들도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못할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파트너로 삼아 어떤 당을 만들어야 할지 아직 계산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최병렬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새로운 관계 모색을 꾀하던 여야관계도 아무런 꼴을 갖추지 못할 것이다. 일단 이번 사태의 종결까지는 사생결단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던 많은 사람들도 당분간 활동정지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총선구도는 지극히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정국판도를 뒤바꾼 '최규선게이트'가 연상되는 상황전개다.

굿모닝게이트.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용을 잡아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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