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명예회복을 했다. 그의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최근 폐막한 제5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에 해당하는 알프레드 바우어 상을 수상한 것. 이 상은 독일의 촬영감독 이름을 딴 것으로 알프레드 바우어는 독일 표현주의 영화기법을 만들어 낸 인물이다. 주로 뛰어난 상상력, 혁신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영화에 주는 상이다. 박찬욱 감독은 당초 이 영화의 국내 흥행에 크게 실망했던 상황. 심지어 그는 흥행결과에 대해 "상처를 받았다"고 얘기했을 정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지난 해 12월 중반 개봉돼 전국 70여만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박찬욱 감독은 이번 베를린에서의 성과에 남다른 기대를 보여왔다. 다음은 박찬욱 감독과의 인터뷰. 이 인터뷰는 그가 베를린영화제를 떠나기 전 한 방송녹화에서 만나서 한 내용과 수상 직후 전화 인터뷰를 종합한 것이다.
- 당신 같은 '세계적' 감독이 "상처를 받았다"는 표현을 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세계적 감독은 무슨…어떤 감독이 흥행결과에 대해 초연할 수 있겠는가.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돈과 노력이 투입되는 것이다. 나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형태든 피해를 주게 되는 일이 생겼다면 그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대해 평단의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감독은 종종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싶어한다."
- 그래서, 이번 수상으로 그 '상처'가 좀 치유됐는가? "글쎄…이번 수상으로 DVD가 좀 더 많이 팔리면 그렇게 될까?(웃음) 이런 감독이 할 발언으로 좀 그런 건가? 베를린영화제에서의 수상과 상업적인 실패를 회복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걸 얘기하고 싶어서다. 물론 영화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받아냈다는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의 평가는 만장일치가 아니었으니까."
- 이번 베를린에서도 평가는 엇갈렸던 것 같던데. "아 그랬다. 싱겁고 재미없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주 열광하는 사람도 있었다. 거기서도 패가 나뉘었다.(웃음)"
- 알프레드 바우어 상의 수상 의미를 어떻게 보면 되나?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런 부분이긴 하지만….그냥 단순한 특별상은 아니라고 본다. 대상인 황금곰상 직전에 수여하는 상이고, 그런 만큼 공식부문에 주는 상과 같다고 보면 된다. 꽤 큰 상이라는 걸 이번에 나도 알았다."
- 수상 전에 귀띔을 받았나? "알프레드 바우어 상이라는 것은 몰랐다. 주최 측에서 폐막식에 꼭 참석하라는 언질을 받았다. 미리 떠나지 말고. 그래서 어떤 상이든 수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수상 소감으로 부인과의 대화 내용을 말했던데. "내 남편은 영화감독이지만 괜찮아"라고. 그 농담을 이해하던가. "물론. 독일이나 유럽도 영화감독으로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잘 아니까. 폭소도 터지고 기립박수도 있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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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프레시안무비 |
-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포커스를 받았던데. "인터뷰만 한 50번 정도 한 것 같다. 왜 작품 분위기를 갑자기 바꿨느냐, 어쩌느니 저쩌느니 해도 여전히 강렬한 폭력 신이 등장하는데 왜 그러느냐 등등의 질문이 가장 많았다."
- 뭐라고들 답했는가? "작품 분위기를 왜 바꿨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물속으로 너무 깊게 들어간 것 같아서 수면 위로 올라와 숨 좀 쉬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폭력 신에 대해서는 선입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내가 만약 멜로영화를 많이 만든 감독이었다면 이번에 나오는 두 배우의 키스 신을 두고, 왜 그렇게 긴 키스 신을 찍었느냐고 했을 것이다."
- 아무튼 다시 한번 축하한다. "글쎄..축하받는 건 좋은데, 이번 수상으로 이 영화가 유럽쪽에 수출이나 잘됐으면 좋겠다. 또 돈 얘기인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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