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새 편집국장의 임명동의 투표가 부결되는 사태가 발생해 파문이 예상된다.
한겨레 투표관리위원회는 12일 밤 곽병찬 신임 편집국장 후보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에 편집국 기자 150명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 73표, 반대 72표, 무효 5표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편집국 소속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임명동의 투표는 유권자(197명) 중에서 과반수가 참여해 과반수가 찬성해야 가결된다. 곽 신임 국장에 대한 투표는 과반수 하한선인 76표에서 3표가 모자라 부결된 것이다.
편집국장 임명동의가 부결되면 사장은 2주 안에 새 편집국장 후보를 내정해야 한다. 정태기 사장은 13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왜 부결됐나…"편집국장 3번 교체는 대표이사의 문제"
한겨레 사상 처음 있는 편집국장 임명동의 부결 사태는 정태기 사장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임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정 사장 거취 문제를 포함해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지난달 30일 건강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가 오귀환 전 편집국장을 비롯한 편집국 간부들이 총사퇴 의사를 밝히자 5일 사의를 번복하고 오 전 국장의 사표만 선별수리했었다.
이 과정에서 정 사장은 기자들에게 사전 설명이나 사후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앞서 한겨레 기자협회는 9일 성명을 발표해 정 사장의 행보를 강도높게 비판했었다.
한겨레 기자협회는 "대표이사는 임기가 시작된 뒤 2년 동안 무려 세 번째 편집국장을 지명했다"면서 "특히 대표이사 스스로 외부에서 영입한 오귀환 편집국장은 임기 7개월도 안 돼 느닷없이 교체됐고 이 과정에서 대표이사는 편집국 구성원들에게 한마디 설명도 없고 의견을 물으려는 의도조차 없었다"고 문제제기했다.
한겨레 기자협회는 또 "새 편집국장 후보를 지명하고 임명동의를 구하는 공고를 낸 과정도 일방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며 "2년 동안 편집국장을 세 번째 바꾸는 것은 인사권자인 대표이사의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닌데도 대표이사는 권한만 행사할 뿐 이번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한번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곽병찬 편집국장 내정자는 지난 8일 있었던 소견발표 자리에서 "대표이사에게 '잘못이 있다'고 항변하지 않고 편집국장 후보자 지명을 받아들임으로써 혼란을 야기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스스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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