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미녀는 괴로워'의 진짜 미녀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미녀는 괴로워'의 진짜 미녀는?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700만을 바라보는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 롱런의 와중에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이름은 김아중 같은 주연배우의 이름이 아니다. 박무승 같은 투자자의 이름은 더욱 아니다. 그보다는 사실 엔딩 크레딧 한켠으로 휙 지나치기 쉬운 노은희라는 이름이다. 영화계 '신삥'들은 노은희를 만나면 '뭐 하시는 분이에요?'라고 묻기 십상이지만 10년 이상 여기서 이 눈치밥 저 눈치밥 먹어 본 사람은 단박에 '아 그 노은희!'라고 말할 것이다. 맞다. 그 노은희다. 10년 전 백두대간이 지금의 광화문 시절이 아니라 불광동에 처음 둥지를 틀고 나중에 북촌으로 옮겨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그 초창기 시절 이광모 감독과 정태성 당시 백두대간 이사(현 쇼박스 상무이사)와 함께 국내에 예술영화의 붐을 주도했던 바로 그 노은희다.
미녀는 괴로워 ⓒ프레시안무비
지금도 그렇지만 초기의 백두대간 이광모 감독 밑에는 많은 인재들이 모여 있었다. 이광모 감독이 키운 사람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노은희 프로듀서이며 노은희는 '배고픈' 백두대간 시절을 통해 영화를 제작하는 전 과정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비교적 고색창연한 순수 예술주의를 고집하는 순혈주의자 이광모 감독 밑에서 노은희와, 또 한편에서는 정태성 같은 대형 상업영화 프로듀서들이 나온 것은 재미있는 아이러니다. 어쨌든 노은희는 백두대간의 초창기 멤버들이 해체되던 2002년께 영화계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나타난 것이 구자홍 감독의 <마지막 늑대> 때였다. 막 뜨기 시작한 황정민과 양동근을 캐스팅하며 의욕적으로 시장에 나온 이 영화는 그러나, 흥행에서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마지막 늑대>의 실패로 영화계를 떠났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씻고 노은희는 이번 영화 <미녀는 괴로워>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제 그녀는 당당하게 대박영화의 흥행 프로듀서가 됐다. <미녀는 괴로워>를 만들기까지 그녀는 시나리오를 무려 14고까지 수정하며 감독을 너댓명이나 갈아치우는 '괴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은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이 안다.
삼거리 극장 ⓒ프레시안무비
노은희만큼 오래됐고, 또 '늙고 낡은' 영화판 사람들과 이렇게 저렇게 연이 닿아 있는 황윤경 프로듀서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명이다. 이 사람 역시 영화사에 들어 온지 얼마되지 않은 신입들로부터 자칫 '잡상인' 취급을 받을 우려가 있지만 TV프로덕션이나 작은 영화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던 사람들이라면 특히 '아 그 황윤경!'이라고 말할 사람이다. 황윤경은 본디 국내 전설의 TV 외주제작사이자 다큐멘터리 프로덕션인 '인디컴'의 주요 멤버였다. '인디컴' 활동 당시 기획했던 영화가 바로, 한국 최초의 뮤지컬영화를 표방했지만 중간에 '엎어진' 안성기 주연의 <미스터 레이디>였다. 그 한을 풀다 풀다 못풀어 황윤경이 만든 작품이 저예산 최고의 뮤지컬 영화라는 소리를 들으며 지난 해 화제를 모았던 <삼거리 극장>이다.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황윤경이라는 이름이 뜰 때 남몰래 감동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 건 그때문이다. 황윤경 프로듀서가 '인디컴' 시절 전 '이우영상'이란 영화사에서 영화 '숏컷' 등을 수입할 때부터 그녀와 친분을 쌓아왔던 윤태용 감독(<소년, 천국에 가다>)은 시사회에서 황윤경을 만나 이렇게 얘기했다. "(이런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으니) 이제 그만 은퇴해도 돼!" 하지만 그녀의 프로듀서작은 이 영화가 처음이다. 어찌 은퇴하겠는가. 지금은 LJ필름에서 차기작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영화판 경력 10년이 넘은 여걸 둘의 와신상담, 출세작들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영화 한편은 이렇게 10년 공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근데 그걸 관객들이 알까? 하긴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 이 기사는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265호에 실린 글임)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