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권투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나이든다는 것을 도발적으로 탐구하는 영화이며 무엇보다 진정한 미국식 영웅주의에 대한 영화이다.(뉴스위크)"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실베스타 스탤론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새영화 <록키 발보아>에 미국 언론들의 한결 같은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것. 단순히 빈 수레 언론의 요란한 말잔치만은 아니다. 영화 <록키 발보아>에는 심금을 울리는 강력한 신파의 정서가 가득하다. 그건 이제 퇴물에 퇴물이 돼버린 록키 발보아의 대사에서부터 나온다. 60을 넘긴 나이임에도 여전히 링위의 인생을 그리는 록키는 처오빠인 폴리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얘기한다. "내 뱃속은 아직 꿈틀대고 있거든." 여전히 단순하고 무식한 록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리 세련되지 못하다. 그런 그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동네 여인 역시 아주 단순한 말로 그를 위로하는데, 그게 또 명언이다. "권투선수는 링에서 싸워야 해요." 그 여인의 말에 힘을 얻은 록키는 20대 챔피언과의 한판 승부를 위해 링에 오르고 그걸 말리러 온 아들에게 이런 요지의 얘기한다. "실패를 무서워 해서는 안돼. 얻어맞고 쓰러지고 다시 얻어맞고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 그게 중요한 거야." 이건 닭살 멘트인가, 아니면 감동의 멘트인가. 그건 뉴스위크의 말대로 '나이든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어떠냐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문제다. 지난 달 29일에 있었던 국내 시사회 현장에서도 이 영화에 대해서는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들이 이어졌다. 잘만들어진 영화에 좋은 평가가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애초에 아무도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데 다소 놀라움이 있다. 그 이유는 1976년 센셰이셔널한 히트를 기록했던 1편 <록키>가 나온 이후 1991년에 시리즈 5편으로 막을 내린 권투영화 '록키 시리즈'의 16년만의 새로운 버전이라는 점때문이다. 그만큼 재탕 삼탕이 이루어진 진부한 내용의 작품이기 십상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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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발보아 ⓒ프레시안무비 |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동안, 심지어 비웃음까지 받았던데는 주연배우인 실베스타 스탤론 탓이 컸다. 스탤론은 이제 61세를 넘긴 환갑의 나이. 그런데 이 '퇴물'배우가 이번에도 직접 링에 올라가 20대의 전무 KO승의 흑인 복서와 사투를 벌인다는 것이다. 그 누가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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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발보아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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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그 같은 오해와 비아냥을 '뚫고' 관객들의 가슴에 당당히 다가서는 승리를 거둔다. 영화는 시종일관 보는 사람들의 누선을 자극하며 한 '늙다리' 복서의 승리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한다. 환갑에 이른 한 늙은 복싱선수의 새로운 도전기가 이 영화의 외피라면 실제 내용은 이제 할리우드를 떠나려는, 한때의 전설적인 근육질 스타의 '최후의 만찬'같은 것이다. 영화속 록키 발보아처럼 실베스타 스탤론 역시 과거의 영광을 추억속에 묻으며 이제 담담히 링을, 스크린을 떠나려고 한다. 영화속 권투선수 록키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듯이 스탤론 역시 어리석었던 과거의 삶을 자초했지만 이제 그 모든 걸 훌훌 털어내려는 모습을 보인다. 후회도 아쉬움도 많지만 마치 '그것이 삶 아니냐'는 인생 대선배의 성찰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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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발보아 ⓒ프레시안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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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베스타 스탤론은 이 한편의 영화로 지난 10년의 무수한 태작과 범작의 오류,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해 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한편의 영화로 관객들의 용서를 구하는데 성공했으며 사람들이 그를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아듀 록키 발보아. 아듀 실베스타 스탤론. <록키 발보아>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아름다운 퇴장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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