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곳은 자국인 프랑스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잘 지키는 기업으로 칭찬받고 있는 라파즈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라파즈한라시멘트 서울사무소 사무실 앞이다.
단식농성 중인 2명의 노동자는 라파즈한라시멘트의 하청업체인 우진산업의 채희진 노조위원장과 곽민형 화학섬유노조 수석부위원장이다.
"지방노동위원회도 노조의 요구 정당하다는데…"
곽민형 수석부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단식의 목적은 간단하다"면서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인정한대로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단체교섭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정당한 권리인 단체교섭을 하기 위해 이들은 사흘째 단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사내하청 업체인 우진산업은 지난 3월 사내에 노조가 만들어지자 25일만에 폐업 신고를 하고 노동자들에게는 계약해지 통고를 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교섭은 커녕 노조의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원청업체인 라파즈 한라시멘트는 노조 설립 이틀만에 우진산업을 상대로 계약기간 중에 업무조정을 시도함으로써 사실상 노조 활동을 못하도록 했다.
노조는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지노위는 지난해 9월 "라파즈한라시멘트가 우진산업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이며, 2년 이상 사용한 근로자에 대하여 즉시 원직에 복직시켜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노위는 또 지난해 12월 "원청업체인 라파즈한라시멘트가 실질적인 사용자인만큼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이유로 라파즈한라시멘트가 노조의 단협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차례나 노조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렇게 우진산업 노동자들의 복직 요구와 라파즈한라시멘트의 교섭 의무는 지노위의 판정으로 정당성을 얻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회사를 움직일 수 있는 강제이행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라파즈한라시멘트 측은 "하청업체에 대해서는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며 노조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가서 라파즈의 진실 알릴 것"
곽 부위원장은 "국제 노동 기준을 규정한 각종 협약에 가입하고 있는 라파즈가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인 노동법을 전혀 안 지키고 있다"며 "라파즈한라시멘트가 계속 이런 태도로 나오면 라파즈 본사가 있는 프랑스 원정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곽 부위원장은 "이미 화학섬유노조의 국제상급단체인 국제화학에너지광산노련(ICEM)과 함께 프랑스 원정 투쟁의 구체적인 계획을 잡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라파즈 그룹은 2005년 국제건설노련(IFBWW), 국제화학에너지광산노련(ICEM), 세계목공노련(WFBW)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제 노사관계에 관한 협약'이라는 국제산별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자국 내의 고용된 노동자뿐 아니라 사업 파트너, 하청 회사, 부품공급사 노동자에 대해서도 '노동권 보호'를 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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