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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기독교계 신학논쟁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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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기독교계 신학논쟁 불붙나

'요한복음' 해석 놓고 "공개토론 하자"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의 '요한복음' 강의를 둘러싸고 가열된 정통신학 논쟁이 공개토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논쟁은 김 교수가 이달 6일부터 EBS 외국어학습 인터넷사이트(www.ebslang.co.kr)를 통해 강의 중인 '영어로 읽는 도올의 요한복음'에 대해 한국교회언론회가 8일 홈페이지(www.chpr.org)에 '도올 교수의 요한복음 강의 신학적 문제점 드러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한국교회언론회는 "김 교수가 로고스(logos)를 설명하면서 희랍의 로고스 사상과 요한복음의 로고스를 단순 연결시키고 있는 점, '빅뱅(big bang)'과 '창조'를 동일시하는 점 등은 정통신학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EBS 강의를 앞두고 "요한복음은 4개의 복음서 중에서 예수를 역사적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고 하나님 말씀의 구현체인 로고스로 바라보고 있다"며 새로운 해석에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15일 출간한 '요한복음 강해'(통나무 펴냄)에서도 "그 누구도 헤라클레이토스와 요한복음의 저자를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서 BC 500년 전후 활약한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사상을 요한복음의 첫 구절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의 '말씀'과 연결하고 있다.
  
  이어 "로고스는 만물에게 질서를 주며 만물의 생성을 유도하는 법칙이어서 그것을 파악하는 우리의 이성도 로고스이므로 이성이야말로 생명의 본질이고 신성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언론회 사무국장 심만섭 목사는 16일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 사상을 요한복음으로 연결시킨 것은 김 교수의 철학적 견해일 뿐"이라며 "희랍철학의 로고스 사상은 무신론적 사고로 귀결되므로 신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기독교의 유신론과 큰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기독교 정통신학의 '원죄' 개념에 닿아 있는 '회개'(悔改)에 대해서도 해석의 차이가 드러났다. 김 교수는 "역사적 예수는 결코 선ㆍ악의 문제에 이원론적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단지 천국을 선포했을 뿐"이라며 "우리 성경에 '회개하라!'(Repent!)라고 번역한 원어 '메타노이아'(metanoia)는 마음의 방향을 튼다는 의미여서 뉘우친다는 뜻의 '회개'가 아니라 마음을 돌린다는 '회심'(回心)이 바른 해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심'은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이고, 새로운 주체성, 새로운 사회관계, 새로운 세계인식을 요구하는 것으로 그것이 바로 천국이라는 의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언론회는 "죄로 인해 마음이 정상적이지 못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단지 '마음을 돌이키라'고 말하는 것은 포괄적 의미를 놓치는 설명이므로 '회개'라는 의미가 더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성경해석을 둘러싸고 양측이 근본적 견해차를 드러낸 가운데 김 교수는 "기독교계에서 대표를 지정해 내세운다면 공개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한국교회언론회도 "기독교계에 요한복음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만 300명이 넘는다"며 공개토론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교수와 기독교계의 공개토론이 당장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한복음 강좌를 마련한 EBS는 "김 교수는 자신이 그동안 연구해 온 것들을 바탕으로 학문적 입장에서 강의하고 있으므로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며 방송사가 나서서 토론을 주최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도 "기독교계가 대표주자를 내세운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기독교를 대표할만한 저명한 신학자가 아니면 토론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심만섭 목사도 "공개토론은 서로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도 아니다"며 한 발짝 물러선 상황이다. 그는 "김 교수가 출간한 '요한복음 강해'의 본문 해석은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이를 해석한 일부분이 정통신학에서 벗어나 너무 철학적이어서 여기에 대한 분석을 전문가에게 의뢰했으며, 그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정리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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