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늘 먹고 살기가 빠듯한 것은 우리 시대 대다수 직장인들의 고충이다. '과소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외식을 줄여볼까'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살림살이는 별반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빡빡한 우리네 살림살이는 무엇 때문일까?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은 30일 자체조사한 '2007년도 한국노총 표준생계비'를 발표하면서 "가구주, 배우자, 초등학생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구에 필요한 한 달 생계비는 448만1761원"이라면서 "노동자 평균임금은 247만3000원(2006년 11월 매월노동통계)으로 생계비의 55.1% 수준"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 한국노총은 "생계비의 10가지 항목 가운데 주거와 의료,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30%가 넘는다"면서 빠듯한 살림살이 개선을 위해서는 이 부분에서의 사회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4인 가구 표준생계비, 한 달에 448만1761원"
한국노총은 지난해 10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전국 12개 시도, 20개 지역의 물가조사를 통해 가구별로 10가지 항목에 드는 돈을 추산해 표준생계비를 산출했다. 10가지 항목은 식료품, 주거비, 수도 및 전기요금, 가구 및 전자제품비, 피복비, 보건위생비, 교육비, 교통통신비, 교양오락비, 제세공과금 등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새로 개정된 생계비 모형에 따른 것이다.
한국노총의 조사에 따르면 가구주, 배우자, 초등학생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은 월 448만1761원, 자녀가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4인 가족의 경우에는 월 466만196원, 자녀가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4인 가족은 월 494만8078원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3인 가구의 경우에는 월 341만9721원, 2인 가구는 월 274만4834원이 필요하며 혼자 사는 경우에는 남성은 164만3123원, 여성은 161만5357원의 생계비가 든다.
한국노총이 지난해 발표한 2006년 표준생계비는 초등학생 2명을 자녀로 둔 4인 가족의 경우 422만1933원으로, 올해 표준생계비보다 26만 원 정도 낮은 수준이었다.
주거·의료·교육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30%를 웃돌았는데, 지난해 31.8%에서 올해는 32.3%로 그 비중이 다소 증가했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관계자는 "주거·의료·교육비가 가계 부담의 상당수를 차지해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이는 기업 차원에서 부담할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국가 차원의 사회 공공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평균임금으론 1년에 영화 2번 보는 것도 어려워"
한국노총의 이번 조사는 우리 사회에서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표준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줬다. 노동자 평균임금이 초등학생 2명의 자녀를 둔 가정 표준생계비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또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4인 가구 평균소득(2006년 3/4분기 가계수지 현황)도 한국노총이 산정한 표준생계비의 82% 수준에 그쳐 대다수의 가정이 이번 조사 기준보다 못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노총이 산정한 표준생계비의 기준은 무엇일까?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가족을 기준으로, 주거비는 4인 가구가 25평 아파트를 사서 10년 동안 갚아나가는 데 드는 비용을 산출했다. 물론 여기에 관리비와 이사비용, 취득세까지 포함해 월 82만8000원이 들었다.
피복신발비의 경우 의류 구입비와 세탁비, 구두수선비를 포함해 월 23만3000원이, 교통통신비는 컴퓨터 통신비, 손전화사용액, 대중교통 이용료와 차량구입 및 유지비를 합산해 55만 원으로 집계했다.
교육비의 경우에는 자녀들의 학용품비와 학습지 1개를 구독하고 학원 1곳을 다니는 비용으로 36만2000원을 책정했고, 교양오락비는 신문구독료, 1년에 10차례의 경조사에 3만 원씩 부조하는 비용, 1년에 2회 정도 영화를 관람하고 1년에 2회 정도 노래방에 가는 비용으로 월 41만9000원이 드는 것으로 계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