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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교련' 과목이 살아 있었네"

고교 4.2%가 '교련' 수업…'안전생활' 등으로 개명될듯

1970∼80년대 모든 남녀 고교생들이 얼룩무늬 훈련복을 입고 운동장에 모여 뽀얀 먼지를 날리며 총검술과 제식훈련, 구급교육을 받던 광경을 떠올리게 하는 교련 과목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1997년 개정된 제7차교육과정이 사회 환경의 변화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초ㆍ중등 교과를 전반적으로 개편하면서 교련 과목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련이 남녀 고교의 필수과목으로 채택된 것은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다 1명을 제외하고 전원 사살된 이른바 김신조 사건이 발생한 이듬해인 1969년이다.
  
  당시 생포된 김신조는 전국에 생방송된 기자회견에서 남파 목적을 묻자 "박정희의 목을 따러 왔다"고 말했고 이를 계기로 위기감을 느낀 박정희 정권은 북한의 비정규전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향토예비군을 창설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교련과목을 도입했다.
  
  청소년들에게 확고한 국가관을 정립하고 투철한 안보의식을 확립한다는 목표로 학교에서 군사교육을 실시했던 것.
  
  그 결과 모든 남녀 고교생들은 교련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예 집에서부터 얼룩무늬 교련복을 입고 등교했고 운동장은 카빈이나 M16 모형 총을 들고 총검술 등을 배우느라 하루종일 기합과 구령 소리가 끊이지 않아 군대 연병장을 방불케 했다.
  
  학교 무기고 앞에 학생들이 모여앉아 M1 소총을 분해조립하거나 수입포로 총기 부품을 손질하는 광경도 수시로 목격됐다.
  
  여고생들은 대부분 여군 출신인 교련 교사의 구령에 따라 제식훈련을 받거나 전쟁중에 부상한 군인들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들것을 들고 전력 질주하거나 삼각건과 압박붕대로 부상병을 치료하는 훈련을 받았다.
  
  군복 차림의 교련 교사들이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근엄한 표정을 지은 채 등교시간에 학교 정문에 서 있다가 두발이나 복장이 불량한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하거나 얼차려를 주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 이후 1980년대 말 세계적으로 냉전체제가 와해되고 한국에도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분 덕분에 1992년 6차교육과정 개정 이후 교련 수업은 기존의 군사훈련 중심에서 간단한 응급처치술이나 인성교육, 심신수련 위주로 바뀌었다.
  
  1997년 바뀐 7차교육과정에서는 교련 과목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변경돼 교육청과 학교의 재량으로 교과목 포함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
  
  이 때문에 교련 과목을 가르치는 학교는 점차 줄었고 지난해에는 91개 고교(23만665명)에 그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2144개 국공립 및 사립 고교 가운데 교련과목을 유지한 학교는 고작 4.2%에 불과한 셈이다.
  
  한편 교육부가 교련과목 이름을 바꾸기 위해 최근 아이디어를 공모한 결과 교련 교사들 사이에서 '안전과 보건'으로 개명하기를 희망하는 여론이 대세였으나 체육 등의 과목과 경계선이 모호해진다는 이유로 이 이름을 반대하는 다른 과목 교사들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이런 상반된 시각을 감안해 '안전 생활', '생활 안전' 등으로 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늦어도 다음달 말까지는 개명작업을 끝내고 2012학년도부터 새로운 이름의 교과목으로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온 국토의 병영화 바람 속에서 시작된 교련 과목이 38년 만에 군사문화의 흔적을 완전히 털어내고 어떤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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