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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끌어온 '담배소송'…1심 흡연자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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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끌어온 '담배소송'…1심 흡연자 '패'

법원 "흡연에 의한 폐암 발병 입증 부족"

7년여 동안 계속돼 온 '담배 소송'이 1심에서 흡연자들의 패소로 결론이 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재판장 조경란 부장판사)는 25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KT&G(옛 담배인삼공사)가 불충분한 경고 등으로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흡연으로 인해 폐암 등에 걸려 피해를 입었다"며 KT&G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김모 씨 등 폐암 환자와 가족 등 31명에 대해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흡연-폐암 역학적 인과관계 인정되나 직접 요인으로 볼 증거 없어

이번 '담배 소송'의 쟁점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와 정부나 KT&G가 흡연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경고를 했는지 여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들이 장기간 흡연을 해서 폐암 및 후두암이 발병했다는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만, 피고가 제조·판매한 담배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원고들의 발병 원인이 담배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즉 흡연자들의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통계적 관련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원고들의 폐암이 KT&G가 제조한 담배를 장기간 흡연해 발병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이를 입증해야 할 책임은 원고에 있으나 원고가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담배의 중독성'에 의해 폐암에 걸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에 의존성이 있지만 흡연을 자유 의지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고 볼 정도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보인다"며 "원고들이 폐암 등에 걸린 원인이 니코틴 의존성으로 인한 부득이한 발병이라는 점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밖에 '담배의 유해성 경고' 책임 등에 대해서도 "피고 측에 책임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7년 소송…원고 측 "항소", 피고 측 "재판부 현명"

30년 이상 담배를 피워 온 폐암 환자 김모 씨는 1999년 9월 가족들과 함께 KT&G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폐암 및 후두암 환자 6명 및 그 가족들이 3억7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흡연자와 KT&G 사이에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고, 7년 동안 재판부가 수차례 바뀌기도 했다. 이번 소송에서 KT&G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질 경우 유사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으나, 원고 패소 판결로 일단 그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고 측 변호인인 배금자 변호사는 "사법부가 국민을 외면한 심각하고 비극적인 판결로, 매우 실망스럽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혀, 담배 소송은 항소심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반면 KT&G 측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며 "재판부의 판단과 KT&G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담배 소송 해외 사례는

흡연이 폐암 발병의 원인인지 여부를 둘러싼 흡연자와 담배 회사간 법정 공방은 1950년대 미국에서 첫 소송이 제기된 이래 유럽 각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계속돼 왔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담배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경우가 간혹 있었던 반면, 일본과 프랑스, 독일 등 대륙법 국가에선 흡연자의 책임에 무게를 두고 담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절대적 수치에서는 소송을 낸 흡연자의 패소 비율이 월등히 높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미국에서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종종 나왔으며 이에 따른 흡연자들의 추가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 미국, 흡연자 간혹 승소 = 미국에선 수십 년간 담배를 피우다 폐암으로 사망한 흡연자의 유족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례 마다 법원의 판단이 다르지만 법원이 흡연자의 손을 들어준 경우도 있어서 이번 소송을 이끈 우리나라 흡연자측 변호인도 이같은 추세에 기대를 걸었었다.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40년간 담배를 하루 두갑씩 피우다 폐암에 걸린 리처드 보켄에게 50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적이 있고 이보다 앞선 1999년 2월 샌프란시스코주 법원은 필립 모리스에 대해 흡연 피해자에게 5150만 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1999년 3월엔 오리건주 법원이 같은 회사에 7950만달러의 손배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필립 모리스의 요청에 따라 현재 배상 액수가 적절한지를 놓고 미 연방 대법원의 재심이 진행 중이다.

선고가 나기 전 재판부가 중재해 양측이 합의한 경우도 많다. 1998년 미국 46개 주정부가 "흡연으로 관할 지역 주민들의 건강이 나빠져 복지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며 주요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5년에 걸쳐 2460억달러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받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담배 소송이라 해도 소송을 내는 원인에 따라 재판부의 판단 기준도 달라진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110만 명의 흡연자들이 "'라이트', '저타르' 등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담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순한 담배라는 이미지를 줬어도 담배가 유해하다는 사실도 함께 알렸으므로 담배 회사가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볼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결 요지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발병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 청구 원인이었다.

◇ 일본.프랑스 '흡연자 책임' = 일본 최고재판소는 작년 2월 폐암 환자 6명이 장기간 흡연으로 폐암에 걸렸다며 일본담배회사(JT)와 국가를 상대로 낸 6000만 엔의 손배소 상고심에서 담배 회사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당시 원심 재판부는 ▲ 흡연이 폐암 등을 일으킬 중대한 위험이 있으며 유해하다는 사실은 사회적 상식이지만 기호품으로 정착했고 ▲ 중독성이 술보다 훨씬 약해 본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금연할 수 있어 담배 제조ㆍ판매의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고법원도 2003년 11월 수십 년간 하루 담배 2갑을 피우다 폐암에 걸려 숨진 리샤르 구르랭씨 유족이 담배 회사 알타디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독일에서도 2003년 흡연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으나 아른스베르크 지방법원은 "모든 사람이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담배의 중독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원고의 건강 악화가 흡연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기각한 적이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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