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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단축 카드' 정말 폐기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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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단축 카드' 정말 폐기됐을까?

與일각, '盧-한나라 개헌연대' 시나리오에 '긴장'

개헌의 정치공학과 관련해 '고전적 시나리오'가 하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단축 카드'로 한나라당을 압박해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이 그림은 노 대통령이 연초에 "임기단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을 박음으로써 폐기된 듯 했다.
  
  그러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 변수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그것도 최근의 정치권 상황과의 긴밀한 연관성 하에서다.
  
  청와대 "여론은 변한다"
  
  청와대는 요즘 유난히 개헌에 관한 여론의 변화를 확신하는 듯한 말을 쏟아낸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23일 "개헌을 하면 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대통령에 나온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오해가 풀리고 있다. 이 문제가 풀리면서 여론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차례 "여론은 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실장의 말이 아니어도 여론은 단기간에도 반전되는 가변성이 있다. 단, 여기엔 반전의 계기가 전제돼야 한다. 노 대통령이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하거나 개헌 발의 및 국회 토론으로 이어지는 뻔한 경로가 반전의 계기가 되기는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가장 효과가 큰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다.
  
  청와대가 연일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소속 대선주자들을 두드리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 대통령은 연두회견에서 "(개헌) 논의조차 봉쇄하는 것은 공당이 할 일이 아니다. 국민의 지지가 높으니 오만해 진 것이다. 부자 몸조심하는 모양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여야 지도자, 언론들이 모두 하자고 했던 개헌인데 대통령이 꺼내놓으니 모두들 입을 다물어 버렸다"며 "이해관계를 셈하고 눈치만 보는 것은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의 태도가 아니다"고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을 겨눴다.
  
  이병완 실장은 "대선 주자들도 옳으면 옳다고 하는 배짱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주판알 튕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당 "국회가 개헌안 발의해야"
  
  문제는 철옹성 같아 보이는 한나라당의 '무대응'이 풀리느냐다. 아직까지 한나라당에선 별다른 기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쪽에선 무언가 이상기류가 확연하게 감지되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은 최근 "국민 다수는 대통령 연임제가 옳다면서도 대통령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데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면서 "국회의 발의권이 우선이므로 국회가 주도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임채정 국회의장은 지난 주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권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개헌의 특성상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광범위하게 국민적 토론을 거친 뒤 의원 입법 형식으로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열린우리당 개헌특위에선 원포인트 개헌 외에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토지공개념 제도를 검토하기로 했다. 개헌의 주체를 국회로 할 것인지 청와대로 할 것인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개헌 발의를 저지하려는 듯한 이 같은 움직임에는 청와대발(發) 개헌정국에 관한 우려의 시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어차피 개헌 정국의 두 주체가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대선주자)인 이상 실제 개헌정국이 형성되면 열린우리당의 소외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개헌안을 발의하자는 정 전 의장 등의 제안은 '그래야만 우리당(대선주자들)에게도 최소한의 발언권과 주도권 행사의 여지가 확보되지 않겠느냐'는 수세적 계산에서 나온 방안이다.
  
  우리당 '긴장'의 속내
  
  한 발 나아가 여기에는 만약 한나라당이 개헌에 응할 경우 청와대발 개헌 정국의 파괴력이 우리당의 대선 전망을 송두리째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말 못할 경계심이 더욱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천정배 의원은 24일 일부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개헌이 반드시 안 된다고 보기도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여기까지만 말하겠다"고 그 의미에 대한 풀이를 에둘러갔으나, 한나라당이 개헌에 응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그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대목에서 개헌 논의의 '고전적 시나리오'를 현재화시켜 다시 꺼내들었다.
  
  요컨대 노 대통령이 임기 카드를 자락에 깔고 개헌을 요구할 경우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현행헌법에 따라 무조건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흔들리면 한나라당 후보들로서는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극력 저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누구보다도 노 대통령의 하야 상황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 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 이를 감안해 이명박 전 시장 쪽에서 통 크게 수용하는 듯한 모양새를 먼저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략가들 사이에선 이런 논의가 상당히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왜 당 사수파들이 기간당원제 고집까지 접고 우리당의 탈당 흐름을 차단하려 애 쓰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소한 노 대통령의 개헌 발의시점까지는 당의 형태를 유지토록 해 개헌 논의의 토양으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만약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사이에 '개헌연대'가 형성되면 우리당은 물론이고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재앙에 가까운 궤멸적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여권 정계개편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 대선정국 내내 '노무현-한나라 개헌연대'에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기우'냐 '뇌관'이냐
  
  결국 물 밑에서 조심스럽게 되살아나고 있는 노 대통령의 '하야 카드'는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까지도 정확하게 겨누고 있는 셈이다.
  
  이 카드가 그저 열린우리당의 '기우'로 끝이 날지, 아니면 한나라당 측의 호응으로 '정국의 뇌관'이 될지는 시간을 조금 더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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