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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의 비극'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권오름]15년만의 평화 깬 미국 등의 소말리아 침략

소말리아와 미국의 대리전, 1막 종료

소말리아 과도정부 수상인 알리 무함마드 게디(Ali Mohamed Gedi)는 1월 2일 "소말리아 내에서 이슬람법정연합(UIC)의 세력을 쫓아냈으며, 앞으로 소규모의 전투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제압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말리아 과도정부와 함께 이 전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이디오피아군이 소말리아 전역을 점령함으로써 2주간의 짧은 일방적 공격은 끝이 났다.

그리고 1월 4일 소말리아 접경 국가인 케냐에서는 소말리아와 맞대고 있는 국경에 군대를 파견하여 이슬람법정연대 무장세력의 케냐 유입을 막고 있다.
▲ 소말리아 침공 일지 ⓒ인권오름

미국의 직접 개입

소말리아 및 이디오피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국가인 지브티에 대규모의 미군기지가 있고 이 미군기지의 주요한 임무중 하나는 이디오피아 군대를 대상으로 군사작전훈련, 전문군사교육, 군사훈련 관리, 반테러작전, 군의료지원훈련들이다.

이로 인하여 이디오피아 정부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지니게 되었고, 미국의 군사지원 하에 있던 이디오피아 정부는 미국에 의한 전 세계적 반 테러전쟁을 충실히 따르는 아프리카 내에서의 미국 군사전략 정부였다.

그리고 이슬람법정연대는 계속적인 부인해 왔지만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슬람법정연대와 알카에다의 연계를 주장했고, 이슬람법정연대의 지도자 중 한 명을 1998년 케냐의 미대사관 폭발사고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슬람법정연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그리고 미국에 의해 작년 말 소말리아에 유엔의 평화유지군 파병 결정을 얻어냈다. 이런 관계로 인하여 이번 소말리아의 이디오피아 침공이 미국에 의한 이디오피아의 대리전이라고 명명된 것이다.

그런데 이 전쟁의 배후에 있었던 미국이 1월 3일, 소말리아 인근 해안에서 이슬람법정연합의 해상로를 통한 피신을 막고 이슬람법정연합의 지도자를 체포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해군을 동원해 해상 정찰을 함으로써 공식적으로 이번 전쟁에 개입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 숀 매코맥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소말리아의 이슬람법정연대 지도자 등을 검거할 목적으로 지부티에 주둔한 미군이 소말리아 해역을 순찰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이번 전쟁의 직접 개입을 인정했다.

이번 전쟁의 주인공 중 하나인 이디오피아는 유니세프(UNICEF) 최근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최빈국 중 하나다. 또 전체 인구의 23%가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으며, 평균수명이 48세로, 커널 멩기추(Colonel Mengistu) 정권의 수십 년에 걸친 독재기간을 거친 국가다. 이디오피아의 독재정권은 1991년 이디오피아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의 공세로 끝났다.

당시 이디오피아인민혁명민주전선 의장이었던 멜라위가 현재까지 정권을 잡고 있다. 이디오피아는 오랜 기독교 국가이지만 현재 무슬림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45%이고 인접한 에리트리아와의 계속되는 분쟁과 빈곤으로 인해 대다수의 이디오피아 민중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또한 현 멜라위 정권은 15년간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2005년 5월에는 당시 이디오피아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디오피아 전 지역에서 시위하던 학생들과 민중들을 탄압했다.

당시 국제앰네스티는 26명의 학생과 수십 명의 시위자가 살해당했고, 수백 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1500명 가량이 체포되어 고문 위협에 놓였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06년 6월 이웃나라인 소말리아에서 이슬람법정연대가 수도를 장악하고 그 세력을 넓히자, 이디오피아 멜라위 정부는 당시 소말리아 외곽도시에만 영향력을 한정하고 있던 소말리아 과도정부 측에 무력 지원을 했다.

이디오피아의 현 독재정권이 국내외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이 현 정권의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9.11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고, 이디오피아 멜라위 정부는 중요한 동맹국 역할을 해 왔다.

이에 미국은 군사적, 경제적 지원으로 이디오피아에 답례했고, 현재 이디오피아는 미국에 의해 훈련된 20만 명 가량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 15년만의 평화는 또다시 깨지고 말았다. 민중들은 전쟁을 선택할 수 없지만, 전쟁은 민중들에게 총을 강요한다. ⓒ www.nettavisen.no

내전? 지역전? 종교전?

이번 전쟁이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 전쟁이 소말리아 과도정부와 이슬람법정연대의 전쟁, 즉 내전이라고도 하고, 또는 소말리아 과도정부와 이디오피아, 그리고 그 뒤의 미국으로 묶여진 동맹과 이슬람법정연대와 에리트리아, 그리고 일부 중동국가를 묶는 동맹 간의 전쟁이라고도 한다.

또는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종교전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침공은 아무런 힘도 없는 소말리아과도정부를 꼭두각시로 내세워 미국에 의해 잘 훈련된 이디오피아의 멜라위 정권 군대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서 올해 6월부터 소말리아에서 세력을 확장 중인 이슬람법정연대를 무력 처단한 것이다.

1991년 이후 소말리아는 세속 부족과 군벌에 의해 무법, 무질서의 상황이었다. 1992년 유엔과 미국은 소말리아에 개입하지만 1995년 공식적으로 임무실패를 선언하며 소말리아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았다. 그 이후 소말리아 내부 상황은 큰 군벌 간의 전쟁, 더불어 소규모 군벌들까지 전쟁에 개입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장 빈곤한 나라가 되었다.

수십만 명이 유엔의 긴급구호물자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나 몰라라 하고 있던 미국은 올해 6월 이슬람 샤리아를 법과 질서로 내세운 이슬람법정연대라는 세력이 수도를 비롯하여 소말리아 전역으로 세력을 키우자 그제서야 소말리아와 오랜 긴장관계에 있던 이디오피아를 부추겼다.

거의 15년 이상을 기아와 빈곤, 무법과 무질서 상황 속에 있던 소말리아 민중들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치 않다가, 더군다나 이슬람법정연대의 부상 이전에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를 장악하고 있던 군벌에게는 자금지원까지 하면서 소말리아의 무법상황을 방치했던 미국이 이슬람법을 질서수단으로 하는 세력이 나타나자 이를 이디오피아와 소말리아 과도정부를 내세워 무력으로 차단한 것이다.

미국의 눈에는 수백만 소말리아 사람들의 고통의 찬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직 '이슬람이라는 귀신'만 보였던 것이다.

전쟁 끝? 전쟁 2막의 시작!

이슬람법정연대의 짧은 소말리아 통치 기간 동안 수도 모가디슈는 상대적으로 법과 질서가 생겼고 공항과 항만도 열었었다. 오랜 가뭄과 내전, 무법으로 고통의 극한에서 지냈던 소말리아 민중들에게는 어리둥절하면서도 반길 일이었지만 내부적으로 이슬람법정연대 강경파에 의한 강력한 통제정책(서구적 음악과 영화 상영금지, 축구관람 금지, 여성 히잡 착용) 등은 수도 모가디슈에서 반발을 가져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슬람법정연대에 의한 이런 시도는 외세의 군대에 의해 단명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디오피아 수상은 소말리아 내의 여론악화를 우려하여 자국의 군대를 수주일 내로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고, 소말리아 과도정부 수상 게디 역시 공항과 항만을 열고 무기소지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외세의 군대가 철수하면 당장 과도정부 내에서 소말리아를 통제할 힘이 없기에 소말리아 과도정부는 유엔이나 이디오피아에 군사력을 빌리려고 할 것이다.

또한 이슬람법정연대의 세력이 전투로 인하여 패퇴하였다기보다는 각 근거지에서 먼저 빠졌기 때문에 다수의 세력이 인근 케냐나 수단에 자리 잡고 있고, 또 일부는 소말리아 내부로 스며든 상태다. 이미 그들은 소말리아 과도정부에 대해 공세를 펴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더불어 여전히 소말리아 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세속 군벌과 부족은 또 다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소말리아 과도정부와의 관계를 설정할 것이기에 전쟁의 2막은 1막의 종료와 함께 이미 시작된 것이다.
▲ 전쟁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소말리아 민중들은 언제쯤 평화를 되찾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www.cbc.ca

외세에 의한 '평화'

여전히 아프리카 내 많은 사람들은 최악의 빈곤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매번 텔레비전과 신문 국제면을 채우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과 여인들의 사진들만 봐도 그들이 빈곤 상황 속에서도 가장 피해 받는 집단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먼저 제국주의에 의한 국토분할에 그 최초의 원인이 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국주의 국가들은 다른 인종, 종교, 부족의 사람들을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자르고 나누었다. 이에 수많은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 그 국경선 안에 고스란히 가두어져 있었고, 그로 인해 늘 내전의 불씨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상황은 일로 악화되어 갔다.

그같은 악화에는 가뭄 등과 같은 자연재해도 한몫 했고, 각 정부의 부패 역시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외세에 의한 전쟁으로 인해 소말리아 민중들은 또 다른 시련을 맞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슬람은 곧 테러'라는 악령에 씌여 15년 만에 소말리아 민중들에게 찾아온 새로운 기회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소말리아 과도정부를 꼭두각시로 만들었다.

당장 외세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소말리아 과도정부는 소말리아 민중의 지지도 없는 상황에서 계속적으로 외세의 힘에 의존할 것이고 결국은 소말리아의 상황도 이라크의 상황과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또한 소말리아 민중의 95%가 무슬림인 상황에서 미국과 이디오피아의 존재는 반감과 갈등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세속 군벌이 여전히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칫 과거 수십 년 동안 반복되어 왔던 무정부 상황으로 갈 확률 또한 높다.

민중의 지지가 없이 외세의 힘만으로는 평화가 구현될 수 없다. 이는 이미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그리고 여타의 경험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전세계에 전쟁을 일으키며 그 곳에 고통의 씨앗을 심었다. 미군의 주둔과 점령으로 이라크에서, 아프카니스탄에서, 전 세계 많은 곳에서 민중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소말리아도 예외가 아니다.

이 글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발행하는 <인권오름> 최근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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