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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한미FTA는 토종 제약업체에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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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한미FTA는 토종 제약업체에 쓰나미"

한국협상단 GMP 상호인정 제대로 요구도 안해

"한미FTA가 진짜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접근할 기회를 넓히는 것이 되려면 GMP 상호인정을 요구했어야 합니다. 제약업계가 수차례 정부에 요구했지요. 그러나 우리 협상단은 말도 제대로 꺼내보지 않았습니다."
  
  복제약(제네릭 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소위 '토종 중소 제약업체'들로 구성된 대한약품공업협동조합 박재돈 이사장의 불평이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는 의약품의 제조공정을 규율하는 기준이다. GMP 인증을 받아야 의약품을 제조 판매할 수 있다.
  
  GMP는 각 국 정부에서 정한다. 한국은 한국 식약청에서, 미국은 FDA에서 정한다. 즉, 한국시장에서 판매되는 약품은 한국 식약청이 정한 GMP, 통칭 KGMP를 만족시켜야 하고, 미국에서 판매되는 약품은 미국의 GMP를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아시아와 중남미에 수출하는 한국 제네릭 약품, 미국엔 못팔아
  
  현재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네릭 약품들은 아시아와 러시아, 그리고 중남미 각국에 수출되고 있다. 한국식약청에서 발급한 GMP 인증서와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의약품 등재확인서만 갖추면 수입국에서 국내시판을 허용해준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서류를 갖춰도 미국 시장에는 팔 수 없다. 미국에 의약품을 수출하려면 미국 FDA에서 직접 나와 실사를 한 뒤 발급하는 미국 GMP 인증서를 받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제약업계는 한미FTA 지원단과 보건복지부에 GMP 상호인정을 한미FTA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한국협상단의 무성의한 태도로 무산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미간 GMP 상호인정을 통해 미국 FDA의 인증을 다시 받는 번거로움과 경비 지출 없이 미국 시장으로 한국 약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시도조차 되지 않고 무산돼 버리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GMP 상호인정이 포함되지 않으면 한국 제약업계가 한미FTA를 통해 얻을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한미FTA로 인해 한국 제약업계가 입게 될 피해는 크다. 먼저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신약의 지적소유권 보호기간을 연장해줄 때 발생하는 직접 피해가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기간이 늘어나면 토종제약업체들의 제네릭 약품 출시 시기가 그만큼 늦어지고, 시장점유율도 감소된다. 제약협회에서는 이 피해액이 연간 약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측의 요구를 들어주느라고 늘어나는 국민건강보험재정의 약제비 지출 증가분을 제네릭 의약품 가격 인하로 상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서 오는 피해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해 국정감사에 출석해서 "미국 측의 신약가격 인상요구와 지적재산권 보호기간 연장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인상 요인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시행을 통해서 상쇄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지적재산권 인정기간을 연장해 줄 경우 건강보험재정 부담은 5000억 원정도 늘어난다. 이 부담을 국내업체가 생산하는 제네릭 약품 가격을 줄여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침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신약 가격의 80% 수준이던 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68% 수준으로 낮추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마련, 지난 해 12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박재돈 이사장은 "지금 제네릭 약품을 주로 생산하는 제약회사들의 이윤율이 7% 정도인데,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실시하면 이런 회사들의 매출액이 15% 줄어들게 된다. 매출은 줄어도 비용은 줄어드는 것이 없다. 결과적으로 지금 7%의 흑자를 내고 있는 회사들이 8%의 적자로 돌아선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살아남을 회사는 거의 없다"고 중소제약업계의 절박한 사정을 전한다.
  
  현재 국내에서 의약품을 생산하는 230여 제약 업체 중 10여 개를 제외한 업체들이 모두 제네릭 의약품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보건부, FTA 따른 건강보험재정 부담 토종제약업계에 떠넘겨
  
  이처럼 한미FTA와 약가적정화 방안이 모두 실시될 경우 제네릭 약품 생산을 주업무로 하고 있는 토종 제약회사들은 결국 모두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것이 제약업계의 판단이다.
  
  제약협회의 문경태 부회장은 "건강보험공단이 약가협상에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강하게 나갈 수 있는 배경에는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하는 수백 개의 토착 의약품 회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네릭 의약품이 모두 몰락하고, 신약이든 특허가 끝난 약품이든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생산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건강보험의 약제비 부담이 지금보다 더 높아지지 않겠는가"라고 묻는다.
  
  토종 제약회사들이 다국적제약회사의 횡포로 부터 보험재정과 국내소비자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견제세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토종제약회사가 존재하지 않는 대만의 경우, 건강보험재정의 약제비 부담율이 한국보다 높다. 대만의 건강보험료율은 9.1%로 한국의 4.77%보다 훨씬 높다.
  
  제약산업은 과학기술부가 2003년에 선정한 10대 국가 성장 동력산업 중의 하나다. 국민소득 증가, 고령화, 그리고 튼튼한 생명공학 연구 기반 등으로 인해 제약 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업자원부가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제약산업은 그러나 지금 한미FTA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라는 쓰나미를 맞아 국가 성장 동력을 제공하기는 커녕, 고사할 위기에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인식이다.
  
  토종제약 업체들의 몰락은 6만5000여 명 제약업계 종사자들 중 상당수의 해고 위기와, 건강보험과 국민들의 약제비 부담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고 제약업계는 보고있다. 제약업계가 제조업계에서 최초로 한미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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