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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중교통요금 왜 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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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중교통요금 왜 올리나?

[지방의회 돋보기]'공공성' 없는 대중교통 공영제

서울시는 2007년 교통요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 모두 기본요금을 교통카드 기준으로 800원에서 900원으로 100원씩 올리고(12.5% 인상), 현금승차를 할 때는 100원을 더 내는 지금과 달리 200원씩 더 내도록(30% 인상) 하는 방안이다.

그뿐만 아니라 광역버스 요금은 현재 14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리고, 지하철 거리비례요금은 현재 '기본 12km, 6km당 100원 추가'에서 '기본 10km, 5km당 100원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대중교통 요금 조정안은 시의회 의견청취 절차와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통해 요금기준 및 요율을 결정한 뒤 서울시장의 운임범위 결정 및 고시 등의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지난해 12월 19일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에 '대중교통 운임범위 조정에 대한 의견청취안'이 상정된 것은 첫 출발이었다.

다행히 본회의에서 이 안은 간신히 부결됐다. 아슬아슬했지만 서울시의회가 시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 의견청취안 자체가 법적 제어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도 시의회의 부결 결정을 존중해야 하므로 2월 교통요금인상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는 물러날 기미가 없다. 오는 2월 있을 서울시의회 임시회에 다시 이 안을 상정해 4~5월 경에는 교통요금을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언제까지나 요금을 마냥 동결시킬 수만은 없겠으나 인상하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내용을 아무리 뜯어봐도 납득되는 구석이 별로 없다.

예컨대 서울시는 버스지원금 형평성 차원에서 광역버스를 고급서비스로 간주해 수혜자 부담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광역버스가 관광버스인가? 거의 모든 승객들이 출퇴근 등 일상생활을 위해 이용하는 버스다. 기초생활서비스라고 보는 게 당연히 옳다. 그럼에도 고급서비스로 간주해 300원이나 인상하는 조치가 어떻게 납득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더욱 기가 찬 건 시정개발연구원이 광역버스 요금을 인상해도 승객이 별로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는 점이다. 서울 외곽에 사는 서민들의 상당수에게 광역버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상적인 교통수단이니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인상요금을 떠안아야 하는 서민들의 처지를 오히려 시가 악용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거리비례제를 적용하는 지하철 경우도 인상안을 도입하면 3.8%의 인상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004년 교통요금체계 개편 당시 공청회, 시민대상 설문조사, 시의회 의견청취,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거치면서 지하철 이용자들의 요금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해서 조정한 게 지금의 안이다. 시민들의 항의가 거셀 때는 거리체계를 늘렸다가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은근슬쩍 요금정산 거리를 단축하는 것은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서울시가 2004년 도입한 버스준공영제도 역시 시민의 발인 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와 다른 효과를 내고 있다. 수입금을 공동관리하고 적정이윤을 포함한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해 운송비용 대비 운송수입의 적자분을 재정지원 하는 게 제도의 골자다.

버스 업체들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톡톡한 재미를 봤다. 버스준공영제 시행 전에는 연평균 2억200만 원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하던 57개 시내버스업체들이 제도 도입 이후 서울시의 적자보전 덕에 연평균 11억7200만 원의 이윤을 챙겼다.

반면 적자보전에 따른 시의 재정지원은 준공영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연간 970억 원 대에 그쳤으나 2005년에는 2431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다급해진 시는 운송수지 개선대책으로 적자노선(승객과소노선)을 단축, 통합, 폐선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공공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버스 운전자들은 심각한 노동 강도에 시달렸다. 출퇴근 시간대를 중심으로 근무체계를 짜도록 한 소위 '쉬프트제도' 도입 때문이었다. 바쁜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한가한 시간에는 대기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버스 운전자들은 휴식도 없이 가중된 노동을 견뎌야 했다.

버스 업체들은 쉬프트제도 도입으로 744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이는 인건비 상승분 650억 원을 상쇄하고도 남는 비용이다. 그러나 제도의 혜택을 본 대부분의 버스업체들은 최소한의 자구노력도 하지 않았다. 예컨대 버스업체들이 서울시와 맺은 협약대로 유류 및 타이어를 10%만 공동구매해도 연간 300억 원 이상의 재정 절감효과를 볼 수 있음에도 이런 노력은 전혀 없었다.

교통체계 개편의 궁극적 목적은 대중교통의 공공성 확대다. 버스 준공영제 도입의 취지도 서민들의 발인 버스에 공공성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요금인상 같은 본말이 전도된 역할을 하는 제도로 변해가고 있다. 몇 가지를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첫째, 대중교통에 대한 정부 재정은 확대돼야 한다. 중앙정부는 대중교통 발전과 육성을 위한 재정을 확보하여야 하며, 확보된 재정은 지역의 종합적인 교통계획에 따라 교부되어야 한다.

둘째, 대중교통의 공공성 확대 및 운영의 투명성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 '버스공사'를 신설하거나 일부 노선의 직접 경영을 통해 원가산정과 같은 정보 및 경영과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대중교통 위주의 교통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버스의 운영은 수익성 위주가 아니라 이용자 편의에 따라 노선의 조정, 배차가 이루어져야 하며 자가용 운행을 되도록 억제하는 등 교통수요관리 정책이 병행 실시돼야만 교통관리 및 경영의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

넷째, 노인, 청소년, 장애인 등과 같은 교통약자의 보호와 서민의 교통기본권 확보를 위해서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억제되어야 한다.


서울시가 이같은 체계적 관리시스템 도입을 꺼리고 버스업체도 자구 노력을 포기하는 한 대중교통요금 인상 같은 방안은 어떻게 봐도 명분이 없다. 서울시가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판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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