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노 대통령 "개헌 안 돼도 임기 단축 없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노 대통령 "개헌 안 돼도 임기 단축 없다"

"한나라 민주정당 맞나? 조중동, 개헌 필요하다더니"

노무현 대통령이 "제 신임을 건 것이 아니기 때문에 4년 연임제 개헌안이 국회에서나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더라도 임기 단축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자신의 당적 이탈 문제에 대해서도 "야당들이 개헌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할 경우에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노 대통령은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논의가 성사될 수 없기 때문에 제기하지 않고 개헌 문제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탈당', '임기 단축', '선거구제 개편' 등은 개헌안 관철이 힘들 경우 노 대통령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됐던 카드들이다. 이 정치적 카드들의 사용 가능성을 본인의 입으로 차단한 노 대통령은 '4년 중임제 개헌' 문제에 올인 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일체의 개헌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 "민주정당 맞습니까?"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꼽아 거명하며 "이 신문들이 얼마 전까지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도했었다"고 공박했다.

"임기단축 없다. 신임을 건 적이 없다"

노 대통령은 11일 이날 갑작스레 잡힌 기자간담회 모두에서 "이번 헌법개정은 저에게 관련된 것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자기 임기를 한 번 연장해보려고 헌법개정 하려는구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며 "예전에 개헌이 그 당시 집권자의 집권연장을 위해 실시됐기 때문에 현재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참 동안 개헌의 정당성을 강조한 노 대통령은 "1987년 헌법은 좀 심하게 말하면 엉겁결에 바뀐 헌법이라 그 당시 사회적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불안정한 헌법을 20년간 손대지 않아서 내용을 여러 가지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꼭 필요한 헌법 개정 논의를 하기 위한 1단계 헌법개정 작업이 이번에 제가 제안한 (대통령 임기에 국한된 원포인트 개헌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헌법조항 중에 고칠 것이 많지만 일단 원포인트 개헌을 통해 연쇄적 헌법개정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것.

이어 노 대통령은 △탈당과 개헌을 쉽게 하기 위한 임기단축 카드 △개헌 무산 시 조기 하야 가능성 등을 묻는 질문을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탈당 가능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것조차 "야당들이 개헌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 온다면 고려할 수도 있다. 대개 그런 정도로 열어놓겠다"고 한정지었다.

개헌과 맞교환 할 경우에만 탈당이 가능하다는 것.

노 대통령은 "내가 임기단축을 하겠다고 하면 (한라당이) 찬성하려고 하다가도 안할 것"이라며 "개헌이 부결돼서 임기를 그만두게 되면 당연히 부결시키고 선거 빨리 하고 싶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노 대통령은 "하여튼 그것과 관련 없이 임기단축을 하지 않겠다"며 "저는 신임을 걸지 않았다. 대통령의 책무로 이 권한(개헌 발의권)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 신임을 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듣는 사람은 '갑자기'지만 준비하는 사람은 다르다"

'지난 해 2월만 해도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갑자기 말이 바뀌었다'는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되기 어려운 일을 자꾸 벌리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며 "실제로 그 때 개헌할 생각이 있었다면 지난 한 해 개헌논의가 무성해 국정 진행에 지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다소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이 지난 한 해 국회에서 노력해주셔서 생각보다 많은 국정이 마무리 됐다"며 "남은 것들이 있지만 성과가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고 올해 갑자기 개헌 문제를 제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노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발목잡기로 국회에 수천 건의 법률이 쌓여 있고 여당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맹렬히 비난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갑자기'라고 말씀들 하시지만 이런 제안은 갑자기 나올 수밖에 없다"며 "듣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갑자기'로 들리지만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갑자기'가 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노 대통령은 "조선, 중앙, 동아일보도 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기사를 썼었다"고 덧붙였다.

"정략? 3당합당 안 따라간 것과 탄핵도 정략이냐?"

노 대통령은 '개헌 논의가 정략적'이라는 비판에 강력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대표적으로 정략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다 지난 날 제가 발의하려고 하는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사람"이라며 "그리고 제 임기 중에는 (개헌이) 안 된다는 말도 최근에 와서 하기 시작했다"고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을 맹렬히 비난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제가 3당 합당 때 안 따라 간 것도 정략이냐? 모두 안 된다고 할 때 부산에서 총선 출마한 것도 정략이냐? "며 "그게 다 정략이면 제가 (앞을) 훤하게 내다보는 현명한 사람 아니겠냐?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지도자로 봐줘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저는 제 양심이 지시하는 대로 그때그때 제가 서야 할 자리에 섰다"며 "지난 번 탄핵도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이 낭패를 봤지만 제가 공작한 것이 아니고 그들 스스로가 뛰어든 것이 아니냐"며 한나라당의 아픈 곳을 찌르기도 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토론 거부 결의안까지 내고 (의원들에게) 함구령까지 내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어떤 정당이 이런 정당이 있는가. 민주정당 맞는가"라며 맹비난을 이어갔다.

또한 노 대통령은 "차기 지도자들도 이와 같은 중대한 국가적 과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자기 논리를 밝혀야 한다"며 "5년간 국정 운영을 맡겠단 지도자들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문제까지 외면하면 장차 5년 국정을 잘하겠다는 얘기는 모순이지 않냐"고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을 겨냥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여야 대권주자들과 개헌 문제를 직접 논의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대선)주자라는 분들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해주시면 좋겠다는 원론적 말씀만 드리겠다"고만 답했다.

"중대선거구제 꺼낼 생각 없다…개헌에만 집중"

'개헌 등 추상적 담론에만 몰두해 경제, 민생 문제를 등한시 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노 대통령은 "개헌을 국가의 근본 제도에 관한 문제로 보면 단지 정치가 아니라 국가의 기본제도에 대한 정책"이라며 "부동산, 서민생활, 경제, FTA, 북핵 한미관계 다 열심히 하겠다. 지장 없다"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는 대통령이 어디 있나"며 "멀티 태스킹은 일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작업 방법이라 동시에 여러 일을 할 수 있으니 개헌이 국정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이 국정에 지장을 준다면 2002년 월드컵 때문에 우리 국정이 마비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임기 내에 선거구제 개편 등 다른 정치적 이슈를 제시할 의사나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선거구제에 관한 한 한나라당이 중대선구제를 하거나 비례대표 늘리는 데 대해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토론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개헌도 반대하고 선거구제 개편도 반대하지만, 특히 선거구제에는 소위 일정 지역에 있어서의 지역적 독점권 갖고 있는 결정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억지로 하자고 설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하지만 개헌에 관한 한 한나라당에 뭐가 불리하냐"고 다시 한 번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불안감' 불식에는 일정 부분 성공…정치적 타결 가능성은 더 낮아져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설사 개헌이 실패하더라도 중도하야 할 가능성은 없다. 끝까지 국정운영에 전념하겠다' '선거구제 개편 등 다른 정치적 의제를 제기하지 않겠다' '다른 국정도 충실히 챙기겠다'고 확언함으로써 국민들과 정치권의 불안감을 일부나마 불식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개헌 실패 시' 노 대통령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지내리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또한 노 대통령은 개헌안 제안에는 '아무런 정략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야당, 특히 한나라당을 원색적으로 비판함으로써 오히려 대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줄였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4년 탄핵사태까지 언급하며 한나라당을 맹공함에 따라 정치적 타결의 가능성은 더 좁아졌다는 것. 노 대통령은 진정성과 논리적 설득을 통해 여론을 움직이면 정치권을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이지만 계산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하여튼 여러 정치적 카드를 스스로 접어버린 노 대통령은 당분간 대국민 직접 소통을 통한 여론 끌어당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