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주(58. 삼주산업 회장)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날이 조심스럽게 고위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 조만간 이근영(70) 전 금감원장을 비롯해 국세청 및 감사원의 전·현직 고위간부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서울서부지검은 9일 "김흥주 씨가 인수하려 했던 골드상호신용금고는 부실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부실금고 문제 해결 차원에서 김흥주 씨를 소개시켜줬다"는 이 전 원장의 발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골드상호신용금고는 김 씨가 인수를 시도하기 직전인 2000년 12월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33.83%로 부실 상태가 아니었고, 부실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시정조치도 없었다"며 "다만 주식배당이 잘못돼 금감원의 지적을 받았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씨가 골드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금감원 인사들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일 당시 상호신용금고 등 비은행권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자리(비은행감독1국장)에 있었던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을 김 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이 전 원장이 김 부원장에게 김 씨를 소개시켜 준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 이르면 10일께 이 전 원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원장은 "소개시켜 준 것 외에는 어떠한 부정한 개입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검찰의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은 이밖에 전 국세청장 L씨가 고급 룸사롱에서 접대성 도박을 하다 적발된 뒤 김 씨와 신상식(55)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을 통해 무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신 씨가 국무조정실 조사심의관실에 파견돼 있던 점을 감안할 때 신 씨가 공무원 사정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 씨는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 건과 관련해 김 씨의 뇌물을 김 부원장에게 전달하고, 김 씨의 불법대출을 알선해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상태로, 검찰은 김 씨가 정·관계 인맥을 쌓는 데에 신 씨가 많은 도움을 줬을 것으로 보고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 검찰은 김 씨가 일부 전·현직 검찰 간부와 친분을 쌓고 각종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어, 김 씨의 정·관계 로비의 실체가 어디까지 드러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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