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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롭고 박물관은 살아있다

[박스오피스] 1월5일~1월7일 전국박스오피스

처음엔 미녀가 괴롭든 말든 그런 거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나왔다. 하긴, <오! 브라더스>를 만들었던 김용화 감독의 연출력이 남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던 얘기다. <미녀는 괴로워>는 상업영화 감각이 있는 감독의 재기가 롱런 흥행으로 이끈 주된 요인이 됐다. 뒤늦게지만 분명 축하할 일이다. 이 가뭄에, 한국영화계가 안된다 안된다 하는 마당에, 500만에 가까운 흥행 단비를 내리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이 영화가 이처럼 파죽지세의 흥행력을 보일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국내 영화계 흥행사들도 물갈이를 할 때가 됐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는 '일타삼매' 효과의 전형적인 영화다. 방학시즌이다. 애들에게 마땅히 보여 줄 작품을 찾는 부모들, 거기다 자신들도 같이 즐길만한 작품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부모들에게 이 영화는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개봉 3주만에 370만명을 훌쩍 넘긴 건 그때문이다. 이 영화를 배급한 20세기 폭스 코리아도 깜짝 놀라는 수치다. 폭스 코리아가 사실 지난 해 연말 주력했던 영화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였다. 국내 극장가의 주된 고객층은 고래로 20세 초반 여성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이제 확 바뀔 때가 됐다. 주 고객층은 어린이다. 엄마와 아빠 손을 양 손에 끌고 극장으로 향하는 어린이들이야말로 영화산업의 핵심세력인 것이다.
<조폭 마누라3>는 1편만큼 재밌다는 얘기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물의 끝물이라는 점에서 예전과 같은 흥행세를 보이고 있지는 못하는 형국이다. 1편을 만든 조진규 감독은 다소 실망스러울 것이다. 이 영화에 출연한 서기도 좀 실망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체면치레는 했다. 벌써 15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개봉 2주째 성적으로는 만만치 않은 성적이다. <오래된 정원><올드 미스 다이어리><언니가 간다> 등은 기대만큼 흥행세가 펼쳐지고 있지 않다. '오래된' '올드' '언니' 등등 제목에 들어간 단어의 이미지 탓일까. 말 장난을 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한 작품의 몰락은 정치적인 얘기라면 신물이 나하는 요즘 세대의 마인드를 반영하는 것이고 또 한작품은 TV물의 극장 버전이라는 한계, 또 한 작품은 잘 모르는 신예감독과 너무 잘 아는 여배우의, 검증되지 않은 결합이라는 점 등등이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어쩌느니 저쩌느니 해도 <중천>의 흥행수치에 자꾸 눈길이 간다. <중천>이 실망스러운 작품성은 연말연초 극장가에 두가지의 현상을 만들어 냈다. 솔직히 <미녀는 괴로워>의 폭발은 <중천>의 와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어부지리를 본 감이 있다는 의미다. 또 하나의 현상은 지난 1~2개월 침체기를 겪었던 한국영화계의 재기를 좌절시켰다는 점이다. 조금 더 잘만들었어야 옳았다. 우리 관객들은, 단순한 얘기를 좋아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할리우드의 온갖 판타지 영화, 온갖 SF영화에 눈이 익은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을 지나치게 하향평가한 감이 있다. 다시 한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미셸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이 개봉 3주째 3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관객의 수준을 다시 한번 겸허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 영화는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단 4개 스크린에서 개봉중이다. 관객은 늘 좋은 영화를 찾는다. 관객은 늘 옳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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