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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검찰 논리라면 파견법은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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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검찰 논리라면 파견법은 무의미"

"노동부도 인정했던 현대차 불법파견이 '무혐의'라니"

오랜 논란이 돼 왔던 현대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싸움에 검찰이 노동부의 판단을 뒤집고 '무혐의'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미 지난 2004년에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바 있는 현대차에 대해 검찰이 결과를 뒤집은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불법파견 수사기준을 공개하라"
  
  현대차의 경우 불법파견 관련 주무기관인 노동부가 지난 2004년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 3일 울산지검 공안부(부장 추일환)는 노조가 파견법 위반 혐의로 사측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적법 도급'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4일 성명을 통해 "노동부가 수차례의 현장조사와 진정인 조사, 참고인 조사의 결과로 판정한 결론을 조사 한 번 하지 않고 결정한 검찰의 행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며 "불법파견 수사기준에 대해 공개하고 객관적인 수사를 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아울러 이번 결정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법안이 비정규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차별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법을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이는 검찰의 기소 독점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부와 달리 '적법 도급' 판정을 내린 검찰의 결정의 근거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타당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파견업체가 노무관리와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을 갖지 못할 경우 불법 파견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현대차에 대해 "현대차와 하청 노동자들 간의 노무관리상 사용 종속성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내세운 '무혐의'의 근거는 현대차가 아니라 사내 협력업체들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사 및 노무관리를 행사하고 있고 노동자들의 작업배치 및 변경에 대한 결정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또 하청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과 휴일이 현대차 노동자들과 동일하며, 양측이 같은 컨베이어 벨트 아래서 일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 부분은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가능한 사항들"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대차에서 작업표준서를 준수하도록 하청 노동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한 자동차 조립업무의 특성에 의한 것"이라고 봤다. 노동계는 작업표준서를 현대차가 하청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현대차가 직접 노무관리를 하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를 업무상 특성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파견법은 의미가 없다"
  
  문제는 자동차 조립업무라는 특성과 당사간 협의로 가능한 사안으로 판단할 경우 사실상 '불법 파견' 판정은 어디에서도 나올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비정규연대회의의 오민규 기획국장은 "검찰이 내세운 논리로라면 어떤 상황도 다 적법 도급이 된다"며 "파견법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이번 결과가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꿰어 맞췄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며 "재벌총수들의 공금횡령, 불법비자금 조성, 개인유용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 불구속 수사로 일관하더니 또 다시 자본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는 검찰의 모습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검찰의 이번 결정과 관련 '불법파견 법률 대응팀'을 꾸리고 기륭전자, 하이닉스-매그나칩, 르네상스 호텔 등 최근 검찰에 의해 비슷한 결론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 '집단항고'할 계획이다.
  
  노동계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번 검찰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형식적인 도급 관계를 인정한 이번 검찰의 결정은 사내협력업체를 이용해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아 온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제조업계의 불법적인 고용관행에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편법적 비정규직 고용을 규제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정부가 말해 온 비정규직 대책이나 보호 입법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며 "(정부는) 불법 파견을 엄중하게 규제해 확산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최근 검찰의 판단 기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12월 29일에도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으로 사측을 고발한 것과 관련 불기소 통보를 한 바 있다.
  
  불법파견 여부에 대해 검찰이 잇따라 '관대한' 해석을 내림에 따라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싸움이 더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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