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의 시민사회와 학계 일각이 대선을 앞두고 독자 세력화를 추진 중이어서 주목된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 정대화 상지대 교수 등 100여 명의 인사가 주축이 된 '창조한국 미래구상(가칭)'은 오는 12일 '2007년 대통령 선거 한국 사회의 창조적 미래를 구상한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본격적인 대선 참여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낙선운동은 한계…이젠 독자후보로"
최열 대표는 4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지난 8월, 11월, 12월 세 차례의 전국단위 모임을 통해 논의를 했다"면서 "대선 국면에서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노무현 정부가 4년 동안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실망을 시켰지만 그것은 개혁진영이나 시민사회의 무능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노무현 정부의 실정 때문에 보수 우익 집단이 진보진영 전체를 무능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선 당당하게 논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화 교수도 "2002년에 직접적으로는 노사모에 속한 사람들, 간접적으로는 많은 진보진영의 사람들이 참여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직간접적인 관여를 했지만 그동안 참여정부가 해 온 것은 너무 아니지 않느냐"며 "진보진영의 바람과 지향이 보장되는 국민참여 운동의 형태로 대선이라는 정치적 국면을 맞이하고 좋은 정부를 구성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래구상'은 특히 기존 정치권과 별개로 독자적인 대선 구상을 마련해 후보까지 내는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정치 참여를 논의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이 얼토당토않은 대운하 구상을 말하고 있는데 지속가능성, 지식 정보, 문화, 환경이 어우러지는 21세기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정책과 함께 후보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특히 "과거 선거 때 시민운동 진영이 낙선운동이나 물갈이 운동 등 소극적 대응에 머물렀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대선 후보를 내고 활동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다만 후보가 당장 한 명으로 부각되면 보수 진영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집단들 간에 일종의 컨소시움을 구성해서 그 가운데 좋은 후보를 찾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대화 교수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우리가 독자후보를 낼 수 있겠지만, 다른 곳에서 좋은 후보가 나오면 굳이 그럴 것이 있느냐. 우리의 목적은 좋은 후보가 뽑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약간 다른 뉘앙스를 내비쳤다.
"정치권 '수혈론'은 자기들 살아남으려는 짓"
한편 최 대표는 열린우리당 등 여권 일각이 시민사회 진영과의 연대를 추진하는 움직임에 대해선 "과거 시민사회 수혈론처럼 자기들이 살아남으려고 하는 짓"이라며 "지금은 수혈이 아니라 그보다 더 센 것으로도 안 된다. 지금까지 못했는데 갑자기 잘할 수 있느냐. 그리고 최악의 상태에 누가 들어가겠느냐"고 일축했다.
최 대표는 "우리당을 비롯해 최근에는 고건 전 총리 측까지 (시민사회 진영 인사들을) 만나지도 않았는데 만난 것처럼 얘기하는 행태가 더 좋지 않다"며 "그런 행태에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궁극적으로 당을 지향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준비위를 구성해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대화 교수는 "정당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 국민참여운동을 매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구상에는 박원순 변호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의 참여 여부도 거론된다. 최 대표는 "만나기는 했는데 확실한 참여 여부는 아직 모른다"고 했다. 다만 박 변호사는 12일 토론회에는 패널로 참여하기로 확정됐고, 정 전 총장은 접촉 중이라고 최 대표는 밝혔다.
'미래구상'에는 최 대표와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 등 진보 진영의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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