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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물결’에 대한 좌파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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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물결’에 대한 좌파의 반격

<신간>사이버 맑스(CYBER-MARX)

월드컵 시기에 광화문을 붉게 물들인 붉은악마, 주한미군의 장갑차에 치어 죽은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촛불시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전후로 거세게 몰아친 반전평화운동. 작년 중순부터 올해 초까지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한 대중들의 역동성을 주목받게 만든 사건들이다.

곧 이 사건들은 ‘세대론’이나 ‘주류교체론’ 또는 ‘감수성의 정치’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설명들에는 늘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기이할 만큼 ‘세대’ 구별에 집착한다는 점, 그리고 정작 이 대중들이 활용한 첨단기술, 즉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첨단기술에 대해서는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이버-맑스’(CYBER-MARX)는 바로 그런 점에 의문을 품은 대중들에게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사진1-저자>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강하게 비판**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의 정보·미디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닉 다이어 위데포드(Nick Dyer Witheford)는 북미지역의 사례들을 예로 들며 탈산업주의 미래학은 자본주의에 맞서는 대중들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한 ‘계획’이라고 해석한다.

그렇기에 현재의 경향에서 자연스럽게 추론되지 않는 미래의 모습을 단언하는 기존의 미래학은 그저 자본주의가 원하는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미래학일 뿐이라며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강하게 비판한다.

위데포드는 기술이란 그 개발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의 상반된 욕망이 서로 경쟁하며 만들어진 산물로서 모순 된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이 말은 기술이 중립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의 성격은 그 안에 내재된 잠재성을 둘러싼 투쟁과 적대 속에서 결정될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사이버스페이스의 등장과정을 그 예로 든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인터넷은 원래 ‘아르파넷’이라는 군사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졌지만 국가의 지원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던 이 군사적 네트워크가 자율적으로 활동하던 해커들, 열정적인 프로그래머, 과학에 취미를 지닌 사람들, 컴퓨터상의 불복종자들을 통해서 민주적이며 전 지구적인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로 변했다는 점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첨단기술의 잠재성 주목**

저자는 “바로 인터넷이라는 이 독특한 결과물이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상업적으로 재점령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 속에서, 디지털 기술의 민주주의적·참여적 잠재력을 훨씬 완전하게 꽃피우려는 제안들이 북아메리카에서 풍부하게 나타났다”며 “모순된 잠재성과 내재된 압력이 서로 경쟁하며 만들어진 것이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따라서 “첨단기술의 등장을 무조건 환호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 ‘원죄의 흔적’을 찾아가며 섣불리 첨단기술의 잠재성을 외면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첨단기술의 무궁한 잠재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첨단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의 잠재성을 둘러싼 재전유와 재구성 노력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본이 점점 더 많이 첨단기술을 노동도구와 소비재로 사용할수록, 첨단기술의 개발주기를 점점 더 가속화시킬수록, 간단히 말해서 자본이 점점 더 많이 첨단기술에 의존할수록, 자본은 스스로 이 첨단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초시설을 갖춰놓는 동시에 이 첨단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다중’(multitude)이라는 새로운 대중개념을 제시**

<사진2-책표지>

그는 또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자들이 ‘일반지성’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한 이 새로운 대중들(저자는 ‘다중’-multitude으로 표현)이야말로 첨단기술의 전복적 사용가능성을 활짝 열어놓을 것이라고 제시한다.

이 책은 Peace-Net, Eco-Net, Conflict-Net 같은 전 세계의 뉴스그룹들, 그리고 다양한 사회운동들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전개되고 있는 네트워크 행동주의와 저자가 본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무수한 사례들을 통해 그런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대중들을 세대별로 촘촘히 구별해내는 것이 아니라 ‘일반지성’을 좀더 일반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며, 첨단기술을 무조건적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기술의 잠재성이 근본적인 대안 공동체와 커뮤니케이션 구축에 봉사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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