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4일 개최한 '참여정부 100일, 진단과 전망' 토론회는 패널들의 대정부 비판과 이에 대한 정부측 해명으로 일관하는 '토로장'이었다.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참여'와 '개혁'을 내걸고 출범한 노무현 정부의 1백일을 맞아 참여정부가 내걸고 추진해 온 정책에 대한 총론적 평가를 할 예정이었으나, 참석한 토론자들은 참여정부와 노대통령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을 쏟아 냈고 정부측 토론참가자들은 정책의 구체적 설명보다는 해명에 급급한 분위기였다.
<토론회 사진>
***"무조건 믿어달라고만 하지 말라"**
맨처음 발제를 맡은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참여정부 1백일은 보수적 정치세력 및 관료, 수구언론의 저항으로 인해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고 개혁은 이제 그 큰 가닥마저 길을 잃어버린 상황"이라며 ”그러나 여기에는 참여정부의 역량부족, 지지 세력에 대한 원망 등으로 표출되는 자신감 결여, 대통령의 경솔한 언행도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특히 참여정부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처리와 한미정상회담 등으로 개혁능력과 의지조차 의심받기 시작했다"며 "이제 겨우 백일이 지난 만큼 섣부른 평가는 삼가야겠지만 정부도 무조건 믿어달라고만 하지 말고 이미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또 “최근의 혼란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과연 정부나 청와대 보좌진에 이상이 없는지 잘 따지고 정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정상국가로 가는 과정에 있어"**
이런 발제에 이종오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이의를 제기하며 현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는 위기에 충분한 대처를 하고 있다”며 “지금은 예외적인 위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위기일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지금 한국은 ‘정상국가’로 가는 과정에 있다”며 “그 과정에서 사회를 지배하는 엘리트들의 주기적인 교환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중인데 기득권 세력은 그런 ‘엘리트 교체’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안을 느껴 현 정부에게 '능력이 의심스럽다’‘아마추어적이다’는 식의 반발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오 사진>
이 위원장은 “물론 새롭게 정치와 행정을 담당한 이들의 미숙함이나 촌스러움 그리고 천박함에서 나온 불안감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대해서는 지도층이 스스로 세련됨과 성숙함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지만 이 때문에 정권 자체에 대한 폄하가 나타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살골이 너무 많다"**
이에 대해 조희연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참여정부는 출범에서부터 불필요한 돌출발언으로 인해 소모적인 논쟁이나 보수언론에 의한 보수적 여론증폭의 계기를 부여한 것이 사실”이라며 “자살골이 너무 많다”고 일침을 가했다.
조 대표는 또 “현 정부는 진보·개혁적인 요구분출이나 집단행동에 ‘서운한’ 감정이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듯 하다”며 “이런 개인적인 감정 차원의 접근 자체가 아마추어리즘이라 아니할 수없다”고 지적했다.
이영자 카톨릭대 교수는 정부측 관계자들에게 “청와대 등 내부회의에서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오늘 토론에서 처럼 ‘위기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넘어들 가냐”고 반문하고 “노 대통령이 철학적 깊이와 고뇌를 갖고 나라를 끌고 가는 것인지 불안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노 대통령의 움직임을 주시해 보면 내년 총선에 모든 것을 건 듯이 활동을 하고 있다”며 “그런 행보 속에서 후보시절 말하던 당내 민주화나 정치개혁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짜증이 날 지경”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종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노 대통령은 지금 방법이나 스타일에 대한 관심은 많으나 사회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원칙이나 고뇌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진단하고 “특히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수사를 허용한 것을 보면 민족의 사활이 걸린 ‘남북문제’보다는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가 걸린 ‘동서문제’에 관심이 더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종구 사진>
***"개혁정부가 아니라 개혁이미지만 지닌 정부 아니냐"**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국민참여를 통한 개혁을 부르짖고 있으나 인터넷상의 ‘대화방’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며 “참여정부는 1백일이 지났어도 어떻게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참여정부에 '참여'를 할지에 대한 시스템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진정한 개혁정부가 아닌 ‘개혁이미지’만 지닌 정부가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지난 1백일을 평가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전임 정권에서부터 물려받은 여러 후유증으로 인해 노무현 정부는 앞으로도 위기를 계속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뭐든지 다 잘하고 장관이나 실장 한명이 각 부처의 개혁을 다 해낼 수 있다는 환상을 빨리 버리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 교수는 또 “예를 들면 현재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고 공감하는 교육부문을 대상으로 한 개혁만이라도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성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그 경우에도 성공확률이 50%를 넘지 못하는 힘든 일이 개혁임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면정부가 되지 않게 도와달라"**
토론자들이 참여정부에 철학부족과 아마추어리즘, 노 대통령의 감정적이고 경솔한 언행에 대해 계속 비판을 가하자 이종오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를 아옌데나 장면 정부처럼 되지 않게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속적인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정태인 청와대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기획조정실장은 “우리가 잘못했음을 솔직하게 인정을 한다”며 “앞으로는 보좌진이 단합하고 자주 회의를 가져 정부내 개혁세력에서조차 서로 다른 소리가 나오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참여정부는 신자유주의가 아닌 ‘제3의 길’의 동양적인 모델이 되는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힘든 과정에 있다”며 “아직은 지난대선 때 세웠던 정신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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