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미 우리는 극우언론에 의해 사형선고 당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미 우리는 극우언론에 의해 사형선고 당했다"

'일심회' 법정 진실게임 개시…피고인들 혐의 부인

'일심회' 사건의 법정공방이 드디어 막이 올랐다.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는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들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예상했던대로 관련 피고인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형사합의 25부(김동오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장민호, 손정목, 이정훈, 이진강, 최기영 씨 등 이른바 '일심회' 조직사건으로 구속기소된 5명이 출석해 모두진술(冒頭陳述)을 통해 혐의 부인은 물론 국가보안법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일심회'를 조직한 뒤 국가기밀을 북한에 유출시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 사소한 이적행위 못 막으면 둑 무너지듯 사회 무너져
  
  검찰은 모두진술을 통해 "피고인들은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이적단체인 '일심회'를 구성했는데, 피고인들의 이적행위는 사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안보나 공공질서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단초의 문제로 국가 존립과 자유민주질서를 위협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남북이 다른 이념을 갖고 대치하며 평행선을 긋다가 우발적인 불행사태가 닥칠 수 있는 게 한반도의 현실"이라며 "국가기밀을 북한에 넘겨 북에 동조한 혐의는 북한의 집권자로 하여금 오판을 하도록 해 유혈충돌 같은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남과 북이 교류와 협력을 하고 있지만 대법원도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적행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를 남기면 우리 체제는 조그만 균열에 무너지는 둑처럼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특히 "장민호 씨에게 '남북이 전쟁을 벌인다면 어느 편에 서겠는가?'라고 물었을 때 내심 '남한을 돕겠다'는 답변을 기대했는데 그 같은 말을 들을 수 없었다"며 "부디 장 씨가 탈북자 고문이나 북한의 기아문제 등에 대해서도 객관적 시각을 갖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민호 "김승규 전 국정원장과 일부 언론이 사회적 사망선고 내렸다"
  
  이에 맞서 장민호 씨는 "재판 과정에서 정당한 법적 판결을 받길 기대한다"면서도 "김승규 국정원장이 사건을 언론에 '간첩단 사건'이라고 말했고, 중세의 마녀재판처럼 일부 언론의 광기어린 보도로 사회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간첩이라는 단어가 신중하게 쓰여야 함에도 개인이나 집단을 매도하는 데 쓰이기 쉽다는 것을 알았다"며 "나는 간첩교육을 받아본 적도 그러한 목적의식을 가져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의 이덕우 변호사도 "이번 사건은 구시대의 유물이자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적용시킨 사건으로, '간첩'이라도 단정하는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며 여론재판이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10월 신문과 방송이 일심회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할 때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변호사로서 의문이 갔다"며 "국정원장이 특정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간첩단' 발언을 해 변호사로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국정원직원은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유지하게 돼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구속 기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장 씨가 변호인의 접견이 거부된 상황에서 한 진술이 과연 신빙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법정공방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손정목 씨는 "구시대의 잔재이자 일제시대의 잔재인 국보법이 21세기에서도 사람을 재단한다는 것에 대해 통분의 감정을 느낀다"며 "국보법으로 재판 받는 것이 우리가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훈 "사이비 짝퉁 간첩사건"
  
  이정훈 씨는 미리 준비한 장문의 원고를 통해 20여 분간 모두진술을 했다. 이 씨는 "이 사건을 '사이비 간첩사건'이자 공안기관이 만든 '짝퉁' 간첩사건"이라며 "나의 민노당 활동은 내 정치적 신념에 의한 것이었지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 씨는 "국정원에서 '일심회'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국정원이 보여준 '장민호 파일'이라는 문서의 내용이 사실인지 국가기밀에 해당하기는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민노당 활동을 하며 일상적인 일을 일기처럼 써놓을 것을 두고 국가기밀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국정원이 올해 초 접선해 지령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김모 씨는 이미 97년 호주유학할 때 UNDP의 지원을 받아 유학 온 북한 학생 5명과 함께 알던 사이였다"며 "당시 남북관계를 잘 모르는 아시아계 유학생들이 '아시안 소사이어티(Asina Society)'라는 친목단체를 만들어 남북 유학생을 모두 초청했는데, '해외 국제적 이적단체'가 될 뻔 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 씨는 "6.15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 현실은 냉전과 탈냉전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공안기관은 여전히 80년대 인식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진강 씨도 "누가나 보고 듣고 인지할 수 있는 것들을 국가기밀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평화통일 헌법 정신에 역행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기영 씨는 "수구세력이 이미 정치적으로 판결을 내려 간첩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를 비난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