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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노사, 비정규 2대 고통 한 축 허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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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노사, 비정규 2대 고통 한 축 허물어"

'비정규직 3천명 정규직 전환' 합의…"반쪽짜리 정규직" 비판도

우리은행 노사가 직접고용 비정규직 3100명을 내년 3월부터 정규직화하기로 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과 마호웅 노조위원장은 20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노사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노사는 새해 정규직 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직군별 임금제 도입…정규직 임금은 동결키로
▲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오른쪽)과 마호웅 노조위원장이 20일 오전 3100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정규직 임금은 동결하는 노사합의서를 작성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정규직 전환의 대상이 되는 비정규직은 대부분 영업점 창구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으로 우리은행 정규직(1만1000여 명)의 28% 수준이다. 이번 합의에서 변호사 등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 계약직 120명은 제외됐다.

우리은행 노사는 이들을 매스마케팅(창구 텔러), 고객만족(CS), 사무지원 직군으로 나누고 직군별 임금제를 채택해 정규직에 근접한 수준까지 순차적으로 임금을 올리기로 했다. 기존의 은행 정규직은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급제의 적용을 받고 있어 사실상 정규직 내에 이중의 임금체계가 도입되는 것이다.

은행업계에서 창구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비정규직으로 바뀌었다. 비정규직의 확산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은행들이 별도 시험을 통해 비정규직 가운데 일부를 정규직으로 다시 채용한 경우는 있으나 이같은 과정 없이 비정규직 전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처음이다.

더욱이 정규직 임금 동결을 전제로 노사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공동합의를 이룬 것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길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우리은행 노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노사가 대화를 통해 사회적 현안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노사문화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고 평가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이날 노사합의서 서명식에 앞서 "노조의 정규직 임금 동결이라는 대국적 양보와 은행측의 결단에 힘 입어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비정규직 직원들이 고용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만큼 생산성과 영업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마호웅 위원장은 "이번 합의가 정규직의 양보를 전제로 이뤄진 만큼 직원간 결속력을 더욱 다질 수 있게 됐다"며 "우리은행 사례가 다른 여러 직장들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붐을 일으키는 데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에게 고용불안은 심각한 문제" vs "임금차별 용인한 반쪽짜리 정규직"

이번 합의와 관련 노동전문가들은 대체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한 단계 진전"이라며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직군제 도입으로 임금차별을 용인한 반쪽짜리 정규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노사의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번 합의가 고용불안과 저임금이라는 비정규직의 고질적인 문제의 한 측면이 해결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접 비정규직들을 만나서 조사해보면 고용불안의 해소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이번 합의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김 소장은 "우리 사회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는 임시직어서 노조 가입조차 어렵다는 데 있다"며 "고용불안 해소는 큰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반대로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번 합의가 기존의 비정규직에 대해 직군제를 도입해 기존의 정규직과 임금차별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직군제 도입으로의 정규직 전환은 해고의 위험만 드러낸 것일 뿐"이라며 "정년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창구 텔러의 업무를 과연 40대~50대까지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정규직과 임금 면에서 동일한 처우를 보장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라며 "여러 문제를 덮어두고 '정규직화'에만 의의를 부여한다면 임금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장기적 대책으로 한계 보완해야"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은수미 연구원도 "물론 이중 임금체계로 인해 기존의 비정규직은 승진이 어렵고 근속년수가 올라가도 연봉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같은 우려를 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은 연구원은 이런 비판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중장기적인 대책을 통해 이같은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는 것.

은 연구원은 "직무전환체계 마련을 통해 승진의 기회를 할당하는 방법도 있고 기존의 정규직의 임금체계까지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후자의 방법에는 정규직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유선 소장도 "일단 정규직화되면 이들의 임금차별 문제도 노사간 교섭을 통해 점차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비정규 문제 해결의 모범사례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이번 합의의 의의를 높게 평가하더라도 우리은행의 이같은 '시도'가 우리 사회의 전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모범사례로 전 은행권이나 전 사회에 확산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결단'의 대상이 된 업무는 정규직 고용이 불가피한 특수성 때문일 뿐 전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이같은 형태의 전환이 일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김유선 소장은 "비정규직 법안 통과로 비정규직을 2년까지밖에 사용할 수 없게 됐는데 이번에 대상이 된 업무의 경우 2년마다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기 어려운 업무"라며 "일정 정도 숙련된 직원을 해고하고 2년마다 신규로 채용해서 교육을 시키기에는 은행으로서도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은수미 연구원은 "같은 은행권이라 하더라도 파견이 허용되는 콜센터의 비정규직에게는 이런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파견이 가능한 직종은 오히려 외주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기존의 정규직들이 자신들의 임금 동결을 통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얼마나 호응해 줄 수 있을지도 변수다. 우리은행 노조 내에서도 일부 조합원을 중심으로 정규직 임금 동결을 전제로 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해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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