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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험난한 진실화해위…"인력·예산 확충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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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험난한 진실화해위…"인력·예산 확충 시급"

6.25 민간인 학살 유가족 합동 위령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 송기인)가 지난달 30일 진실규명 신청접수를 마감하고 본격적인 조사 활동을 시작한 가운데 '한국정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범국민위)는 4일 오후 서울 남산한옥마을에서 6.25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전국합동위령제와 해원굿을 열었다.

"영령들이시여, 얼마나 추우셨습니까?"

한낮에도 영상 5도를 밑도는 쌀쌀한 날씨 속에 전국에서 모인 200여 명의 유족, 범국민위 관계자 및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위령제는 전통제례, 고천문·추모사 낭독, 살풀이 굿 등으로 이뤄졌다. 위령제 후에는 만장을 들고 충무로에 위치한 진실화해위까지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고천문(告天文)을 통해 "며칠 전 진실규명 신청이 마감되고 조사에 착수한 지도 반년이 넘었건만 진실은 언제나 그 빛을 드러낼지 막막하기만 하다"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전국유족협의회 장준표 공동대표는 "공권력에 가족을 잃고도 오히려 죄인 아닌 죄인이 돼 침묵을 강요당하며 입이 봉해진 채 살아야 했던 지난 세월동안 우리 유족들의 마음 속에도 굳은 자물쇠가 채워졌고, 군사정권 하에서는 술 한 잔 올릴 묘를 쓰지 못했다"며 "보탬도 덜함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큼만 제대로 밝혀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 4일 서울 남산한옥마을에서는 6.25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추모 전국합동위령제와 해원굿이 열렸다.ⓒ프레시안

진실화해위 갈 길 험난

유가족들의 진실규명 염원을 등에 업고 있는 진실화해위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1년 동안 진실화해위에 접수된 신청만 8000여 건에 이른다. 이 중 2400여 건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검토 중인 신청만 5400여 건에 이른다. 200여 건은 각하됐다.

특히 8000여 신청 건 중 6.25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이 6000여 건으로 전체 사건의 75%에 이른다. 물론 단일 집단 학살 사건의 피해자들이 중복 신청했기 때문에 실제 사건 수 자체는 많지 않다. 현재 조사 개시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2000여 명이 신청한 '단양 곡계굴 미군폭력 사건', '함평 11사단 사건' 등 20여 건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족들이 신청한 사건으로만 따져봐도 앞으로 조사가 개시될 민간인 학살 사건 수는 수백 건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의 진실화해위 인력과 예산으로 이 많은 사건들을 내실있게 조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범국민위 측은 제주 4.3사건, 거창 양민학살 사건, 노근리 사건 등에 투입된 인원 및 예산과 비교했을 때 현재 진실화해위의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범국민위에 따르면 현재 민간인 학살 사건을 전국적으로 조사해야 할 진실화해위의 '민간인 학살' 분야 인력 규모는 단일 사건을 조사했던 제주 4.3사건 조사위원회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당시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고, 당시 생존자들이 입을 여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어 조사 과정 자체도 결코 만만치 않다.

"정권 바뀌면…진실화해위 인력·예산 시급히 확충해야"

이날 위령제에서도 범국민위는 주로 진실화해위의 '인력 확충'과 '예산 확대'를 요구했다.

범국민위 이이화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진실화해위가 출범했을 때 우리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민주사회, 인권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시작했다고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기구의 협소함, 조사권한의 미약함으로 인해 조사가 원활하지 않은 것 같아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진실화해위 등이 신고주의, 민원처리 사고에 매몰돼 그 역사적 소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국가폭력 피해자, 유족, 그리고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프레시안

'인력·예산 부족'은 진실화해위도 스스로 느끼고 있는 문제점이다. 이에 현재 조사 대상 사건이 확정되면 조사 규모에 따른 인력과 예산 확충안을 세워 개정법안을 건의할 방침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내년이 되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범국민위 관계자는 "내년 대선 정국이 되면 과거사법 개정이 힘들어질 수 있고, 더구나 과거사 정리에 부정적인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바뀔 경우 진실화해위가 더 위축될 수 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통한 진실화해위의 내실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국가적 진실규명의 기회가 없음을 감안할 때 부실하게 조사한 채 과거를 그대로 묻고 가게 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된다"며 "어차피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진실을 밝혀내 구천을 떠돌고 있는 영령들과 가슴에 큰 응어리를 품은 유족들의 한을 풀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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