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이 지난 3일 차량 방화 등의 사고가 화물연대의 파업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이같은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기자브리핑을 통해 "정부와 경찰이 온갖 사건사고를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파업의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주요 항만 등에서 장거리 물동량 중심 물류차질 본격화"
파업 나흘 째를 맞아 화물연대는 이날 "부산항, 광양항, 인천항을 비롯한 주요 항만과 대산석유화학단지, 경남의 제철소 밀집지역, 경인ICD 의왕 기지까지 장거리 물동량을 중심으로 물류차질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건설교통부는 이날 오전 9시 상황으로 부산항과 광양항의 화물 수송률이 평일 대비 80% 가량으로 줄었고 의왕 물류기지의 경우 평일대비 91% 도의 수송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또 "오늘부터 부산항의 시내운행차량도 대부분 파업에 동참하고 인천을 중심으로 경인지역 로베드(건설장비운송 전문차량)가 파업에 동참하는 등 비조합원의 참여도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요일인 오늘부터 부산항 등 각 부두가 정상 가동을 시작함에 따라 일부 물류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3일 새벽 신선대부두에서는 반입화물이 줄어 러시아행 선박이 5시간 이상 지연 출항하는 일도 일어났다.
화물연대는 "정부는 '전체 화물차 35만 가운데 화물연대 조합원은 8000여 명에 불과하다'며 파업으로 인한 물류차질을 축소하기에 급급하다"며 "그러나 실제 화물연대 조합원은 1만2000여 명 수준이며 화물연대는 중장거리 간선을 운행하는 대형차가 주력"이라고 반박했다.
이영록 화물연대 교선국장은 "지난 2003년 파업과 마찬가지로 이번 파업에도 비조합원의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정부가 우리의 파업을 축소하려고 하더라도 물량이 멈춰 고 차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사고, 화물연대 개입됐다는 객관적 근거 있나?"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과 관련해 경찰은 지난 1일 파업 돌입 이후 전국적으로 화물차 방화 및 파손 34건, 도로 대못 살포 6건, 폭행 2건 등 총 47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으며 이는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의 행동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영록 국장은 "2003년 총파업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총파업에 앞서 조합원들에게 '파업 기간 동안 불법행위를 저질러 연행되거나 구속될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긴급지침을 내렸다"며 "경찰은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모든 사건들이 사실상 화물연대의 지시로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 짓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최근 발생하는 사고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첫째는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불문하고 사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가능성이며 그밖에 도난과 파손 등 평소에도 발생하는 사고들이 침소봉대되는 가능성, 파업 참가자가 파업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운전자들과 충돌하면서 사고로 돌출되는 가능성 등이다.
이 국장은 각종 사고와 방화 등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화물연대 차원의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지부별로 불법행위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재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이런 대응방식은 이미 2003년 화물연대 파업 시부터 경찰이 자주 사용해 온 것"이라며 "경찰과 일부 언론의 태도는 화물연대가 무슨 이유로 파업을 하는지에 대한 본질을 흐리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남 광양경찰서는 지난 2일 새벽 차량 파손 등의 혐의로 화물연대 전남지부 소속 노동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화물연대에 따르면 3일 저녁 포항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2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조합원은 면허 취소 및 차량 압수 등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주요 지점에 경찰 병력을 집중 배치하는 것을 포함해 각 지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도 강행하기로 해 이번 파업에 대한 엄정대응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6일까지 진행되는 국회 논의 향후 총파업 방향 가를 것"
화물연대는 일단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논의 결과를 지켜보며 향후 투쟁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영록 국장은 "오늘부터 건교위 전체회의가 열리는 6일까지의 3일을 고비로 본다"며 "국회 논의 상황에 따라 투쟁수위도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 건교위에는 민주노동당 단병호, 이영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노동관계법과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화물연대는 이 두 법안을 통과시켜 표준요율제 도입과 노동기본권 인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안 통과 가능성을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화물연대는 오는 5일 덤프연대와 공동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14개 지역에서 지부별 투쟁결의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영록 국장은 덤프연대와의 연대집회와 관련해 "화물연대와 덤프연대는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공동의 요구사안을 갖고 있다"며 "그와 더불어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덤프연대가 지원해주는 의미에서 함께 결의대회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덤프 운전사들 역시 화물차량 운전사와 마찬가지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통해 일을 하고 있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들이 특수고용 노동자라며 노동기본권 인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지난 10월 노동자성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제외된 채 공정거래법과 약관법 등의 도입을 통한 '특수고용 보호대책'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 대책에서 공급과잉으로 수익이 낮아져 고통 받고 있는 화물·덤프·레미콘 기사들을 위해 화물의 경우 내년까지 신규허가를 금지하고 덤프 트럭은 허가제로 전환하고 2008년까지 허가를 금지하는 방안 등을 통해 수급을 조절해 나가는 방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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