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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그 해 여름

감독 조근식 출연 이병헌, 수애, 오달수, 유해진, 이세은 제작 KM컬처 ㅣ 배급 쇼박스 등급 12세 관람가 | 시간 121분 | 2006년 상영관 서울극장, CGV용산, 메가박스(코엑스) 조근식 감독이 <품행제로>와는 정반대의 스타일을 갖춘 멜로드라마로 돌아왔다. 파괴적인 유머감각을 보여주었던 <품행제로>와는 달리, <그 해 여름>은 멜로드라마의 장르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작품이다. 영화는 TV 교양프로그램 작가인 수진(이세은)과 김PD(유해진)이 윤석영 교수(이병헌)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명망 높은 윤석영 교수는 평생 독신으로 지내 학생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인물. 하지만 그는 오래 전 깊이 사랑했던 정인(수애)이라는 여성을 여전히 가슴 속에 담고 있다. 마치 책갈피처럼 만들어진 편백나무 잎사귀를 키워드 삼아, 수진과 김PD는 석영과 정인이 만났다는 시골 마을 수내리로 내려간다. 그러나 '정인'이라는 이름을 들은 마을 주민들의 표정은 심상치가 않다.
그 해 여름 ⓒ프레시안무비
영화는 노교수가 된 석영의 현재 모습과 과거 석영과 정인이 만났던 순간들을 플래시백으로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1969년 여름. 서울의 대학가에서는 삼선개헌 반대 투쟁이 한창이지만, 석영과 친구들이 농촌 봉사활동을 하러 내려간 수내리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별 걱정없이 성장해온 석영은 준수한 외모와 그늘 없는 성품으로 청년들 사이에서도 단연 빛나 보인다. 아버지를 피하기 위해 얼떨결에 친구 균수(오달수)를 따라 내려온 농활인만큼, 석영은 애초부터 열심히 일할 생각이 애초부터 없다. 수내리 마을을 산책하던 석영은 우연히 한 폐가에서 어설프게 노래를 부르는 정인을 만나게 된다. 수내리 도서관 사서인 정인은 부모없이 홀로 살아가고 있지만, 맑고 담백하며 씩씩해 보이는 여성이다. 여느 연인들이 그렇듯 처음 두 사람은 다소 티격태격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정이 깊어간다. <그 해 여름>에는 멜로드라마 특유의 전형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이 영화의 상투성은 별로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상당 부분 배우들의 공력 때문이다. 이미 <번지 점프를 하다><중독> 등을 통해 멜로 연기에 일가견을 보여온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본격 멜로연기에 처음 도전한 수애는 본인의 단아하고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십분 살리고 있다. 그가 불치병을 앓는다거나 바람 불면 쓰러질 듯한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은 천만 다행이다. 오히려 수애가 표현하는 정인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같은 타입이다. 월북 인사인 아버지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는다는 설정은 이들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날 것임을 암시한다. 영화의 후반부는 석영 일행이 서울로 돌아와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채우고 있다. 서울역과 대학가에 재연된 1969년 당시의 풍경은 프로덕션 디자인에서 공을 많이 들인 티가 역력히 난다. 물론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들은 수내리의 싱그러운 녹음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정인과 석영이 읍내에 나갔다가 레코드 가게에서 로이 클락의 'Yesterday When I Was Young'을 들으며 가까워지고, 마을 사람들이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는 가운데 교실에서 둘만의 애틋한 시간을 갖는 장면 등은 좀처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1969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위해 무리하게 끼워 넣은 설정들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고,오달수의 이십 대 청년 연기나 이병헌의 노인 분장 등은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그 해 여름>은 속으면서도 울 수밖에 없는 멜로드라마의 전형성을 영화 내적인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한선희 / DVD2.0 편집장 . 뒤숭숭한 시국 때문에 학생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던 1969년. 세력가의 아들인 석영(이병헌)은 시대의 흐름에 적극 참여하지도 세속적인 안정을 누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주변 인물로 살아간다. 매사에 시큰둥하던 석영은 친구 균수(오달수)를 따라 수내리로 농촌 봉사활동을 떠난다. 하지만 샌님처럼 곱게 자란 석영이 험한 농사일을 열심히 했을 리는 만무하다. 어느 날 노랫소리를 듣고 이끌리듯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한 석영은 운명처럼 정인(수애)과 만난다. 정인에 대한 호기심은 호감으로 바뀌고 마을에서 정인의 처지를 알게 된 후, 그 감정은 연민에서 사랑으로 바뀐다. 그러나 어지러운 시대는 그들의 사랑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 해 여름 ⓒ프레시안무비
<그 해 여름>의 이야기는 액자 식으로 구성됐다. 석영이 TV방송작가인 제자로부터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제작진이 정인을 찾아 떠나면서 영화는 '그 해 여름'으로 돌아간다.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영화는 그 시절 달뜬 두 사람의 사랑을 그대로 전해준다. 석영과 정인이 사랑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은 여타 순애보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세심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로 싱그러운 첫 사랑의 느낌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장난스럽게 정인을 졸졸 쫓아다니는 석영과 창가에 귀를 대고 음악을 듣다 서로에게서 사랑을 발견하는 장면, 불발로 끝났지만 미묘한 감정이 오갔던 개울가에서의 키스씬 등은 보는 이의 마음조차 설레게 한다. 이렇듯 영화는 멜로라는 장르에 충실하다.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고 이별하기까지 영화는 오로지 그들의 사랑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영화는 멜로물로는 탁월한 감성을 보여주지만 1969년이라는 특정한 시대를 안은 굵직한 멜로드라마가 되지는 못했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석영과 정인의 주변을 하얗게 퇴색시킨다. 박정희의 삼선개헌이다 해서 온 나라가 들썩이지만 영화는 시대적 배경을 곁가지로만 보여줄 뿐 이들의 사랑 안에 적극 끌어들이지 않는다. 물론 불안정한 시대가 이들이 이별하는 주요 원인이 되지만, 감성을 내세우는 이 영화에서 그 사실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마을 사람들, 석영의 아버지, 친구들 등 주변인물들에 대한 설명도 대부분 생략돼 있다. 이는 멜로적 감성에 집중하려는 감독의 의도에 의한 것인 듯 하다. 그래서 영화는 반반의 성취를 이룬다. 겨울이라는 계절에 걸맞는 무난한 멜로 영화지만, 메가폰을 잡은 조근식 감독이 80년대 시대상을 재기 발랄하게 재연했던 <품행제로> 감독임을 떠올린다면 이번 영화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반면, 이병헌과 수애는 멜로물의 주인공으로서 더 이상 적합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번지점프를 하다><중독>에서 아릿하고 애틋한 인물을 연기했던 이병헌은 석영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수 만가지 눈빛과 몸짓으로 연기해낸다. 수애 또한 능동적이고 유연한 연기로 다소 관습적이고 전형적인 첫 사랑의 이미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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