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 등의 농민단체로 이뤄진 농민연합과 전국농민단체협의회는 이날 오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 중앙회 개혁 및 현대차 비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재판 중인 정대근 중앙회장의 사퇴를 요구한 뒤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정대근 회장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를 현대차그룹에게 파는 대가로 현대차 김동진 부회장으로부터 3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4일 검찰은 정 회장에게 징역 7년 및 몰수 3억 원을 구형했고, 다음 달 1심 선고가 내려진다.
농민단체들은 "부패와 도덕적 해이로 물의를 일으킨 정대근 회장은 지난 23일 농협중앙회 이사회를 의장 자격으로 주재하고, 24일에는 농협중앙회 대의원대회까지 주재하는 등 경영 복귀 시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며 "정 회장의 비리 문제가 더 이상 농협 개혁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정 회장을 비호하고 경영 복귀를 획책하고 있는 농협중앙회 임직원들의 후안무치함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며 "농협 조직의 도덕성 회복과 근본적 개혁 과제마저 철저히 외면하는 농협중앙회를 350만 농민들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농성은 반나절을 채 넘기기 전에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경찰은 병력 300여 명을 보내 천막 등을 뜯어냈고,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를 저지하던 일부 농민단체 관계자가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천막농성은 경찰에 의해 좌절됐지만 농민단체들은 29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농협 개혁을 위한 농축산 결의대회'라는 제목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29일은 농민단체들의 결의대회 외에도 범국본 차원에서 '2차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지만 경찰이 금지 통보를 내린 상태여서 경찰이 집회 원천봉쇄에 나서고 범국본이 집회 성사를 시도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게 됐다.
범국본과 농민단체들은 29일 종묘공원, 서울역광장, 농협중앙회 앞 등에 대해 집회신고를 냈으나 경찰은 2차례에 걸쳐 집회금지를 통보했다. 범국본은 각각 부문별로 서울역광장, 농협중앙회, 의주로공원, 독립공원, 종묘공원 등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광장을 향해 가두행진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9일 궐기대회에는 농민들이 대거 상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관계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경찰은 농민들의 상경 자체를 고속도로 진입로 등에서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이어서, 전국 각 지역에서 충돌이 일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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