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KBS 사장이 27일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을 뚫고 두 번째 임기 첫 출근을 했다.
정 사장은 이날 첫 출근 후 사내 방송을 통해 "KBS는 정치와 자본뿐 아니라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집단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 등 야당, 보수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선 정 사장의 두 번째 KBS 입성 자체를 '정치적 독립성 훼손'이라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 사장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 사장, 주차장 출구 통해 출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연주 사장은 이날 KBS 노조원 20여 명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벌인 출근 저지 투쟁을 뚫고 첫 출근에 성공했다.
노조원들은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낙하산 정연주는 KBS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주차장 입구를 봉쇄했으나, 정 사장은 오전 9시께 주차장 출구를 통해 기습적으로 진입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노조원 및 취재진과 청원경찰 50여 명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종철 KBS 노조위원장은 "출입문을 놔두고 거꾸로 출구로 들어오는 비양심적인 사람이 공영방송 KBS의 수장이라고 누가 인정하겠느냐"라면서 "노무현 정권이 정연주를 앞세워 다시 대선에 도전하기 위한 권모술수를 쓰는 것을 용서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정연주 "지난 두달 동안 성찰의 시간 가졌다"
정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30분간 사내 방송을 통해 취임사를 발표했다. 정 사장은 "KBS를 떠난 지난 두 달 동안 귀한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KBS는 갈등과 분열, 대립이 극심한 전환기에 사회적 통합을 이뤄내는 용광로 역할을 해야 하고, 선정적 상업주의와 다매체 환경에서 공영성을 지키는 마지막 파수꾼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한국 사회는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단순한 이분법에서 나오는 극단주의는 교조주의에 빠지게 하고 다양성과 집단의 지혜, 합리성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KBS는 각종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사장인 내가 맨 앞에 서서 온 몸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고 제도적 물적 토대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내 통합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노조와 관계 개선 및 팀제도의 보완, 개선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나라당, '정연주 사퇴' 내걸고 정치협상회의 거부
정 사장의 'KBS 입성'과는 무관하게 정치권 등에서 그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대표와의 정치협상회의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및 정연주 KBS사장 임명 백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협상 자체가 무의미 하다는 것.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가 전효숙 후보자를 사퇴시키고 정연주 사장 임명을 무효화하면 (꼬인 정국은) 저절로 다 풀린다"고 말했다.
이재오ㆍ전여옥 최고위원도 전효숙 후보자와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정치협상회의 참가의 전제조건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한편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 등 보수단체의 사퇴 요구도 정 사장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발연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연주 KBS 사장 퇴진을 위한 국민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면서 "KBS 안보기 운동, KBS 2TV 광고상품 불매운동,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 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바른사회시민회의도 25일 논평을 발표해 노 대통령에게 정 사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보수단체들을 중심으로 정 사장 퇴진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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