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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공대, '교수 블랙리스트' 작성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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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공대, '교수 블랙리스트' 작성 물의

학교측 "교수님들 얼굴 익히려 벽에 붙인 것"

한 사립대학이 학내민주화를 요구하는 교수들을 성향에 따라 사진밑에 빨간줄이나 파란줄로 표시를 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1>

***안산공과대학, 교수 50여명 18일째 농성중**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는 안산공과대학(이사장 강신경)으로 리스트에 오른 50여명의 교수들은 지난달 28일부터 현재까지 18일째 투명한 학교운영과 학내 민주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교수들이 농성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14일 학교의 투명한 운영을 요구하던 '안사공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교수협의회)소속 교수들의 침묵시위를 학교 측이 일용직 직원들을 동원해 강제해산시키면서 폭언과 폭행을 행사한 것이 발단이 됐다.

교수협의회는 17일에 지역시민단체대표들도 참석한 가운데 총학생회와 연대해 학내민주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학교 측에 5개항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답변을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이에 일체 답하지 않았고 교수협의회가 제안한 면담도 거절했다. 교수들은 이에 대응해 28일부터 학교 본관2층 복도에서 재단측과 대화를 요구하며 계속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학교측은 이 과정에서 각 교수의 사진을 행정실 벽에 붙여놓고 농성참가 여부에 따라 '성향분류'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지금도 매시간 농성중인 교수들에 대해 사진촬영을 하는 등 일부 기업에서 노조탄압을 하듯 작업을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교수 부모에게까지 협박전화"**

<사진2>

자신이 '적극 가담자'로 분류됐다는 이 대학 기계과의 오영탁 교수는 "나도 80년대 전두환 정권때 학교를 다니며 여러 억압적인 상황을 목격했지만 21세기에 학교 벽에다 사진까지 있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교수들을 관리하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학교측에서 농성에 참석한 교수들의 부모님에게까지 협박전화를 한 일도 있다"며 "대화로 잘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학교 측이 자꾸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전자통신과 이정철 교수는 "학교의 실제 소유주라고 할 수 있는 신흥학원은 전형적인 족벌사학으로 그동안 교내에서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 일들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자행되어 왔다"며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도 없을 정도로 학생을 위한 투자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재단측은 투명한 학교운영을 바라는 우리의 행동도 '경영권 침해'라며 일체의 대화나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며 "재단 측은 이번에 문제가 된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학장 "교수님들의 얼굴을 익히기 위해 벽에 붙인 것"**

이런 교수들의 주장에 대해 강성락 학장은 "전문대라는 특성 때문에 실습실 위주로 투자를 하다보니 도서관등에 대한 계획이 다소 늦어진 것"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은 없지만 언젠가는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학장은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행정직 직원들이 학사업무에 마비를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구성한 '학교정상화위원회'가 각 교수의 학사업무를 파악하고 교수님들의 얼굴을 익히기 위해 벽에 붙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강 학장은 교수들의 사진에 교수협의회 참석정도나 농성참가 횟수에 따라 색깔로 분류를 한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것은 알 수 없으나 직원들이 편의를 위해 표기한 것을 오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뷰티디자인과 2학년에 재학중이라는 이도연 양은 "다른 학교 다니는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학교가 장학금도 부족하고 각종 투자에 인색한 것은 사실"이라며 "2년제 대학이라 1학년 때는 사정을 잘 모르고 2학년 2학기가 되면 취업을 나가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내문제를 깊이 다룰 수 없다는 것을 재단측이 계속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철 안산공과대학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인터뷰**

<사진3>

프레시안 : 농성이 계속되고 있는데 학내 분규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 교수 : 처음 발단은 계약직 교수 새분에 대한 재임용문제였다. 학교 측이 재임용 때 기간제(전임)교수로 대우하기로 하고는 계약한 문서내용까지 '서류상 착오였다'고 우기며 말을 바꾼 것이 교수들 사이에서 문제가 됐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비민주적인 학교운영에 대한 교수들의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농성까지 온 것은 학교측의 비민주적인 학교운영 때문**

프레시안 : 발단이 된 계약직 교수의 재임용에 대한 교육부나 행정기관의 유권해석은 있었나?
이 교수 : 여러 경로로 알아봤지만 교육부도 정확한 결론은 없는 것 같다. '전문대학지원'과와 '대학행정지원과' 담당자의 말도 다른 상태다. 적어도 재단 측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라에서 교수들을 강제적으로 계약직으로만 고용하게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그럼 농성의 직접적인 원인은 임용문제보다는 학원운영의 민주화 때문인가?
이 교수 : 그렇다. 사태의 발단은 재임용문제 때문이었지만 여러 교수들이 함께 장기간의 농성까지 온 것은 학교측의 비민주적인 학교운영 때문이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인가?
이 교수 : 학교는 교수협의회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우리가 학교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것으로 인식한다. 등록금 의존율이 90퍼센트 이상인데 아직 학생을 위한 도서관건물도 없고 학생회관도 없다. 학장과의 회의에서 소신 있게 의견을 내기도 힘들다. 회의도중에 학장과 다른 의견을 말하면 "야! 앉아" 하는 식이다. 학교 내에서 그동안 이런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 일들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자행되어 왔다.

***"이사장 아들이 학장으로 재직 중"**

프레시안 : 학장이 강 이사장의 아들이라고 하던데 사실인가?
이 교수 : 그렇다. 강성락 학장은 강신경 이사장의 장남이다. 학장 부인인 이혜영씨도 우리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프레시안 : 현재 교수협의회의 요구사항은?
이 교수 : 5가지로 요약된다. ▲학교(재단), 학생, 교수가 함께하는 3자협의체 구성 ▲등록금인하, 장학금인상 등 학생복지 증진 ▲계약직교수 3인을 계약서 내용에 맞게 재임용할 것 ▲폭력행사자 파면 ▲상대평가제도 폐지 등이다.

프레시안 : 학교 측은 '블랙리스티'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인데?
이 교수 : 학교 행정직 직원말로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각 교수의 사진아래에 적극적인 가담자는 빨간색, 단순 참가자는 파란색으로 표시만 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이 바로 성향파악을 한 블랙리스트 아닌가?

프레시안 : 본인은 어떻게 표시가 된 상태인가?
이 교수 : 빨간 줄이 가 있다. (웃음) 아마도 '악질'이라고 여길 것 같다.

<사진4>

프레시안 : 학교 측에선 '일부 교수가 수업에 지장을 주고 순진한 학생들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교수 : 우리는 농성에 들어가면서도 약속한 것이 있다. 학생들의 수업에는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강의는 꼭하고 학교의 행정업무만 거부하고 있다. 학생들과의 연대도 학생들이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고민하고 연대를 제안해 제자들을 위해 선생인 우리가 나선 것이다.

프레시안 : 앞으로의 대응계획은?
이 교수 : 이번 문제에 대해서 우리를 지지하는 7개 교수단체와 연대해 나갈 것이고 안산지역 시민단체들과도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19일 축제에 맞춰 '단체삭발'도 생각 중이다.

***"우리는 경영권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프레시안 : 재단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교수 : 우리는 경영권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교내 민주화와 학교운영의 투명성에 대해 서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불신으로 인해 자꾸 엇나가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프레시안 : 바쁜 와중에 인터뷰에 감사한다.
이 교수 :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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