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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숫자 늘리는 게 로스쿨 목표 아니다"

[인터뷰]이은영 "로스쿨 법안 더 이상 검토 반대"

열린우리당이 국회에 계류 중인 사법개혁 법안, 특히 법학전문대학원 설립 법안(로스쿨 법안) 처리를 위한 여론몰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내대표단도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를 촉구했고 해당 상임위 위원들도 연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한나라당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로스쿨 법안이 계류된 교육위 소속의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24일 <프레시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있는 '공청회'는 이미 끝난 이야기를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토론이 아니라 법안을 처리할 때라는 확고한 방침인 셈이다.

이 의원은 로스쿨 법안이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직권 상정 등의 방법으로 곧바로 본회의에서 처리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이 의원은 로스쿨의 적정 정원을 전국적으로 '2000명 선'으로 본다면서 이는 대법원의 사법개혁위원에서 '변호사의 숫자가 과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던 정신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현재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30개 이상의 대학교 가운데 불가피하게 탈락하는 대학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확실한 대학을 제외하고는 스스로가 위험부담을 안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경쟁사회에서 준비를 했다고 모두 인가해달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방송사업의 예를 보더라도 기초 준비를 하고 응모를 했다가도 떨어지는 업체들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법사위는 로스쿨법 심의자격 없다"

프레시안: 24일 기자회견에서 변호사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로스쿨법안에 반대한다고 했는데, 대한변호사회는 지금 공식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대한변호사회나 다른 변호사 단체가 국회의원 변호사들에게 반대하라고 로비를 하거나 요청을 한다고 생각하나?

이은영 의원: 아는 바 없다.

프레시안: 현재 변호사단체 중에 반대하는 곳이 있는가?

이은영: 로스쿨 설립을 변호사들과의 싸움으로 몰고 가고 싶지 않다. 로스쿨 법안이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되면 법사위로 가는데 지금 법사위는 이 법안을 심의할 자격이 없다. 변호사들은 이해 당사자이므로 심의에 참여하면 안되고, 변호사출신 의원들을 제외하면 법사위 성원이 되지 않는다.

원래 법사위는 법안 내용에 대해서는 심의할 권한이 없고 자구와 위헌 여부만 심사하는 곳이다. 직권 상정 등의 방법을 통해서 (로스쿨 법안이) 법사위를 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국회교육위원회의 이은영 의원(열린우리당)은 로스쿨 법안은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직권 상정 등의 방법을 통해서 바로 본회의에 회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의원은 또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있는 공청회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프레시안

프레시안: 로스쿨 정원이 1200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은영: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로스쿨 도입을 결정할 때에 변호사 숫자를 과격하게 늘리지 않겠다고 약속해줬다.

프레시안: 지금 30개 이상의 대학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몇 개 정도가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나?

이은영: 로스쿨 적정 정원은 2000명 정도라고 생각한다. 졸업생 중 75%가 시험에 합격해서 변호사가 된다고 하면 매년 1500명의 변호사를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 정도는 지금에 비해서 과격하게 증가하는 숫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합의정신을 준수하는 것이다. 로스쿨 당 학생 수를 100명으로 예정하고 있으므로 약 20개 대학에 인가를 내줄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그럼 지금 준비하고 있는 대학 중에 탈락하는 학교도 있을 텐데?

이은영: 지금 준비하고 있는 대학들 중 자신 있는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위험부담을 안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준비한 대학이라고 모두 인가를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사업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준비를 갖추고 신청했다가 떨어지는 곳도 있다. 그러나 나중에는 숫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프레시안: 그러면 자격시험 합격자 숫자도 늘어나는가?

이은영: 사회적 필요가 있고, 시험위원회와 이해당사자가 합의하면 늘어날 것이다. 장기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분쟁도 늘어나기 때문에.

그러나 변호사 숫자를 늘리는 것이 로스쿨을 만드는 목표는 아니다. 숫자를 늘리는 것만이 목표라면 사법시험 합격자만 늘리면 된다. 지금 사법시험 합격자의 실력은 형편없다. 경제나 스포츠, 혹은 의학의 세계에 대해서 모른다. 판사도 전문성이 없어서 분쟁조정 능력이 없다.

미국에서는 의료분쟁 전문 변호사는 대부분 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을 보면 수사도 과학적으로 하지 않는가? 과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자료를 봐도 이해하지 못한다. 변호사도 그렇고 판사도 그렇다. 의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의학과 관련된 보고서도 읽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학부 전공이 개업 후 직업으로 연결된다. 미국에는 세무사가 없기 때문에 변호사가 세무 관리해주는 것이 제일 인기있다.

한국에서 기업 관련 사건을 많이 하는 로펌이 김&장인데 여기 변호사들은 한국에서 법대를 나오고 사법시험을 통과했지만 미국에서 로스쿨 공부하고 미국 로펌에서 받은 훈련으로 법률문제 해결한다. 한국 금융법이 관련된 문제도 미국에서 배워 온 지식으로 해결한다.

프레시안: 한국의 법과대학에서는 금융법을 안 가르치는가?

이은영: 극소수 대학에 있다. 지금 법과대학 시스템에서는 공부할 필요가 없다. 사법시험 지원자들 대부분이 신림동에 가서 고시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사법시험 합격자들 중에 법대 출신이 다수인가?

이은영: 비법대 출신도 상당하다. 그러나 법대 출신이 다수인 것은 사실이다.

프레시안: 법대를 졸업하려면 몇 학점 수료하나?

이은영: 150학점 수료한다. 그 중 110~120학점이 전공학점이다.

프레시안: 그럼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도 법대를 졸업하려면 고시과목 아닌 과목도 공부를 해야 하지 않나?

이은영: (하기는 하는데) 기형적이다. 시험 보는 날만 온다든지. 학생들 사이에 전파되는 학점 따는 요령이 있다. 우직하게 수업 듣고 시험 보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프레시안: 그렇게 해도 학점을 주는가?

이은영: 사정을 뻔히 아는데 학사관리를 엄격하게 하기 힘들다. 리포트로 대체하고 학기말 고사 한 번만 보고 그랬다. 지금은 어떻게들 하는지 잘 모른다. 근래에 내가 가르치던 과목은 '민법'인데 그것은 고시 준비용으로 열심히들 들었다. 지금 비인기과목 사정은 잘 모른다.

다른 학과 교수들이 로스쿨을 더 원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라든지, 심지어 공대 교수들도 로스쿨을 원한다. 입학생들이 전공 공부는 하지 않고 사법시험 공부만 하기 때문이다. 서울법대 교수들은 (지금 제도에) 별로 불평이 없다.

프레시안: 지금 열린우리당 입장은 지난 10년간 수 없는 논쟁을 통해서 결론이 났으니 이제 국회는 그냥 통과시키라 하는 것인가?

이은영: 그렇다. 논쟁은 끝났으니까 이제는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많은 국민들은 로스쿨 도입 논쟁에서 토론에서 배제되었다가 최근에 알려지면서 반론이 상당히 있다.

이은영: 그것은 그동안 여론과 명분에 밀렸던 법조인들이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공청회부터 다시 하자, 졸속으로 하면 안 된다 하는 핑계를 대고 있다.

프레시안: 왜 그것이 핑계라고 생각하나?

이은영: 모든 법안이 다 그렇다. 저지하는 방법의 하나다. 토론을 하다가 밀리는 쪽이 마지막에 쓰는 수법 중의 하나가 제로 베이스로 되돌리는 수법이다. 그동안 수 차례의 토론을 통해서 정지작업이 됐는데 다시 이야기해보자 하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로스쿨 도입은 지난 10년 동안 100여 차례의 토론회를 거쳐서 대타협에 도달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것에 대한 최종 결정은 2004년 10월의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에서 표결로 처리되었다. 사법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진 후 1년 동안 여러 차례 토론을 했지만 찬반이 팽팽해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표결로 결정한 것이다. 전체 위원 21명 중에서 12명이 찬성해서 이 안으로 결정된 사실을 알지 않는가?

이은영: 모른다. 나는 그 표결에 참가하지 않았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 위원회의 위원이었지만 그 표결이 있기 전에 그만두었다.

프레시안: 10년 이상 토론을 계속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1999년에 로스쿨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이 났던 것 아닌가?

이은영: 좌절된 것이다.

프레시안: 그렇게 결정이 난 것을 2004년에 다시 끄집어 낸 것 아닌가?

이은영: 나와 관점이 매우 다르다.

프레시안: 2004년 10월 표결이 찬성으로 결정된 것도 대법원이 그 방향으로 끌고 갔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은영: 그런 주장을 많이 들었다.

프레시안: 국민들은 지금이라도 왜 로스쿨이 도입되어야 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이은영: 본질적인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미 결정이 난 사항을 소신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찬성하는 논지에 대해서 듣고 싶으면 건국대 한상희 교수 같은 분에게 물어보라. 나는 국회의원으로서 반대하는 의원을 설득하고, 국민들에게 동조해달라고 호소하는 일을 할 뿐이다.

프레시안: 반대하는 의원을 설득하려면 반론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하지 않는가?

이은영: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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