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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겁만 주고 제약 못할 것"

<트라팰리스 분양 현장>하루에만 1만명 몰려 북새통

지난 8일 정부가 일반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한 후 처음으로 분양하는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인 삼성물산의 마포 '트라팰리스' 청약에 첫날부터 청약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부동산경기 위축을 우려해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서만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는 구멍을 뚫어놓은 데 따른 필연적 결과다.

***하루 동안에만 1만명 몰려들어**

청약접수 첫날인 14일 아침부터 종로구 운니동의 삼성물산 강북 주택문화관에 마련된 모델하우스 앞에는 청약을 하려는 사람들이 무려 1만여명이나 몰려들어 밖으로 40미터 가량 줄이 늘어설 정도로 일대가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이에 따라 이날 하루만 청약 경쟁률은 10대 1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16일까지 청약접수를 진행하면 경쟁률이 1백대 1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주상복합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지상 31층, 7백20가구 규모로 지어지는 것으로 이번에 분양되는 물량은 이중 '아파텔'로도 불리는 주거형 오피스텔 6백48가구다.

<사진1>

분양 현장은 분명 투기장이었다.

이날 모델하우스 안팎에는 '부동산투자회사'를 자처하는 많은 '떴다방'(이동중개업소)들이 청약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명함을 건네거나 즉석상담을 벌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투자가치가 있다기에 한번 들러보러 왔다는 주부 선복실(50)씨는 "청약통장도 필요가 없고 당첨 즉시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라고 속내를 토로했다.

선씨 옆에 있던 주부도 "기존의 아파트는 1순위가 되려면 1년 이상 기간도 필요하고 돈도 묶여야 하는데 이런 주상복합건물은 그런 데 묶이는 것이 없어 더 부담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40대의 한 주부는 "여기 온 사람들이 대부분 살집을 찾기보다는 투자가치를 보고 온 것"이라며 "주상복합도 정부가 전매를 못하게 한다고 하는 뉴스도 나오고 하니까 대부분이 마지막 투자기회라고 여기고 찾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혼집을 마련하려고 들러봤다는 장모(32)씨는 "대부분이 집을 구하러 오기보다는 투자목적에서 오거나 명의를 빌려 청약하러 온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이를 데리고 온 한 주부는 "다들 투자로 이익을 볼 계산이 있어서 오는 것이지 진짜로 살집을 구하러 온 사람은 열에 하나정도 일 것"이라며 "이게 마지막 남은 재테크 수단이고 이것도 곧 끝난다고 해서 들러 봤다"고 말했다.

***부동산업자, "나라에서도 겁만 주고 제약은 없을 것"**

자신은 '떴다방'이 아니라 '소규모부동산투자업자'라고 소개한 김모씨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열기'는 정부의 힘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식도 박살이 나고 은행이자는 실제로는 마이너스이고 아파트도 못하게 하니까 주상복합이 갑자기 '삐져나온 것'"이라고 분석하며 "돈 있는 사람들이 투자를 못하게 막을 수는 없는 거니까 규제가 없다면 앞으로 한참은 이런 열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부동산업자는 "지금 안전하게 투자할 곳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나라에서도 결국 겁만 주고 큰 제약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는 "20~30평대 분양권만 팔아도 최소한 4천~5천만원은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2>

강호식 트라펠라스 분양소장은 "예상보다 청약자들의 경쟁이 더 높은 이유는 '타워팰리스' 스타일의 쾌적한 고급 주거공간에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도 분명 영향이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청약자 입장에서는 투자가치에도 큰 매력인 것이 사실일 것"이라고 투기적 분위기를 시인했다. 강 소장은 최근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투자열풍을 타고 최소한 경쟁률이 '1백대 1'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는 "말을 하기가 곤란하다"고 입을 다물었다.

한 회사 관계자는 "하도 사람이 몰리고 취재들을 오니까 위(본사)에서 접수창구를 늘려서라도 과열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여론을 형성하지 않도록 하라는 특별지시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재경부, '주상복합 아파트 계약율은 60%에 불과"**

정부와 민주당은 14일 오전 아파트투기 억제를 위한 당정협의를 가졌다. 이에 일부 언론은 이날 오전 "시중의 부동자금이 중상복합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고 판단해 주상복합 분양권도 전매금지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보도가 나가자마자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청약이 과열양상을 빚으면 모르겠으나 아직까지 주상복합 분양권 전매를 검토한 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주상복합 아파트 계약률은 6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부인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이를 부인했다.

문제는 그러나 현재 3백70조원에 달하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분명 주상복합 아파트를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14일 트라팰리스 분양현장이 이를 입증해주었다는 사실이다.

언제까지 대기업 건설사들의 입장만을 생각해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해서만 정부가 전매권 매매를 고집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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