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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방조당, 투기 조장당, 투기 무관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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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투기 방조당, 투기 조장당, 투기 무관심당"

'아파트값 거품빼기 시민대회'…3당 의원 출동 "죄송"

"2만 명이 모이면 정부가 긴장을 하고, 10만 명이 모이면 정책이 변합니다. 100만 명이 모이면 우리 사회가 바뀝니다."

아파트값 폭등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분노한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전국철거민협의회(전철협) 중앙회, 인터넷 모임인 '아파트값 거품내리기 모임'(아내모) 등으로 구성된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국민행동)의 주최로 25일 저녁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는 '1차 시민행동'이 열렸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장외집회가 열린 것은 지난해 9월 '아내모'가 연 광화문 집회 이후 처음이다. 이날 집회에는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실시', '토지공개념 도입' 등을 촉구했으며, 최재천(열린우리당), 원희룡(한나라당), 심상정(민주노동당) 의원 등도 참석해 "부동산 정책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아파트값 거품빼기 1치 시민대회'에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실시'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프레시안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상지대 총장)는 "하룻밤에 1억~2억 원씩 버는 사람들이 있는데, 누가 부동산 정책으로 돈을 벌고 있는가"라며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됐다"고 장외집회를 열게 된 이유를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정부는 전국토의 균형발전을 얘기하는데, 발전의 균형이 아니라 투기의 균형을 이뤘다"고 비난했다.
김성훈 경실련 대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무능함을 비판하며 "열린우리당은 '투기 방조당', 한나라당은 '투기 조장당', 민주노동당은 '투기 무관심당'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시민대회에서는 이 3당 의원들이 차례대로 연단에 올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물론 자기 당에 대한 비판도 서슴치 않으며 열변을 토했다. 최재천, 심상정, 원희룡 의원 각각의 발언 요지를 발언 순서대로 별개의 상자 기사로 소개한다.

최재천 "토지공개념 도입 위해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해야"
▲ 토지공개념의 적극적인 도입을 촉구하는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프레시안

사실 여당 의원으로서 저라도 나가서 매를 맞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대통령께서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라는 발언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당 내에서는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도에 대해 상당한 정책 검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그 말을 하고 난 뒤에 의원총회에 갔더니 저와 다른 한 사람만 원가공개에 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당 지지율이 10%가 못 미치게 되는 결정적 증거 아니겠습니까.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토지공개념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으로들 알고 있는데, 헌재는 "개발이익 환수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했을 뿐이지 토지공개념 그 자체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린 적이 없습니다. 토지공개념은 좌파적 발상이 아니라, 좁은 땅에서 많은 인구가 살기 위해서 실현해야 하는 토지 정의, 경제 정의를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땅을 골고루 나눠 갖는 것이 우리 헌법 정신입니다.

이 나라는 건설 관료, 건설 정치인, 건설업자, 부동산광고 신문사들의 나라가 아닙니다. 썪어빠진 정치와 건설 관료들에게 기댈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바꿔야 합니다. 부동산공화국이 아닌 민주공화국으로 되돌려야 하고, 건설주권이 아닌 국민주권을 되찾아야 합니다.

이번 정기국회에 토지공개념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것이 확실합니다. 저는 대통령께 긴급 재정·경제명령권을 발효할 것을 건의합니다. 토지공개념,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를 실시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합니다.

▲ ⓒ프레시안

신민철 아내모 대표는 "개혁 열망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역시 개혁 열망으로 탄핵에서 노 대통령을 극적으로 구출했다"며 "그러나 노 대통령의 '분양원가 공개' 대선공약은 말뿐이었다. '시장원리에 안 맞는다'며 약속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아내모는 2002년부터 끊임없이 부동산 거품으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국가경제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해 왔으나, 정부는 부동산 거품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계속 무시하며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써 왔다"며 "이런 식의 임기응변을 계속하면 국가적인 위기에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호승 전철협 중앙위원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사람들이 내 집 하나 마련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적극 나서 사회와 경제의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권영준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소장(경희대 교수)도 "힘 빠진 대통령, 안이한 장관들, 무능한 정치권 대신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권 소장은 또 "헌법을 개정해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정부가 집값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불한당 '부동산 5적'에 맞서 서민 주거권 쟁취해야"
▲ "'불한당'들이 서민들의 피를 짜내 먹고 있다"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프레시안

날아다니는 새들도, 기어다니는 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사람들이 집이 없습니다. 정부는 '한미FTA 반대 시위'에 대해 "더 이상 관용은 없다"고 했는데, 지금 국민들 중 이 정권에 관용을 배풀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부동산 값 다 합하면 캐나다를 6개 살 수 있고, 5년 동안 부동산 불로소득만 600조 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은 10%입니다. 그 많은 돈은 다 어디에 갔습니까.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당이 어딘지 아십니까? 한나라당? 잘 못 보셨습니다. '불한당'(不汗黨)입니다.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천문학적 불로소득을 올리며 서민들의 피눈물을 짜내 이익을 챙긴 재벌 건설사들이 불한당입니다. 그리고 투기 불쏘시개를 계속 공급해준 정부와 부동산 광고 열심히 실어 준 수구 언론들도 불한당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끊임없이 신도시 계획을 내놓으며 부동산 5적과 충실한 동맹을 맺어 왔습니다.

'투기 무심당'이라는 비판 맞습니다. 망국적 투기를 잡을 만큼 정당적 실천을 못한 것에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서민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불한당에 맞서 당당하게 투쟁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부동산 정책은 반지하, 비닐하우스, 옥탑방에 사는 160만 주거 빈곤층에 최우선을 두고, 서민에게 주거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1700만 서민들이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정부가 소유한 땅은 민간에 넘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집을 지어 반 값에 서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더불어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신규분양을 엄격히 제한해야 합니다.

'일반 시민'도 연단에 올랐다. 자신을 "건설회사에서 20년간 근무했다"고 소개한 한 남성은 "건설회사 근무하며 국민들이 고통받는 것도 모르면서 호의호식해 왔다"며 "그러나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엄청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돼 이 자리에 용기를 내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건설사들은 정부와 공무원들 지방자치단체들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민들이 무엇을 아느냐'며 여러분들을 우습게 생각하고 있다"며 "동탄 등 신도시에서 거품을 조작하고 폭리를 챙긴 건설업체들이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내 남은 일생을 바치겠다. 양심적인 건설인들이 부동산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해 청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국민행동은 '선언문'을 통해 "대통령은 국민에게 공개사과하고 건설족에 주어진 특권과 특혜를 근절하라"고 촉구했다. 국민행동은 구체적으로 정부에 △공공택지의 건설업체 분양중지 및 공공보유주택 20% 확충 △분양원가 공개 및 후분양제 이행 △택지개발촉진법 개정 △재건축·재개발 투명성 및 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했다.
원희룡 "부동산 폭등에 표정 관리하는 한나라당 의원들 부끄럽다"
▲ 분양원가 공개 등을 초당적 당론으로 채택토록 노력하겠다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프레시안

제가 지금 마흔 두 살인데 저희 세대는 10~15년 열심히 일하며 저축하면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25평짜리 아파트는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간은 2배 이상 늘어났고, 3세대에 걸쳐 저축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아파트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합니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이 여러분들이 앉아 있는 차가운 보도블럭처럼 차디찬 절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서민들을 위한다며 개혁을 외쳤던 정부의 실정이 실망스럽습니다. 개혁은 다른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2004년부터 분양원가 공개를 찬성해 왔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극히 일부 공공주택만 공개되는 것으로 고쳐졌는데 그마저도 충실히 집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한나라당 의원이지만, 한나라당 의원 중에도 대다수 국민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지 않고 부동산 가격 폭등 과정에서 표정 관리하며 건설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을 부끄럽게 고백합니다. 한나라당은 선거 때마다 서민의 아픔을 얘기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가진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을 대표해서 사과드립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물러서지 않고 국회에서 한나라당에서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분양원가 공개 등이 각 당의 공통당론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나라당이 말로만 서민 주택 안정을 얘기하고 배신할 때는 여러분이 과감하게 심판해주십쇼.

▲ 시민들이 직접 만든 '대통령께 드리는 글' 플래카드를 들고 청와대로 행진 중인 '국민행동' 대표들.ⓒ프레시안

국민행동은 재정경제부와 청와대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아파트값 내리기'를 상징하는 '▦↘'기호를 붙여 온라인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거리에서 '10만 서포터즈 모집' 서명운동을 받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작성한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 플래카드를 만들어 청와대에 전달했다. 국민행동은 12월 7일 광화문에서 '2차 시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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