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때문에 강남 아파트 재건축해야"?

아파트 재건축 놓고 강남 지자체와 서울시 격돌

부동산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재건축문제를 놓고 대립하던 강남구 등 자치구들과 서울시가 13일 각각 토론회와 반박의견서 발표를 통해 신경전을 벌였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재산권 행사와 지진의 위험성까지 거론하며 재건축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서울시는 ‘효용증대’라는 항목을 재건축 요건에 포함시켜 재건축을 강행하려는 강남구의 움직임에 대해 “명백히 상위법에 위반되는 자의적인 조례”라고 비판했다.

이번 강남지역 자치단체장과 서울시의 힘겨루기 결과는 향후 아파트값 폭등 지속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진에 대비해 재건축해야"?**

<사진1-강남구 아파트>

강남, 송파등 강남권 구청장들이 주축이 된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는 이날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구청장과 학자, 건설업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건축정책토론회'를 열고 “서울시는 강남권 아파트의 재건축이 서울과 수도권의 전셋값 오름세를 확산시킨다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재건축승인이 이뤄진 도곡, 역삼 지역의 전세가 상승률은 11%로 서울 전체의 상승률 14%보다 낮았다"고 주장했다.

자치구들은 또 “강남 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의 가격상승은 주변아파트의 시세와 시장수요를 반영한 정당한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최근 발표된 김포, 파주 신도시 건설로는 강남권 아파트수요를 흡수할 수 없고 일산이나 분당처럼 수도권의 기형적인 비대화만 가져올 것”이라며 “재건축으로 강남지역의 아파트 공급을 확대해야 실질적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개인의 재산권 활용이나 효용성의 증대라는 측면에서 재건축문제를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재영 한진중공업 대표는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내진설계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진 등에 대비하기 위해 재건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재건축 왜 하려 하는지 다들 뻔히 아는데"**

자치구들의 아파트 재건축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반박의견서에서 “재건축이 부동산가격 폭등의 원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강남권에서는 재건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아파트까지 안전진단 등 재건축절차를 마구 진행해 가격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또 “일부 자치구들이 조례 제정을 통해 안전상 우려 이외에 효용증대라는 항목을 재건축 요건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으나 이는 명백히 상위법에 위반되는 자의적인 조례”라며 “자치구들이 위법한 조례를 제정할 경우 법규에 따라 해당 자치구에 재의를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2- 토론회 모습>

자치구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던 김선덕 건설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이익이 있다고 안전에 큰 이상이 없는 아파트를 오늘 짓고 내일 허무는 식의 정책은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있을 수 없다”며 무분별한 재건축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춘섭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원장도 “재건축시에 생길 교통난 등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최근 아파트값 폭등 문제는 솔직히 말해 강남아파트 값이 치솟는 것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며 “정부는 왜 강남아파트 값이 치솟는지 알아내고 이를 조정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시민은 "재건축이 무슨 목적인지 다들 뻔히 아는데 '지진위험'에 '효율성'까지 들먹이니 강남이 욕을 먹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