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23일 "우리자산관리와 대우건설이 노조 파괴를 위해 치밀한 공작을 세우고 집행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협박하거나 조건부 탈퇴를 종용하는 것은 현행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돼 처벌의 대상이 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직접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이들이 부당노동행위에 직접 관여 혹은 교사·방조하는 것 역시 '공범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어 대우건설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과 동시에 불어 온 고용불안의 바람 서울 남대문구 대우센터와 영등포구 당산동 대우 생활동 등 대우건설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기술직, 미화직, 보안직 노동자 200여 명은 최근 용역업체 변경으로 인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대우건설 각 사업장의 시설관리를 맡아 온 하청 노동자인 이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이다. 기술직 노동자는 동우공영(주)에, 보안직과 미화직 노동자는 동우SM이라는 회사에 소속돼 있다. 길게는 1978년 대우센터 건물이 세워지면서부터 이 곳에서 일해 온 이들은 법정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미화직), 24시간 맞교대 근무에 100만 원 남짓한 임금(보안직)을 받으며 일을 해 왔지만 "그 동안 특별히 고용불안을 느낀 적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우건설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바람이 이들 하청 노동자들에게도 불어닥쳤다. 올해 2월 대우건설이 구조조정을 핑계로 30%의 용역단가 인하를 요구했고, 이는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이 30%가 인하되거나 하청 노동자 인원이 30% 감축되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지난 2월 10여 일의 전면 파업을 비롯해 40여 일의 투쟁을 통해 연말까지 고용보장을 약속받았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애초 직계약 형식으로 맺어졌던 하청계약에 지난 3월부터 대우건설이 자본금을 100% 출자해 설립한 우리자산관리라는 자회사가 끼어들면서 잉태된 것. 우리자산관리는 현재 계약 관계에 있는 동우공영과 동우SM 대신 새로운 용역회사와의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명분은 용역단가 인하를 통한 경영혁신에 있지만, 노조는 "업체 변경을 통해 노조를 파괴하려는 것"이라며 "100% 고용승계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보안, 미화 한꺼번에 즉시 해지해야 노조 집행부 현장 침입 막을 수 있다"
대우건설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지난 22일 고용승계를 요구하기 위해 대우센터 14층에 위치한 우리자산관리 사장실을 찾았다. 이들의 갑작스런 항의방문을 받은 송점종 사장은 황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노동자들은 그 자리에 눌러 앉아 점거 농성을 시작하게 됐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문서는 사무실 점거 과정에서 발견한 것.
이 문건을 살펴보면 "보안, 미화를 한꺼번에 즉시 해지로 바꾸어야만 계속되는 노조 집행부의 현장 침입을 막을 수 있으며"라는 문구나 "노조 조직력이 약화되고 (회사측이) 대의명분에서 앞선 현시점이나 연말에 용역사를 변경해 노조의 활동 장소 제공을 근본적으로 없애햐 함" 등의 표현이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용역업체 변경의 목적이 노조 와해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상황과 관련해 11월 15일자로 "(용역계약) 취소통보에 불안을 느낀 고층부 미화원 46명(노조 주장 33명)이 2007년도 고용보장조건(회사불문)으로 상기노조를 집단 탈퇴(내년 3월까지 약속함)"라고 적혀 있다.
노조는 "미화직 노동자가 소속된 동우SM은 이미 14일 자로 2007년도 계약 낙찰통지서를 취소 통보받은 상태여서 고용보장 약속의 주체는 우리자산관리나 대우건설 둘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이 두 회사가 고용승계라는 조건부로 노조탈퇴를 종용한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 비용도 분담…"노조 파괴 공작에 대우건설의 직접개입 증거"
더욱이 노조가 이날 공개한 문건 가운데는 하청노조에 대한 법률 대응 비용을 대우건설과 우리자산관리가 분담할 것을 논의한 내용도 있다. 법률사무소 김앤장과 가처분신청 대리계약을 체결하면서 변호사비를 분담해서 낼 것을 계획한 것.
22일자로 작성된 '일일업무보고'에 노조관련 업무처리와 관련 변호사 비용 총 7000만 원 가운데 대우건설이 3000만 원을 부담하는 것을 법무팀과 자산관리팀 협의 후에 결정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
노조가 공개한 문건에는 우리자산관리와 대우건설의 로고가 나란히 찍혀 있는 데다, 우리자산관리가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통해 대우건설의 계열사로 편입된 회사라는 점, 변호사비까지 공동 부담을 시도한 점 등을 근거로 노조는 "대우건설이 직접 시설관리직 노조의 와해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참터)는 "변호사 비용을 함께 지급하기로 계획했다면 상식적인 추론에 의해 볼 때 대우건설의 개입 가능성이 높다"며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제3자가 노사관계에 개입해 부당노동행위를 종용·교사·방조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 공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1979년부터 일해 온 일터…"사람대우 받고 싶었을 뿐" 미화직 노동자 송길순(60) 씨는 1979년부터 대우센터 건물의 바닥과 화장실을 청소해 온 '대우 토박이'다. 대우센터에 처음 발을 내딛었던 당시 송 씨의 임금은 4만 원이었다. 송 씨는 남편 없이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대우센터에서 일을 하고 또 가정집의 빨래 일을 해주러 다녀야 했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던 송 씨는 올해 처음으로 단체교섭을 통해 최저임금에 100원을 더 얹어 받게 됐다. 그러나 송 씨가 노조에 가입한 것은 임금 때문은 아니었다고 했다. "노조에 가입한 건 2004년이예요. 당시 우리를 감독하던 직원이 워낙 '악질'이었어요. 우리한테 '야, XX년아. 나와'라고 소리지르는 건 일상이었고 천한 일을 한다고 사람을 참 멸시했죠. 그래서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사람 대우를 좀 받고 싶어서요. 임금이 문제였다면 진작 가입했지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그때까지 있었겠어요?" 처음 대우센터 미화직 노동자로 들어왔을 때 송 씨는 33살이었다. 청소를 위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던 그에게 남자 직원이 "내 바지에서 대변 냄새가 나는지 맡아봐 달라"고 얘기하는 '경악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송 씨는 "노조에 가입하고 나니 우리에 대한 멸시가 정말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 때문이다. 송 씨는 회사가 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27년 간 일해 온 일터에서 쫓아내려고 하지만 "노조를 버리고 예전처럼 욕 먹어가면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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