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비정규-농민 자녀가 로스쿨 갈 수 있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비정규-농민 자녀가 로스쿨 갈 수 있을까?"

[인터뷰]최순영 의원 "돈만 들어가고 학생들은 더 고생"

로스쿨 제도는 김영삼 정부 때 박세일 교수가 처음 제안해서 세계화추진위에서 잠시 거론되다 말았다. 김대중 정부 때도 대통령 직속 참교육위원회에서 도입을 건의했으나 이듬해 대통령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폐기됐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법제도개혁의 일환으로 재추진되면서 다시금 논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설치된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도입을 결정했고, 국무총리실 산하의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법안을 완성, 지난해 10월 국회에 송부해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의 당초 계획은 2008년부터 전면적으로 로스쿨을 도입한다는 것. 이에 따라 로스쿨을 도입하려고 하는 각 대학교들은 앞 다퉈 정부가 제시한 인가 기준에 맞추려고 도서관과 모의 법정 등의 시설을 건축하고 현직 변호사들을 대거 교수진에 영입했다.

각 대학이 제도가 도입되기도 전에 대책을 서두른 이유는 간단하다. 앞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들만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제도 추진의 목표이기 때문에 로스쿨을 유치한 대학과 유치하지 못한 대학은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교에서는 로스쿨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이는 대학과 정부 모두에게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막대한 비용을 들인 대학교들은 정부의 계획대로 로스쿨 도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된다. 정부는 정부대로 수많은 부작용 논란에도 불구하고 짜 맞추듯 예정된 시간표대로 제도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로스쿨 도입론자들은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 요구 조차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와 일부 법학자, 시민단체들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면 변호사들이 늘어나서 서민들도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법조인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법조인들의 밥그릇을 지키려고 로스쿨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정부의 로스쿨 법안이 국회 교육위에서 심의의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이를 연계를 시키기로 한 한나라당의 원내 전략까지 깔려 있다. 시민단체들까지 합세해 '로스쿨 도입=사법개혁'이라는 등식 만들기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제도권 내에서 가장 진보적임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은 로스쿨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다. 로스쿨 도입안이 겉으로 내세우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등 저소득층 자녀들이 법조인이 될 기회를 원천 봉쇄하고 학생들에게는 2중 3중의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프레시안>은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을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유를 들어봤다.


"학생들 고생 시키고 돈만 들어가는 로스쿨…전면 재검토해야"

▲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로스쿨은 겉으로 내세우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면서 학생들 부담만 늘리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정부의 로스쿨 도입안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최순영 : 로스쿨은 원래 변호사 숫자를 늘려서 서민들도 적은 비용으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된 것 아닌가? 그런데 실제로 제출된 정부안을 보면 변호사 숫자 늘리는 것과는 상관없는 제도로 보인다. 그리고 다른 사법개혁과 관련성도 분명하지 않다. 교육위원회에 상정되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로스쿨 안이 시행된다면 예상되는 효과는?

최순영 : 로스쿨에 들어가려는 입시학원이 성행해서 그 학원비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로스쿨 입학 후에도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금 의과전문대학원 입시를 위한 과외도 심하다고 한다. 로스쿨도 그렇게 될 것이다. 로스쿨을 도입하면 엄청난 입시경쟁을 낳을 것이고, 자연계열 등에 가있는 우수한 아이들끼리 경쟁을 하게 된다. 이것은 국가적 낭비다.

프레시안 : 로스쿨을 반대하는 것은 '밥그릇 지키기'에만 관심 있는 변호사들뿐이라고 하는데?

최순영 : 로스쿨을 반대하는 법대 교수들을 많이 만났다.

프레시안 : 대학들이 이미 막대한 돈을 투자해놓고 있는데?

최순영 : 이번 국감 때 보니까 로스쿨 유치를 희망하는 대학들은 모두 투자를 했다. 도서관을 근사하게 짓고, 교수들도 충원하려고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에 들어간 돈은 다른 과 학생들이 낸 것이다. 다른 과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없는데….

프레시안 : 이미 투자를 한 대학들을 생각해서라도 로스쿨 제도는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최순영 : 로스쿨을 추진한다고 해도 투자한 대학들이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는 9개에서 10개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미 투자를 하고 준비를 해둔 대학교가 20개가 넘는다. 국공립 대학교는 전부, 그리고 서울의 큰 사립대학교들은 대부분 여기 참여하고 있다.

프레시안 : 조건을 갖춘 대학들을 모두 인가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최순영 : 그러면 그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어려운 사법시험을 보게 할 것인가? 그렇게 한다면 현재의 사법시험제도의 문제점 개선이라는 명분도 사라진다.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들은 의대를 졸업한 사람들처럼 대부분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만 치르고 변호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이 그렇게 하고 있고, 로스쿨을 도입하는 사람들이 처음에 그렇게 이야기했다.

프레시안 : 그러면 로스쿨을 어떻게 배정해야 한다고 보나?

최순영 : 그게 문제다. 정부가 말한 대로 9개에서 10개만 인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각 도와 광역시 마다 적어도 하나씩은 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면 서울에 한두 개만 인가해줘야 한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서울의 사립대학들 중에서 로스쿨 설립을 추진하는 숫자는 훨씬 많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 : 등록금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있다.

최순영 : 로스쿨 등록금은 연간 2000만 원에서 4000만 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레시안 : 서민자녀들에게는 장학금을 준다는데?

최순영 : 그게 몇 %나 되겠는가? 지금도 서울대 등에서 한다고 하는데 가보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전체 학생 수의 3% 정도 되나? 그 정도로는 안 된다. 아예 인구비례로 뽑는다면 또 모르겠다. 농촌 인구가 몇 %니까 농촌출신 학생들을 몇 % 뽑는 식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면 그것은 허구다.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보면 안다.

프레시안 : 교육위원회에서는 통과되고, 법사위에서 묶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순영 : 교육위원회에서도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프레시안 : 교육위원회의 법안심사 소위에서 이미 합의했다고 하는데….

최순영 : 불충분하다. 다시 논의해야 한다.

프레시안 : 최 의원은 숫자를 3000명으로 늘리는 것만 보장되면 로스쿨 도입에 찬성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순영 : 그렇지 않다.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로스쿨은 정부가 내세운 목적과 실제 예상되는 효과가 너무 다르다. 로스쿨은 학생들 고생 시키고 돈만 들어가는 제도다. 비정규직 노동자 자녀들이나 농민 자녀들은 로스쿨에 갈 수 없다. 현행 사법시험제도의 개선은커녕, 이중 삼중의 고통을 고시생들에게 주는 제도가 정부의 로스쿨 도입 안이다.

변호사 인원을 늘리자, 전문성을 갖게 하자는 것이 취지인데 둘 다 현행 제도에서 가능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