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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盧대통령에 16장짜리 편지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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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盧대통령에 16장짜리 편지 보냈다"

"DJ-盧, 덕담이나 해야지 주역 하면 되나"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의 발걸음이 최근 분주하다. '헤쳐모여식 신당창당'의 밑그림 그리기에 한창인 그는 여야를 넘나들며 두루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일이다. 최근에는 언론 노출도 꺼리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과 사석에선 호형호제할 정도로 교분이 두터운 그는 정계개편의 방향을 조율할 몇 안 되는 중진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8일 밤에 만난 정 고문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에게 16장짜리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정계개편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서신 형식을 빌어 의견을 전달한 방식에선 아무래도 적지 않은 거리감이 묻어있다.

"우리당 잔영만 남기고 모두 신당으로 가야"

편지에는 다양한 정계개편 방법론을 망라한 5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탈당해서 새 정당으로 가는 그림이 제일 좋다"는 개인 의견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모든 당의 기득권을 완전히 허물고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뜻이다. 전례 없는 방식으로 소위 '헤쳐모여식 제3지대 창당론'의 가장 확장된 형태다.

정 고문은 "이미지가 새로워야 한다. 그러려면 열린우리당 승계 이미지가 없어야 한다. 우리당 잔영만 남기고 모두 (신당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노무현당'으로 각인된 상황에서 정 고문의 이 같은 발언에는 결국 '노 대통령은 정계개편에서 빠지라'는 메시지가 녹아 있다.

정 고문은 "노 대통령이 상황을 로맨틱하게 보는 것 같다. '지역구도 극복이 안 되면 야당하면 된다'는 발상은 나이브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노 대통령의 집념에 가까운 영남권 진출 의지에 대해 "지금은 그런 것 같지만 지나보면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 의지의 변화보다는 2008년 총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현역 의원들의 생리를 내다본 얘기다. 그는 "이대로 정권이 바뀌면 한나라당은 부패로 우려먹을 것이다"면서 "지금 노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도 이를 걱정해 생각이 바뀌게 돼 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노 대통령이 신당 창당 과정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정 고문은 또한 최근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회동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노 대통령이나 DJ나 덕담하는데 그쳐야지 주역처럼 하면 되겠느냐"면서 "전직 대통령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직 대통령이 만났다고 무슨 힘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런 것은 노 대통령에게도, DJ에게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운찬 생각이 꽤 변한 것 같더라"

정 고문은 이어 "이제 신당 (그림 그리기) 대신에 여권의 대통령 후보를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드러난 사람들을 포함해 예닐곱 명을 꼽았다. 친노계가 빠진 점, 민주당 소속의 추미애 전 의원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정 고문은 특히 정운찬 전 총장의 심경 변화에 주목하는 듯 했다. 정 전 총장은 최근 <대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에서 뛰는 것도 있지만 뒤에서 훈수를 두는 방법도 있다. 뒤에서 훈수 두는 일은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밝혔었다. 정 고문은 이를 언급하며 "최근 정 전 총장의 생각이 꽤 변한 것 같다는 얘기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 고문은 이어 "고건 전 총리가 사는 길은 정운찬 등 경쟁자들을 다 이긴 고건이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밥숟가락 들고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과 같은 맥락으로 신당에 들어와 경쟁을 하라는 뜻이다.

"盧 주변에 예스맨밖에 없어"

정 고문은 한편 노무현 정부에 대해 "아마추어리즘 정권, 논의구조가 없는 정권"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특히 노 대통령의 386 측근들을 언급하며 "노 대통령 주변에 크고 작은 논의구조가 전혀 없다. 예스맨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쐈다.

특히 중진, 원로들과의 소통의 부재를 "답답하다"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정권 초기에 중요한 것에 대해 중진들과 의논 한 번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노 대통령과 이야기를 하면 고개를 푹 숙이고 듣고 있기는 한데, 전혀 피드백이 없다. 아주 샤이(수줍은)한 사람이다"며 "샤이한 사람이 직선적인 법"이라고 말했다.

정 고문은 다만 "(국정운영이) 잘 안되니까 노 대통령도 외로울 것이다. 이제 내가 술친구라도 하며 얘기를 들어줘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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