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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면서 계속 이어져 온 '중도'의 길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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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면서 계속 이어져 온 '중도'의 길 가겠다"

<인터뷰>이부영 "盧, 더이상 여당 난처하게 하지 말라"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사실상 정계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서운하다기 보단 시원하다"고 소회를 밝히는 이 전 의장.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그는 오히려 한발 물러서겠다고 한다. 이유가 무얼까?

"신당에 이름 하나 넣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 전 의장은 7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김지하 시인, 박종화 목사, 법륜 스님,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우리사회 원로 32명과 함께 중도노선을 표방하는 '화해상생마당'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9일 창립 모임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이 모임에서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화해상생마당'(www.peace119.org)은 극단적 대립과 분열의 논리만 득세하는 한국 사회에서 양 극단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 전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도 '상생의 정치'를 하자고 했지만 정치권에서 나서면 정략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화해와 상생의 멍석은 (정치권) 밖에서 깔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화해상생마당'이 각종 거중조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와 윤여준 전 의원은 정당 활동을 접기로 했다.

그는 "앞으로 있을 여권의 통합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 과정에서 내가 이름 하나 보태든 안 보태든 별 문제가 아니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질 정치권의 이합집산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신당 창당, 노 대통령 미래와는 관계없는 일"
▲ 이부영 전 의장ⓒ프레시안

그가 정계 은퇴를 결심하게 되기까지는 열린우리당 안에서의 경험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합류하면서 당 창당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독수리 오형제'(이부영 김영춘 김부겸 이우재 안영근)의 존재는 열린우리당 창당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크게 한 몫 했다. 그는 2004년 8월부터 넉 달간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이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또 열린우리당이 향후 정계개편 과정을 통해 자동 소멸할 것으로 봤다.

그는 "열린우리당 창당 자체는 의미가 있는 것이었지만 노무현 정부의 국정 운영의 실패 때문에 동반추락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 여당 지도부를 수시로 입각시키고 당의 독자적인 정책 개발을 용납하지 않는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운영 방식이 당을 무력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몇 차례 쓴 소리를 하니까 당에서 외로워지더라"면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조언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했다.

그는 "신당은 노 대통령의 미래와는 별로 관계없는 일"이라며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 창당 등 향후 정계개편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의 소신을 거듭 밝혔다.

그는 "'친노(親盧)계' 의원들도 새로 생기는 신당에 참여해 그 정당이 지역정당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자꾸 따로 분리하겠다고 하면 신당도 어렵고 친노계 의원들의 입장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이 전 의장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용이다.

"내년 대선이 난장판 안 되도록 가이드라인 제시"

프레시안 :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탈당 절차를 밟지 않고 당을 떠나겠다고 했다. 정계 은퇴를 하겠다는 것인가?

이부영 : 요즘 내 문제의식을 먼저 얘기하면 자연히 설명이 될 것이라고 본다. 나는 우리나라가 현재 위기이면서 동시에 미래가 열리는 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경제적, 문화적, 과학기술적으로 세계에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오랫동안 축적된 우리 역량이 빠져 나가는 길목을 꽉 막고 있는 게 북핵문제다. 물론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데, 문제는 우리 내부다. 미국과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는 문제를 놓고 우리 내부의 노선분열이 심각하다. 이는 지역, 노사, 세대 갈등 등과 연관돼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갈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분야가 정치다. 내가 정치를 해봤기 때문에 내부 메커니즘을 안다. 싸우고 싶지 않아도 바깥에서 가해오는 압력, 또 선거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싸움을 하거나 분열한다.

내가 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을 하는데 이름 하나 보태든 안 보태든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돌 하나 더 고이고 안 고이는 게 큰 영향이 있겠냐. 현재 어려운 여당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으겠지만 거기서 빠지기로 했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대결과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를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가게끔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위기 때는 선명성과 선동성을 앞세운 극단론이 더 기승을 부린다. 하지만 우리 국내 상황을 보면 선명하고 선동성이 강한 그런 논리가 대안과 처방이 되기 힘들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지난 3월부터 김지하 시인, 수경 스님, 정성헌 씨 등 몇몇 사람이 논의를 시작했다. 지금 시기에는 큰 차이를 작은 차이로 만들고 크게 하나 되도록 만드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해와 상생의 중도노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화해와 상생의 중도노선은 온건한 개혁노선일 수도 있고, 혹은 개명적인 보수노선일 수도 있다. 그러나 회색 지대로의 도피나 기회주의 노선이 아니라 역동적 중도주의를 의미한다. 옳은 것은 과감하게 편들어 줘 현재의 지적 혼돈 상태를 빨리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년 대선이 이념 대결과 지역주의 때문에 싸움판, 난장판이 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정치권 밖에서 단체를 만드는 것인가?

이부영 : 그렇다. 종교계, 문화계, 학계, 법조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정치인 출신은 나와 윤여준 전 의원뿐이다.

프레시안 : 시민단체 등 대중적 조직의 형태는 아닌 것 같다.

이부영 : 지식인들이 모인 포럼 형태의 모임이다. 현재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사회운동 진영도 갈라져 있는데 일종의 대화마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치권 밖의 단체라지만 정치적 이슈를 다루려고 한다. 또 내년 대선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이부영 : 내년 대선은 엄청난 분열의 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내년 대선 이후 바로 총선이다. 따라서 중요한 국정과제를 다뤄야 하는데 바로 정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렇게 돼서는 안된다. 이제는 극단주의가 아니라 화해 상생의 노선으로 우리 스스로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분단을 극복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대화와 상생의 정치'는 지난 2004년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노무현 대통령도 내세웠던 것이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실현하느냐는 것 아닌가?

이부영 : 정치권에선 상생 정치를 하자고 해도 자기 입장에서 본다. 상대방은 정략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 밖에서 화해와 상생의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

프레시안 : 최근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합리성을 강조하면서 나온 뉴라이트나 뉴레프트와 어떤 차이가 있나?
▲ ⓒ프레시안

이부영 : 우리는 중도노선을 표방한다. 한국 사회에서 좌우합작이나 통일전선운동 등 모든 중도적 노력이 계속 깨졌지만 역사적으로 계속 존재해 왔다. 오는 11월 말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김지하 시인, 법륜 스님, 박종화 목사 등을 모시고 중도주의가 무엇인가를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또 우리는 정치세력화 하려는 게 아니다. 지식인 집단으로 거중조정자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권력화 되거나 이익집단화 돼서는 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 당적, 자동소멸하지 않겠냐"

프레시안 : 중도노선을 표방했는데 그렇다면 현재의 정치적 분열이 개혁노선을 표방한 현 정권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

이부영 : 두 차례 개혁성향의 정권이 들어섰는데 상당히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했다. IMF 외환위기에서 출발했고 그 이후에는 북핵 위기가 있었다. 전통적인 동맹관계 내지는 국제관계의 변화도 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정권 들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익숙하지 않은 비재래적인 행태들이 나타났다. 분단된 나라에서 이런 불안정한 행태는 국민들을 안정지향 내지는 보수지향으로 만들었다. 또 내용적으로는 별로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이지 않으면서 말만 과격한, 다시 말해 우회전하면서 좌회전 깜박이를 키고 가는 그런 행태가 계속 됐다. 그러다 보니 개혁이든, 보수든 한국 사회 전반이 다 혼돈 상태에 빠진 것 같다.

프레시안 :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했지만 열린우리당 당적을 갖고 있지 않나?

이부영 : 당적은 곧 통합신당이 되면 내버려둬도… 거기 안 끼면 자동소멸되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이 왜 실패했다고 보는가?

이부영 : 열린우리당의 창당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탄핵 국면에서 반사이득을 얻은 측면이 있지만 국민들이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 의석을 줬다. 또 우리당이 내세운 정치개혁, 한반도 평화공존 등 목표 자체는 지금도 잘못된 게 아니고 앞으로 어떤 정당이라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정부 국정운영의 실패 때문에 동반추락을 했다.

프레시안 : 집권 여당도 정책 실패의 책임을 같이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부영 : 열린우리당은 과거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같이 특정 지역에 뿌리를 둔,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있는 정당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신생정당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당이 국민들 속에 뿌리 내리도록 의원들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당이 너무 공고해져서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랬는지 수시로 당 지도부를 각료로 데려갔다. 물론 당 지도부에 있던 사람들도 경력 관리를 위해 정부로 들어가서 일하는 경험을 쌓을 필요는 있을지 모르지만 수시로 하니까 당이 불안정해졌다. 불안정해진 당은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또 당의 독자적인 정책 개발을 용납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다. 지금에 와서 정부가 원가공개하겠다고 하는데 당에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양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할 때 정부에서 야단이 나지 않았나. 당 지도부가 흔들리고 정책 개발이나 추진 등을 못하도록 청와대가 막으니 당 자체가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내가 몇 차례 쓴소리를 하니까 당에서 외로워지더라. 그래서 이 화해상생마당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신당에 끼어 정치할 건 아니지 않나"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은 최근에도 지역주의로 회귀는 안된다면서 정계개편과 관련해서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신당 창당이 잘 될 수 있다고 보나?

이부영 : 노 대통령은 작년 연말 정도까지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끝까지 평당원으로라도 남겠다고 한다. 얘기가 일년 전하고는 전혀 다르다. 그때는 탈당을 하겠다고 하면 당내 두려움이 있었다. 여당이었는데 야당이 돼버리는 것 아니냐. 당의 입장이나 정체성이 애매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탈당을 얘기하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쌓였더라도 조용해지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대통령이 탈당하겠다고 하면 '좋습니다. 나가십시오' 하니까 끝까지 평당원이 돼서 챙기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새로 만들어질 통합신당이 지역주의 정당이 될 것이라서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씀하는데, 대통령은 북핵 등 한반도 안보문제, 사회협약 등 경제회복 방식 등에 전념 해야 한다. 신당이 되면 당신이 거기 끼어서 정치할지 모르겠지만 별로 당신 미래와 관계없는 일이다. 그러면 친노계 의원들도 새로 생기는 정당이 지역정당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 자꾸 이걸 대통령이 나서서 따로 분리하겠다고 하면 신당도 어렵고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의 입장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다. 친노계 의원들을 자꾸 세가 약한 입장으로 모는 것이다. 크게 하나 되도록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과거의 지역주의 보스, 대주주는 다 없어졌다. 오직 잔재가 남아서 지역주의적 준동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극단론이 아니라 정책대결로 끌고 가서 여야가 합리적 개혁세력과 온건한 보수로 건강한 정책 정책을 벌일 수 있는 그런 싹은 여야 안에 다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이제와서 다시 통합신당을 얘기하는 것은 정권을 잡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부영 : 신당 창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면서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반대로 야당이 지금 저런 입장에 처해 있다면 어떻겠냐. 이렇게 국민지지도가 낮고 패배할 게 뻔하면 새롭게 지지를 받기 위해 몸부릴 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과 동반추락했던 입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 국민들로부터 가볍다, 경험이 없어 보인다,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없애려는 노력으로 이해해달라.

프레시안 : 통합신당을 만들기 위한 구심점이 없지 않나?

이부영 : 그건 지금부터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할 일이 아니겠나.

'화해상생마당'은…

선명성과 선동성을 앞세운 극단론을 극복할 중도노선의 확산을 표방하고 나선 각계 원로 32명의 모임.

이들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성장과 분배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 △교육을 통한 보다 더 나은 공동체 등 세 가지를 구체적 실천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화해상생마당'은 오는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창립모임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화해상생마당'의 창립 회원은 다음과 같다.

고두심(방송인) 권근술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 김명혁(목사, 한국복음주의협회 회장) 김지하(생명과 평화의 길 이사장) 김홍진(신부, 한국희망재단 상임이사) 김형기(북한대학원 교수) 민병석(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박광서(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 박종화(목사,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박호군(인천대 총장) 배순훈(한국과학기술원 부총장) 법륜(스님, 평화재단 이사장) 변진흥(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손봉호(동덕여대 총장) 손숙(연극인) 수경(스님, 화계사 주지) 신경림(시인) 안승길(신부, 원주교구 부론천구교회 주임신부) 양승규(세종대 총장) 염무웅(문학평론가) 오재식(아시아교육연구원 원장) 윤경로(한성대 총장) 윤여준(전 의원) 이부영(전 의원) 이삼열(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이종대(전 대우자동차 회장) 인병선(짚풀생활사박물관 관장) 정성철(변호사) 정성헌(한국DMZ평화생명동산 추진위 공동대표) 진민자(청년여성문화원 이사장) 최동수(신한은행 상임고문) 황상근(신부, 인천교구 제물포천주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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