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다. 카자흐스탄 짝퉁 TV 리포터가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과정에서 벌이는 기상천외 요절복통 해괴망측 블랙코미디 한 편이 11월 첫째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그야말로 깜짝 놀랄 만한 돌풍을 일으켰다. 돌풍의 주인공은 <보랏 :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문화 빨아들이기(Cultural Learnings of America for Make Benefit Glorious Nation of Kazakhstan)>. 영국 채널4 TV에서 <다 알리 G T쇼>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코미디언 새처 배런 코언과 래리 찰스 감독이 18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어 게릴라식으로 촬영한 이 작품은 11월 3일~5일, 북미 극장가에서 총 2637만 달러를 벌어들여 디즈니 만화영화 <산타클로스 3>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미 극장업계는 <보랏>의 흥행 1위를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카자흐스탄과 미국 대중문화를 싸잡아 비꼬고 있는데다가, 미국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과 함께 절대 볼 수 없는 음담패설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랏>이 <산타클로스3>의 개봉 스크린 3458 개의 약 4분의 1에 불과한 837 개 스크린 수로 흥행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에 미 영화계 및 극장업계는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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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폭스의 배급 책임자인 브루스 스나이더는 5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보랏>이 상영되는 극장마다 관객들이 꽉꽉 들어찼다"면서 엄청나게 웃기다는 입소문이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지면서 관객몰이 현상을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했다. 또 타임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이 호평한데다가, 최근 카자흐스탄 정부가 미국 신문에 광고까지 게재해 "영화와 카자흐스탄 실제는 전혀 다르다"라고 나서는 등 <보랏>이 끊임 없이 언론에 화제로 올랐던 것이 흥행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세기폭스 측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박수를 치거나 야유를 보내며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등 최근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는 데 크게 고무된 분위기. <보랏>은 이 날 17 개 국가에서 개봉됐고, 영국과 독일에서도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첫 주말 성공에 힘입어 20세기 폭스는 다음 주말 2500 개 극장으로 확대 개봉할 계획이다. <보랏>은 자칭 카자흐스탄에서 여섯 번째로 훌륭한 기자라는 보랏 사그디예프가 TV에서 미국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을 본 후 사랑에 빠져 미국 대중문화 현장을 직접 체험해 보겠다며 여행길에 나선다는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의 로드무비이다. 영화는 보랏이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깡촌 고향마을을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누이 동생을 카자흐스탄 최고의 창녀로 소개하는 등 저속하기 짝이 없는 황당유머로 관객들의 배꼽을 빠지게 만든다. 미국에 가서도 보랏은 호텔에서 나체로 레슬링 식 격투를 벌이는가 하면, 유대인들을 쏴 죽이는 데 알맞은 총을 사고 싶다는 말을 태연자약하게 하는 등 시종일관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다.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보랏의 인터뷰 대상이 된 미국인들이 그를 진짜 카자흐스탄에서 온 TV 기자로 여기며 나타내는 반응들이다. 예를 들어 로데오 경기를 취재하러 간 보랏이 "조지 부시가 이라크의 모든 남녀, 아이들의 피를 마시도록 기원하자"고 일장연설을 하자, 경기장의 구경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나타내면서 마지못해 박수를 친다. 그런가 하면 보랏과의 인터뷰 중 불쑥 튀어나오는 미국 국민들의 편견들은 이 영화에서 의미심장한 부분들로 꼽힌다. 한편 디즈니의 가족영화 <산타클로스3>는 3458 개 극장에서 2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2위를 차지했고, 드림웍스과 아드만 스튜디오가 손잡고 만든 애니메이션 <플러쉬(Flushed Away)>는 3707 개 스크린에서 1910만 달러를 벌어들여 3위에 올랐다. 지난 주 1위였던 공포영화 <쏘우3>는 1550만 달러로 4위로 밀려났으며, 5~9위는 <디파티드><프레스티지><우리 아버지들의 깃발들><맨 오브 더 이어><오픈 시즌>순.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더 퀸>은 지난 주말 301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개봉 5주차에 처음으로 10위권 안에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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