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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영장 기준 논쟁, 왜 해법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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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해묵은 영장 기준 논쟁, 왜 해법이 없나?

[시각] 법원-검찰 론스타 신경전…검찰 "영장기준 제안"

'론스타 주가조작 혐의' 사건에 대해 검찰의 론스타 경영진에 대해 청구한 체포·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구속영장 발부 기준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에 이제는 해묵은 논쟁이 되다시피한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둘러싼 법원-검찰 갈등의 해결책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검찰청은 6일 일선 검찰청에 최근 3년간 특수·일반 사건에 대한 법원·판사별 영장 발부·기각 기준을 분석해 보고토록 지시했다. 이번 론스타 사건은 물론이고 주요 법원의 최근 영장 기각률이 지난해에 비해 배로 늘어난 데 따른 불만이 원인이다.
  
  검찰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의 경우 구속영장 기각률이 지난해 9.1%에서 올해의 경우 1~9월을 기준으로 26.9%(1~9월)로 늘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11.1%에서 21.4%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모두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심사를 담당한다.
  
  검찰 "영장 발부 기준 법원과 협의하겠다"…국회에선 형소법 개정안 '실종'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구속제도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통해 구속의 의미와 기준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안을 도출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구속제도에 대한 검찰안을 만든 뒤 법원에 제안할 계획이다.
  
  채동욱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영장 발부의 기준이 되는 증거 인멸이나 도망 우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너무 탄력적"이라며 "영장 발부 여부가 개개인 법관만의 판단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검찰에서도 법원과 협의할 수 있는 영장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검찰이 법원에 영장 발부 기준에 대해 '불만' 선에서 그치지 않고 검찰의 기준을 강력하게 법원에 요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1997년 피의자 인권보호 및 방어권 보장을 위해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후 검찰과 법원이 수시로 신경전을 벌여 왔고, 지난해 법원이 불구속 재판 확대 방안으로 영장 발부 요건을 강화한 뒤 충돌이 더 커졌음을 감안할 때 이같은 협의는 뒤늦은 감이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이미 다양한 논의를 거쳤고, 논의 결과가 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지난해 1월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개정안은 불구속 재판 확대 흐름을 보완하기 위해 영장에 대한 검사의 상급법원 항고권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여론화해야 할 국회에서는 여지껏 이에 대한 논의 자체가 '실종'된 상태다. 피의자의 구속적부심 청구 및 검사의 영장 재청구가 가능한 상황에서 영장 재항고권은 불필요한 장치라는 논란도 있지만, 이러한 논란을 통해 바람직한 영장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국회의 책무 중 하나임을 감안할 때 구속제도에 대한 논의가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갈등이 표면적으로 불거진 계기가 바로 론스타 사건인 것이다.
  
  검찰 "구속여부 판단이 본안심리 판단까지 가서야"…법원 "구속사유 불충분"
  
  형사소송법에는 구속 사유로 '주거 부정', '소환 불응', '증거 인멸'과 '도망 염려'(제70조 1항) 등이 명시돼 있다. 이 가운데 주로 고려되는 것이 '증거 인멸'과 '도망 염려'인데, 보통 '증거인멸'의 경우 말 그대로 서류 폐기나 조작, 사건관계인과의 '입 맞추기' 등을 통해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경우를 말한다. 강력범죄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협박 등도 이에 해당한다.
  
  검찰은 유회원 론스타 대표가 미국 본사 경영진과 1주일에 3회 이상 연락을 취하고 있고,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이미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했고, 유 대표가 20여 차례에 걸친 검찰의 소환에 모두 응한 이상 증거인멸의 염려가 적다고 판단했다.
  
  '도망 염려'는 이보다 좀 더 복잡한데 주요 판단 기준 중의 하나가 범죄의 중대성, 즉 실형 선고 가능성이다. 높은 형량이 예상되거나 사회적 비난이 집중되는 범죄일수록 도망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형소법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은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구속할 수 없도록 규정(제70조 2항)하는 등 '가벼운 범죄'는 아예 구속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론스타 주가조작' 혐의 사건에서도 '죄질'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론스타는 2003년 11월 외환은행 인수 당시 '허위 감자 계획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소액주주들이 226억 원 대의 피해를 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서는 증권거래법상 주가조작으로 50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할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이번 사건을 '중대 범죄'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론스타 측에서는 당시 외환은행의 인수합병을 앞두고 주가가 적정 가격 이상으로 부풀려진 상태에서 거품을 빼는 차원에서 감자계획을 내놓은 것이고, 실제 감자할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1차적으로 영장을 기각하며 검찰보다는 범죄의 중대성을 낮게 판단한 셈이다.
  
  따라서 검찰이 소액주주들의 피해액은 물론 당시 감자설로 인해 론스타 측이 벌어들인 부당 수익금까지 모두 소명해 범죄의 중대성을 입증하느냐가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인권 지나치게 강조해 수사 방해"…"'구속=처벌' 선입견 줘선 안돼"
  
  이에 대해 일부 검사들은 "법원이 본안심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형량을 미리 예상해 영장발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본안심리 전에 사건에 대한 선입견을 줄 수도 있고, 지나치게 엄격한 해석이어서 검찰의 수사에 방해가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법원 일각에서는 "구속 사유에 해당하는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지도 않은 채 무리한 영장을 청구하고 책임을 법원에 돌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더군다나 영장 청구 단계에서 검찰이 언론을 상대로 혐의 내용을 브리핑한 것은 지나쳤다는 반응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이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한 불만을 국민에 대한 여론화로 풀려 한 것은 '구속=처벌'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법감정에 기대는 측면이 있다"며 "좀 더 정교한 논리 보완에 힘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되자 "한 자도 고치지 않고 영장을 재청구 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법원도 "검찰 내부에 영장 청구 시 자문을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맞대응하며 신경전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며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7일로 예정된 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영장기준에 대한 안을 만들어 법원과 협의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이어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구속영장 제도가 어느 정도 공론화 되고,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정교한 협의안이 도출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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