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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조폭이 아니라니까!

[이슈 인 시네마] 가을 시즌, 조폭영화들 줄줄이 개봉

가을 극장가에 조직폭력배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개봉한 <거룩한 계보>를 시작으로 <열혈남아>와 <해바라기>까지 조폭영화가 줄줄이 상영을 기다리고 있는 것. 이처럼 극장가에 조폭영화가 한꺼번에 쏟아지기는 실로 오랜만이라는 반응들. 한때 조폭코미디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비슷비슷한 영화들이 양산되면서 그 열기가 다소 시들해진 것도 사실이다. '조폭영화도 한물갔다'는 것이 충무로의 공공연한 분위기였던 셈. 이런 가운데 3편의 조폭영화가 개봉을 이어가고 있어 극장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6년 새롭게 돌아온 조폭영화, 그 부활의 이유는 무엇인가. 조폭코미디의 퇴조 이른바 조폭영화 붐이 일었던 것은 지난 2001년. <친구>를 시작으로 등장한 이들 영화는 곧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와 같은 '조폭코미디'의 유행으로 이어지며 국내 극장가에서 승승장구 흥행을 이어갔다. 전국 약 500만 관객을 동원한 <가문의 영광>이 만들어진 것이 2002년. 일명 이후 '조폭코미디 3대 브랜드'라 불리는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 <가문의 위기>는 각각 후속편을 만들어내며 계속해서 조폭영화의 인기를 끌어갔다.
그러나 2003년 <조폭마누라 2 – 돌아온 전설>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조폭영화의 인기도 하락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2005년 <투사부일체>(<두사부일체>의 속편)와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 2>가 각각 설 연휴와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전국 610만, 560만 관객을 모으며 뜻밖의 선전을 기록하면서 조폭영화의 부활을 알리는 듯 했다. 올해 추석 극장가에서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 3>의 흥행여부에 관심이 모아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문의 부활>은 결국 <타짜>에 밀려 전국 관객 350만 여명을 모으는 데 그치며 예상 밖의 부진을 나타냈다. 12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에 있는 <조폭마누라 3>의 흥행여부에 대해 대체적으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나타난 것은 그때문이다. 조폭영화의 새로운 주인공, '우는 남자' 그러나 올 가을 다시 돌아온 <거룩한 계보>, <열혈남아>, <해바라기> 등은 한때 조폭영화의 전성기를 일궜던 조폭코미디들과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의 조폭코미디 영화들은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캐릭터들을 통해 단순하고 말초적인 웃음을 유도해 온 것이 특징이었다. 이에 비해 최근의 세 영화들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거룩한 계보>, <열혈남아>와 <해바라기>의 조폭 캐릭터들은 쓸쓸하고 외롭다. 더욱 특이한 것은 세 영화 모두 '우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우는 남자'는 영화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 우리영화는 '터프 가이'형의 강한 남자를 선호했다면 요즘 들어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때로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남자를 더 원하고 있는 것.
<거룩한 계보>는 조직의 명령에 따랐다가 수감된 치성(정재영)이 조직이 자신을 외면하자 형무소에서 다시 만난 죽마고우 순탄(유성룡)과 함께 탈옥,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다. <열혈남아> 역시 친구의 복수를 위해 대식(윤제문)의 살해를 준비하던 재문(설경구)이 대식의 어머니 점심(나문희)를 먼저 만나면서 겪는 심경의 변화를 그렸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해바라기>는 맨주먹으로 거리를 누볐던 태식(김래원)이 가석방 된 후 한 가족의 도움으로 개과천선의 의지를 다루는 내용의 영화. 세 영화의 주인공들 모두 결정적인 장면에서 우정과 모성애, 가족애를 이유로 눈물을 흘린다. 거친 조폭 세계와 '우는 남자'는 얼핏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듯 한 이미지. 그러나 상반되는 듯 한 두 이미지의 조합은 그만큼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기존 조폭코미디의 가벼운 웃음과는 달리 세 영화에서는 애잔한 정서와 비장미를 느끼게 된다. 조폭영화의 변주는 계속된다
거룩한 계보 ⓒ프레시안무비
사실 조폭은 '몸뚱이' 빼고는 뭐 하나 변변히 가진 것 없는 밑바닥 인생들을 그리기에 적합한 캐릭터다. 겉옷은 조폭이지만 사실은 비루한 인생살이를 그려내는데 더할 나위 없는 소재인 셈이다. 따라서 「조폭=막장 인생」들의 기구한 인생역정은 이미 그 자체로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얘깃거리들을 갖고 있는 것. 그런 이유에서 한국영화는 <대부>, <좋은 친구들>과 같은 외국의 갱스터 영화들과는 달리 조폭 캐릭터를 빌어 사실상 다른 이야기를 해왔던 것으로 평해진다. 이번에 개봉하는 세편의 조폭영화 역시 조폭이라는 설정을 통해 사실은 우정과 의리, 모성애, 가족애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미 개봉한 <거룩한 계보>를 필두로 새로운 조폭영화에 대한 반응은 아직까지 호의적인 편이다.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는 지난 10월 19일 개봉, 첫 주 약 63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오는 9일 개봉하는 <열혈남아> 역시 시사 이후 평단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벌써부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바라기> 또한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라는 입소문과 함께 11월 23일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조폭영화는 진화하고 있는 가. 조폭영화의 변신을 지켜보는 눈길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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