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55)는 한국가요계에서 그 누구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인물이다.
1968년에 '행복의 나라'를 시작으로 포크를 기초로 한 저항(민중)가요를 한국에서 처음 탄생시켰고 미국으로 홀연히 유학을 떠났다가 갑자기 돌아와 해군으로 복무했으며 언론인으로 신문사에서 기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인디밴드로 활동**
한씨는 기자생활 중에도 사진작가로 국전에서 수상하고 작곡상을 받는 등 창작활동을 계속 하다가 신문사에서 뉴욕지사로 발령을 내자 그곳에서 인디밴드 '징기스칸'의 리더로 밴드활동도 했고 사진스튜디오의 매니저로 미국 동부와 서부를 오가며 살기도 했다.
국내 음악계와 연락을 끊고 살던 한씨는 90년대 들어 일련의 실험적인 음반으로 연이어 발표하며 가요계에 복귀한 후 97년 일본의 한 락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해 하드록을 연주하며 자신의 음악적 건제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오십이 넘은 나이에 발표한 최근 앨범에서도 '공산주의자' 호치민(호지명)을 찬양하는 노래 '호치민'을 헤비메틀 기타반주에 랩으로 불러 본인 표현을 빌면'문제아동'다운 행동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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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호치민' 같은 곡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도 이라크전은 융단폭격으로 3주만에 나라 하나를 쓸어버리고 끝났다. 하지만 호치민은 대나무 막대기만 들고 무려 3천일을 폭격당하고도 미국을 이겼다. 그 안에서 우리가 분명 배울 것이 뭔가 있다"고 곡을 쓴 이유를 밝혔다. 그는 그를 '최후의 히피'라 부르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인류 최후의 히피라는 존 레논이 뉴욕에서 총에 맞고 살해를 당해 저 세상으로 갔으니 맞는 말"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우리 젊은이들은 인터넷으로 새롭게 히피운동을 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하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전쟁하는 거 봐라. 저 놈들은 자기만 안다"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음악을 하는 후배들에게는 "절대 음악하지 마라!"고 경고(?)했고 실험성이 강한 자신의 최근 음반에 대해 묻자 "내가 부른 노래들이 30년 후 어떤 평가를 받는지 한번 보자"고 여유 있게 응수하기도 했다.
다음은 오는 25~26일 대학로에서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갖는 한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최후의 히피' 한대수 인터뷰88**
프레시안 : 한 인터넷 사이트에 '한대수는 최초의 히피이자 최후의 히피다'라는 말이 있다.
한대수 : 내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히피였고 인류최후의 히피라는 존 레논(비틀즈 멤버)이 뉴욕에서 총에 맞고 살해를 당해 저 세상으로 갔으니 맞는 말이다.(웃음)
프레시안 : 그럼 '히피'가 보는 전쟁의 문제는 무엇인가? (한씨는 인터뷰 전 CNN이 중계하는 미군의 바그다드 함락 후일담을 근심어린 표정으로 시청하고 있었다.)
한대수 : 전쟁은 인간의 창조성을 파괴한다. 인류를 발전시킨 것은 평화와 사랑 그리고 창조력인데 전쟁은 파괴를 통해 창조력과 평화를 소모시키고 없앤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것이 두 가지 부정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하나는 폭력이라는 물리적인 힘이고 또 하나는 언론이 단순한 프로파간다로 변해 버린다는 점이다.
만약 우리가 어쩌다가 힘이 세져서 '국제전'을 한다고 치자. 전쟁 중엔 '프레시안'이나 '조선일보'가 과연 차이가 있을까? 모두들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말만 할 거다. 전쟁터에서 우리 애들이 죽고 있는데 어떻게 공정하게 보도가 될 수 있나. 비교적 공정했다는 CNN도 요새 전쟁보도를 (TV를 가리키며) 저렇게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지난 앨범에 '호치민' 같은 곡을 만든 이유는?
한대수 : 그 곡은 우리가 바로 '지금' 공부해야 할 인물에 대한 곡이다. 지금도 이라크전이 폭격으로 3주 만에 나라 하나를 쓸어버리고 끝났다. 호치민은 대나무 막대기만 들고 무려 3천일을 폭격당하고도 미국을 이겼다. 그 안에서 우리가 분명 배울 것이 뭔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강의로 해선 젊은이들이 졸고 안 들으니 노래로 만든 것이다.
참고로 그런 노래 만들었다고 내가 공산주의자는 아니다. 내 가사는 그때그때 나의 생각을 담는데 가요가 사랑노래가 넘쳐나니 내가 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물론 나는 자본주의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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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하게 살아야 한다**
프레시안 : 그럼 한대수의 생각은 뭔가?
한대수 : 레닌하고 공산주의자들은 '짜르'를 치더니 지들이 '짜르'가 됐다. 자본주의는 최소투자로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데 한마디로 정리해서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제 광고로 소비와 욕구까지 조작하는 단계로 갔다는 점이다. 나는 인간이 하루 두, 세끼 밥 먹고 서로 사랑하고 평화롭게 살자는 것이다.
많은 화폐나(한씨는 인터뷰 내내 돈을 '화폐'라고 표현 했다) 우리가 소비하는 과도한 물질이 행복을 주진 않는다. 자연만 망친다. 경쟁이나 전쟁이 아니라 평화롭고 창조적인 일에 에너지를 쓰며 양호하게 살아야 한다.
프레시안 : 밖에서 오랜 시간 지켜보고 돌아와서 본 우리의 특징이 있다면?
한대수 : 우리는 사랑과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히피 무브먼트'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혁명'으로 바로 간 나라다. 나는 우리 젊은이들이 지금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고 본다. 미국이나 영국을 지금 다스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유나 평화에 대한 '이해'는 있다. 영국 총리 블레어가 젊은 날에 찍은 사진을 보면 내 머리는 장난이다. (웃음)
미국 대통령 부시마저 젊은 시절엔 '서든 락' 같은 거칠고 빠른 음악에 심취한 인물이다. 클린턴과 고어는 마리화나까지 했던 사람이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과 회담하고 교섭하러 가는 우리나라 관료들은 전혀 그런 마인드가 없고 이해도 안한다는 것이다. 착실한 '모범생' 들이라 마음도 전혀 오픈이 되어 있질 않다. 하지만 이제 젊은이들이 세계로 나가면 달라질 것이다.
***미국인에게 한국은 아무 의미도 없다**
프레시안 : 이라크전쟁이 끝나고 있는데 다음은 북한이란 말도 있다. 미국인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인가?
한대수 : 솔직히 말해 미국인에게 한국은 아무 의미도 없다. 이미지도 없다. 무관심 그 자체다. 오히려 반미시위가 우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렸다. '저들이 뭔가 있다'는 걸 보여 준 것이다. 지도층이나 경제계만 이권이나 우리 경제규모 때문에 좀 신경 쓰는 정도다. 미국에서 길가는 사람을 세워놓고 생각을 물어보면 이럴 거다. '중국과 러시아는 경쟁상대', '일본은 예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드는 좋은 나라'다. 한국은 굳이 말하자면 '너 남에서 왔냐? 북에서 왔냐?'고 묻는 것이 끝이다.
프레시안 : 그럼 직접 겪은 미국의 문제는 무엇인가?
한대수 : 전쟁하는 거 봐라. 저 놈들은 자기만 안다. 그들은 유럽도 관심 밖이다. 그런 점에서 유럽이나 일본 젊은이는 대단하다. 다른 사회나 문화를 편견이 없이 공부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큰 힘이 될 것이다. 특히 일본 젊은이들은 티벳이나 부탄도 깊이 연구하고 직접 찾아간다. 우리 젊은이들도 이제 중산층 자녀만 되도 외국여행을 다니고 하는 것이 그런 기질을 보이는 것 같아 미래가 밝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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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젊은이들은 인터넷으로 새롭게 히피운동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어떤가?
한대수 : 나는 아주 밝게 본다. 양호하다! 월드컵 응원과 촛불시위, 시민운동을 보면 히피의 정신과 다르지 않다. 마리화나하고 머리를 기르는 것이 히피의 본질이 아니다. 사랑과 평화 속에서 더불어 살며 감정에 솔직하고 자연을 아끼는 것이 히피다. 아까도 말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인터넷으로 새롭게 히피 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 어른들은 이제 젊은이를 컨트롤하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아는 지식과 비밀을 다 전해 주고 '이젠 너희가 세상을 꾸려가라'고 한 후 지켜봐 줘야 한다. 새로운 세대가 놀 운동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진짜 선진국이라면 그래야 한다. 심지어 일본도 젊은이들 손을 들어 주고 '판'을 넘기고 있는 시대다.
프레시안 : '행복의 나라'나 '바람과 나'를 만들던 70년대 문화계는 지금보다 소박하지만 더 행복했던 것으로 회고 하는 이들도 있다.
한대수 : 실제로는 더 끔찍했다. 힘들고 어려웠고 배도 '진짜로' 고팠다. 지금은 예술가들이 '진짜'로 배가 고프진 않는 것 같다. 물론 그런 것은 있었다. 군사정권이 하도 혹독한 때라 그 억압이 좋은 곡이나 연극이 나오게 한 원동력이 되긴 했다. 도저히 행복하지 않으니 '행복의 나라'를 찾고 싶었고 차라리 '바람'이 되고 싶었던 시절이었다.
***립싱크는 없어져야 한다**
프레시안 : 립싱크에 대한 생각은?
한대수 : 립싱크는 없어져야 한다. 방송의 립싱크가 음악과 아티스트를 죽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공연과 사운드의 발전이 없이 뭐가 될 수 있는가. 매년 PD나 음악인이 잡혀가는 나라가 또 있나? PD, 엔지니어, 연주자, 가수, 카메라 맨 까지 다 망하는 것이 립싱크다.
프레시안 : 현재 우리 음반업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한대수 : 우리나라 음반판매의 문제는 아프리카보다 못한 투명성이다. 아프리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 최악이라는 뜻이다. 끔찍하다. 몇 장 팔렸는지 도저히 알 수도 없다. 우리나라 정치가 늘 사고 터지는 것을 보면 결국 돈 때문인데 그것보다 더 불투명한 곳이 음반시장이라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프레시안 : 대책을 음악인 입장에서 제시한다면?
한대수 : 음반업자와 음악인의 사정을 이해하고 가운데 서서 조정할 중립적인 기구나 조직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서서 그런 일을 해야 한다.
***음반시장은 생산에서 유통까지 유태계가 꽉 쥐고 있다**
프레시안 : 외국에서 한국 대중예술이 각광 받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한대수 : 산업적으로 보면 유태인들이 M&E(미디어&엔터네이먼트)산업의 유통을 쥐고 있어서 백인이거나 유태인이 아니면 그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다. 스필버그는 이미 영화에서 유명하고 가수 베니 메닐로우도 백인 같지만 실은 유태인이다. 백인처럼 보이는 유태인이나 백인에게 돈을 투자해 성공을 하는 것이다.
음반시장은 생산에서 유통까지 유태계가 꽉 쥐고 있다. 음반회사가 5백만달러 이상 투자해 '록스타'를 만들면 거기에 대한 수익이 회사에 들어와야 한다. 아직 미국시장에서 아시아인은 3~4%정도다. 그러니 이익이 날 확률이 적다. 흑인들의 경우는 타고난 음악가 기질로 그 벽을 뚫은 것이다. 일본의 소니 같은 경우 시비에스(CBS)레코드나 컬럼비아 영화사를 가지고 있으니 그 저력이 좀 더 지나면 나올 것이다. 별도의 독자적인 음반유통망에 빌보드를 대적할 차트까지 갖추고 전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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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한 밤중에 다니는 '통행증'이 있었다**
프레시안 : 예전에 기자로 일하던 시절 추억을 말 한다면?
한대수 : 통금이 있던 시절이라 기자는 한 밤중에 다니는 '통행증'이 있었다. (웃음) 그리고 '남의 실수를 통해 배워라'라는 러시아 속담이 기억나는 시절이다. 중간정도 사는 사람이 맨 아래 시장바닥에서 부터 저 위 장관실까지 직접 만나는 직업은 아마 지금도 기자뿐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실수나 성공을 지켜보며 삶의 교훈을 얻었던 좋은 기회였다.
프레시안 : 전직 '언론인' 입장에서 '노무현 정부'를 본다면?
한대수 : 난 오랜 관찰을 하지 못해 노코멘트다. 이런 것은 있다. (뉴욕)타임스에 뭐 나온다고 다 믿고 그러지 마라. (미국은 우리와)이권이 대립하는 매체들이 대부분 이다. 이런 것은 있다. 노 대통령 이제 두 달이면... 청와대 화장실 위치나 알 시간인데 사람들이 너무 말도 많고 마구 흔들고 있다. 최소한 1년은 능력을 펼칠 시간을 줘야 하지 않나 싶다.
프레시안 : 전공은 미국에서 '수의학'을 했다고 들었다.
한대수 : 할아버지가 '전망이 밝다'며 시켰다. 으, 도저히 못하겠더라. 사실 우리집안이 친가나 외가나 직업을 보면 대부분 학자나 연구원들이다. 가족 중 유일한 '딴따라'다.(웃음) 결혼도 두 번하고 나이는 이제 할아버진데 아이도 아직 없다.
***내가 부른 노래들이 30년 후 어떤 평가를 받는지 한번 보자**
프레시안 : 후배 음악인들이 '왜 그런 안 팔리는 실험적인 음악만 하는지' 물어달라고 했다.
한대수 : 고호는 총으로 자살했다. 인정도 못 받고 처절했다. 그의 그림이 지금 가격이 2천2백만달러다. 음악가들도 보면 다들 처절하게 살았다. 내가 부른 노래들이 30년 후 어떤 평가를 받는지 한번 보자.(웃음)
프레시안 : 자신의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곡은?
한대수 : 내 모든 곡들이 내 주제가다. 최근 노래 중엔 '침묵'이 들을 만 할 것 같다.
프레시안 : 히트곡이 아닌 자신의 숨어 있는 곡 중에 추천을 한다면?
한대수 : '헤드레스 맨'(머리 없는 남자)란 곡을 들어 보면 어떨까.
프레시안 : '행복의 나라'의 가수로 '아침이슬'의 김민기씨에게 경쟁의식 같은 것은 없나?
한대수 : 김민기씨는 이제 연극연출가다. 그리고 그는 뛰어난 예술가다. 나와 절대 라이벌이 아니다. 그냥 사람들이나 언론이 그렇게 보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음악이라는 것이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지만 서로 교류와 영향을 주고받는 가운데 발전을 하는 것이다. 군대가기 전에 몇 번 술을 같이 마셨고 내 노래를 취입하기도 했다.
***절대 음악을 하지 마라!**
프레시안 : 이번 공연에 대해 팬들에게 말한다면?
한대수 : 모두들 오픈 된 마음으로 가볍게 오셔서 즐기기 바란다. 이전 공연들이 거친 하드락에 가까운 음악이었다면 이번엔 재즈의 느낌이 강할 것 같다. 공연의 컨셉인 '눈물'은 슬픔과 전쟁의 비통한 눈물 뿐 아니라 기쁨에 순간에 나오는 눈물이기도 하다. 감정의 최고선이라는 뜻이다.
프레시안 : 젊은 음악인에게 충고를 해 준다면?
한대수 : 절대 음악을 하지 마라! 돈이나 명예 혹은 여자에게 인기를 얻고 싶어서라면 더욱 하지 마라. 그러면 성공해도 자살로 끝난다. 다 그렇게 갔다. 굶어 죽더라도 꼭 표현을 해야 할 것이 있으면 해라. 그래도 되도록이면 음악은 하지 마라.
프레시안 : 자신의 삶이 대중에겐 반골이나 기인으로 보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한대수 : 난 양호한 인간관계와 모두의 열린 마음을 위해 노력하는 음악가일 뿐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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